▲ 메타세콰이어 길

아침에 창문을 여니 찬 기운에 선뜻하다. 아마 이정도면 강원 산간지역에서는 서리가 내릴 것도 같다. 오늘은 일을 하루 쉬고 남이섬에 다녀왔다. 20대 초반에 다녀 온 후로 꽤 많은 시간이 지나 다시 찾은 남이섬은 세월만큼이나 변해있었다. 고즈넉했던 옛날과는 달리 관광객들이 꽤 붐비는 장소가 되어버렸다. 특히 동남아로 수출된 드라마 때문에 동남아 관광객들이 필수적으로 들르는 곳 중에 하나가 남이섬이라고 한다. 일본 관광객은 말할 것도 없다. ‘욘사마’로 불리는 배우 배용준 씨와 최지우 씨가 출연한 ‘겨울연가(일본에서는 겨울소나타로 방영)’가 일본에서 대히트를 치면서, 드라마의 배경이 된 대표적인 장소였던 남이섬은 일본 관광객들의 필수코스가 된지 오래다. 일본 관광객들은 배용준 씨와 최지우 씨가 사랑하며 걸었던 이곳에서 그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마음으로 함께 느끼며 사진 속에 담아두려 한다.

▲ 겨울연가

한편 통계자료를 보면 1955년 6월 부산에서 캐나다인이 첫발을 내디딘 이후 한 해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 관광객은 2012년 11월 21일을 기점으로 천만 명을 넘어 섰다고 한다. 이는 외국관광객 100만명을 넘긴 1978년에 비해 34년 만에 10배로 늘어난 셈이다. 수치를 보면 우리나라의 관광산업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이 바탕에는 문화콘텐츠인 ‘한류열풍’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우리와 아주 가까운 주변국(일본 및 중국, 동남아등)들이 관광수입이 하락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 관광객은 전년 대비 17%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추수를 기다리는 벼이삭

용산역에 오전 11시에 출발하는 ITX 타고 남이섬이 있는 가평역에 도착하니 11시 55분이다. 예전에는 청량리역에서 완행열차를 타거나 상봉동버스터미널에서 버스로 1시간 30분~2시간 정도 걸리던 곳을 불과 55분 걸려 도착한 셈이다. 가평역 주변 시설도 잘 정비되어있어 보기 좋았다. 필자는 간만에 옛 추억도 되새길 겸 걸어서 이동하기로 하였다. 노랗게 익어가는 벼와 배추, 무 등이 있는 논두렁 사이로 걸어가다 보니 호젓한 기분도 들고, 농부의 수고스러움이 잘 결실을 맺는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

 ▲ 감나무

가평역에서 남이섬 입구까지 걸어서 대략 20여분이 소요된다. 남이섬으로 가는 도로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태운 대형버스가 수시로 들어오고 나간다. 남이섬 주차장에도 온통 대형버스로 가득 찼다. 그리고 관광객들을 의식해서 인지 몰라도 주변의 식당의 주 메뉴는 닭갈비 일색이다. 인기 관광지의 모습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둘레 5km, 면적 43만 평방미터의 남이섬은 1468년(예종1년) 28세의 나이에 억울하게 죽은 남이장군의 이름을 따서 부려진 이름이다. 남이장군은 17세의 나이로 무과에 장원급제하고, 1467년 이시애의 난을 평정하여 25세에 공조판서와 병조판서를 역임하다 유자광의 모함으로 이듬해에 죽음을 맞았다. 평상시에는 육지였다가 홍수가 나면 섬으로 변하던 불모의 땅 남이섬은 1944년 청평댐을 만들 때 북한강 강물이 차서 생긴 내륙의 섬으로 선착장은 경기도, 섬은 강원도에 있다. 1965년 한국 최초의 출판사 ‘을유문화사’를 설립하고 한국은행 총재를 역임하신 수재 민병도 선생(1916~2006)이 토지를 매입, 모래뿐인 불모지에 다양한 수종의 육림을 시작하였고 1966년 경춘관광개발주식회사를 설립, 종합휴양지로 조성하여 오던 중 90년대 말 금융위기로 인한 불황을 극복하고자 2000년 4월 주식회사남이섬으로 상호를 변경하여 관리해오고 있는 곳이다.

1960~90년대에는 최인호의 <겨울나그네> 촬영지 및 강변가요제 개최지로 알려져 행락객들의 유원지로 인식되어 왔으나, 2002년 KBS드라마 <겨울연가>의 성공으로 대만, 일본, 중국, 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권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문화관광지>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북미, 유럽, 중동관광객의 발걸음도 잦아지고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가장 찾고 싶어 하는 청정 환경의 <국제적 관광휴양의 성지>로 각광받고 있다. 2006년 3월 1일 한국 속의 동화적인 상상나라, 창의적인 동화나라로 가꾸자는 뜻에서 국가형태를 표방하는 특수관광지 나미나라공화국으로 독립을 선언하였다. 독자적인 국기와 애국가, 화폐, 여권, 우표가 있고 나시족 동파문자를 쓰며 국민에게는 시민증서를 수여하는 등 상상력이 발휘된 예술 공간이다. 2012년 한 해 동안 외국인 65만 명을 포함하여 총 26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주신 남이섬은 남녀노소, 내외국인 모두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는 곳이기도 하다.

▲ 남이섬 선착장

남이섬 선착장에는 Immigration(출입국관리사무소), Entry Visa(비자발급)등 재미있는 표기가 표를 끊고 배를 기다리는 관광객들을 즐겁게 한다. 섬 안에는 자전거 (하늘자전거, 전기자전거) 대여소, 유니세프 나눔열차, 전기자동차투어 등 탈거리가 다양하며, 운치원(상상놀이터), 허브체험 등의 친환경적인 즐길거리도 제법 있다. 그리고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촬영장소인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은 이 섬의 하이라이트이다.

▲ 짚와이어

섬을 나와서 걷다보니 하늘위로 작은 점들이 빠른 속도로 날아간다. 바로 짚 와이어로 80m 높이의 타워에서 남이섬과 자라섬으로 연결된 와이어를 타고 내려가는 레포츠이다. 1인 이용료는 38,000원(남이섬 선박이용료+입장료)으로 솔직히 좀 부담이 되는 가격이다. 640m의 거리를 시속 40km로 내려가니 스릴은 제법 있을 듯하다.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니 벌써 시간은 오후 3시반이 다 되어 간다.

남이섬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가평역으로 향하면서 몇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남이섬의 독창적이고 아기자기한 구성들은 대체적으로 훌륭했으나 아쉬운 점들도 있는 것 같다. 입장료를 좀 낮췄으면 좋을 듯 하고, 닭갈비를 주 메뉴로 하고 있는 주변의 식당들은 다른 먹거리도 추가하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문화관광국으로 더욱 더 도약하기위해서는 한류문화 콘텐츠의 다양한 개발과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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