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총재 "모든 것은 제 불찰" 허리 굽혀 사과

   
 

【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낙하산 인사 논란에 이어 '국감 도피성 출국' 물의를 빚은 김성주 대한적십자 총재가 27일 국정감사에 참석해 "100% 제 불찰로 인해 국민과 국회의원께 불편을 끼쳤다"며 사과했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대한적십자사 국정감사에서 김성주 총재는 "기업인으로 지금까지 살며 공인이 돼 본 적 없는 제 짧은 생각이었다. 제가 불찰로 판단을 잘못한 것 같다"며 허리 굽혀 사죄했다.

김 총재는 "대북 교류에 경직성이 있어 많은 분들이 고통을 받고 있었고 안타까운 마음에 4년에 한 번 열리는 아시아·태평양(아태) 지역 적십자사 총재 회의에 참석했다"며 "이 일로 인해 많은 심려와 불편을 끼쳐드려 국민 여러분과 의원들께 깊이 사과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의 불찰과 미숙함으로 생긴 이 모든 사태에 대해 의원들의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이날 김 총재의 국감 뺑소니에 대해 복지위 소속 의원들의 질타와 꾸지람이 이어졌다.

보건복지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 "(국감 불출석 논란은) 김 총재가 임명 과정에서 낙하산 인사 문제로 인해 일으킨 사회적 물의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라며 "국감 불출석은 기관장으로서 총재의 독립적 결정이었으며 그 책임 또한 회피할 수 없는 엄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잘못된 의사결정은 해당 기관 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파급 효과를 미친다는 점을 분명히 기억하길 바란다"며 "더 이상 김 총재의 국민과 국회에 대한 모독을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도 "어떤 피감기관장이 국감 날짜를 정해서 국감을 하느냐"며 "인사말에서도 국회를 무시한 데 대한 사과의 말 한마디도 없다"고 꼬집었다.

같은당 최동익 의원도 "증인은 공직이 처음이라고 하지만 영국 런던에서 정치학을 공부했고 2012년 박근혜 대선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엄청난 정치적 발언과 함께 정치를 비판했다"며 "'공직을 몰라 처음이라 실수했다'는 건 핑계치고 너무 유치한 거 아니냐. 사과를 할 거면 깨끗하게 사과해 달라"고 강조했다.

박윤옥 새누리당 의원도 "국감은 국민을 대신해 국정 전반 사업이나 정책을 점검하고 지적하는 엄중한 자리"라며 "여야를 떠나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국회의 부름에 공공기관의 장인 적십자사 총재가 불출석한 건 용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총재의 전문성과 자질 부족 논란도 도마에 올랐다.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의원은 "총재로 선출된 지 몰랐고 당황했다 것은 그 정도로 전문성이 없었다는 것"이라며 "낙하산·보은인사의 결정판이라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김 총재에게 물었다.

이에 김 총재는 "대선 유세 당시 제가 한 첫 마디가 '저를 붙잡지 말라'는 말이었다"며 "저 자신이 정치적 체질도 아니라는 뜻이고 보은인사였다면 절대 (총재 제의를) 안 받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당 최동익 의원도 김 총재가 과거 한 특강에서 '중국은 돈만 주면 살인까지 한다', '인도는 가난해서 개나 소와 똑같이 산다' 라고 한 발언 등을 꼬집으며 "이러한 발언이 적십자사의 인도주의와 융화가 되는느냐"고 묻자 김 총재는 "인도주의 정신에 맞지 않다"며 "공인이 아니라서 과하게 발언한 것을 사과하고 앞으로 공인으로서 잘 처신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신경림 의원이 2009년 '북한 선교는 내 마지막 미션'이라는 김 총재의 발언에 대해 지금도 같은 생각이냐고 묻자 '네'라고 김 총재가 대답하자 "총재는 정치적, 인종적 등 감정이 개입되지 않아야 된다"며 "여전히 공사구분을 못하는 것 같은데 자질이 없는 거 아니냐"고 비난했다.

앞서 지난 21일 김 총재는 당초 예정된 대한적십자사 국정감사를 이틀 앞둔 가운데 중국으로 출국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국제적십자연맹 아태지역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는 명목이으나 국감을 회피하기 위한 '도피성' 출장이란 비난이 쏟아졌다. 김 총재가 국감에 출석하지 않자 대한적십자사 국정감사는 나흘 뒤에 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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