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왕(魔王)이 아니었던 교주(敎主)의 죽음
[칼럼] 마왕(魔王)이 아니었던 교주(敎主)의 죽음
  • 이종우 칼럼니스트
  • 승인 2014.10.30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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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지난 10월 26일, 가수 신해철이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사망하였다. 그의 사망으로 많은 사람이 슬픔에 잠겨있다. 필자 역시도 가수 신해철을 (가장 좋아하는 음악인은 아니었지만)매우 좋아했고, 청소년 시절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즐겨 듣곤 했다. 그리고 그 때 처음 접했던 음악들은 지금도 필자가 즐겨 듣는 곡들이 많다. 또한 그가 토론 프로그램에서 했던 수많은 발언, 언론과의 인터뷰, 그리고 대중 연설들을 매우 인상 깊게 들었다. 그래서 필자 역시도 매우 먹먹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

필자뿐만 아니라, 그의 동료 가수, 가수 외의 다른 문화계 종사자나 정치인들까지도 그의 죽음을 애통해 하고 있다. 또한 유가족측은 팬들에게도 조문을 개방했고, 이로 인해 많은 팬들이 직접 병원에 찾아와서 조문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고(故) 신해철씨가 소위 ‘뮤지션’ 이상의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며, 신해철씨의 죽음이 현대 문화사의 한 장이 넘어가는 순간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신해철씨의 죽음을 문화적 측면에서 분석하고, 그 분석을 주장하고 있다. 필자 역시도 아는 선에서 신해철의 죽음이 가진 의미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신해철이 발표하는 음악은 거의 매번 당대 대중가요의 풍조와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필자 개인적으로 신해철의 음악이 높게 평가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가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사의 내용이 사랑과 이별로 점철되어 있던 당시 가요계에서, 신해철의 노래 속 가사에는 동네에서 샀던 병아리 ‘얄리’의 죽음을 슬퍼했고, ‘고흐와 니체가 현실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직장, 안정, 은행의 잔고, 돈, 큰 집, 빠른 차, 명성, 사회적 지위가 판을 치는 현실을 보며 이것에 우리의 행복이 있을지 고민’하는 내용이 있었다. 또 커피와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떼우며 정신없이 움직이는 도시인의 삶을 냉소적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였다. 때로는 ‘라젠카’라는 구원자(로봇인가?)를 희망하기도 했고, 좌절하고 있는 연인과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내용의 가사도 노래했다.

또한 신해철은 음악 이외의 활동에서도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100분 토론에 4회에 걸쳐 출연하면서 대마초 흡입의 비범죄화와 간통죄 폐지를 주장하였다. 심지어 ‘동방신기가 아닌 국회를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해야 한다.’는 쓴소리도 했다. 또한 우리나라 음악 청취자가 포용성이 없음을 주장하면서 ‘퍼포먼스 가수가 립싱크를 하는 것은 대중을 위한 일이라 믿고 즐겨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팬들은 그의 머리에 있는 뱀 문신을 보면서, “부엉이 바위에서 ‘미스터 트러블’을 죽음으로 몰았던 ‘쥐’를 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그를 비난하는 악플러나 일부 네티즌에게, 그는 한 번도 비굴하지 않았고, 논리적으로 밀리지도 않았다.

이러한 음악적 역량과 직설적 발언, 그리고 안티 팬들을 대하는 자세로 인해 고 신해철씨는 마왕, 교주라고 불려졌다. 마왕이나 교주, 모두 매우 종교적인 의미를 가진 별명들이다. 그래서 대중적인 스타와 그 팬들을 묶어서 ‘매니아를 넘어서는 하나의 종교’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비틀즈 팬들을 일컫는 비틀매니아가 대표적이며, 신해철의 팬들도 스스로를 ‘신도’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아마 그 스타가 가지고 있는 카리스마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일부 종교인이나 신종교의 창시자들은 이러한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모으곤 한다. 대중문화와 종교가 유사점을 가지는 절묘한 순간이다.

신해철의 ‘마왕’이라는 별명에서도 문화적 의미를 뽑아낼 수 있다. 이것은 미디어나 안티팬들이 고 신해철씨에게 ‘공인’이라는 굴레를 씌우면서, 예술적 상상력과 표현의 자유, 그리고 토론이 가져야 하는 논리성을 무력화시키고 그를 조롱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그러나 고 신해철씨와 그의 팬들이 그러한 비난과 조롱을 쿨하게 받아들이면서 ‘마왕’이라는 별명이 완성된 것이 아닐까? 결국 신해철의 ‘마왕’이라는 별명에서 우리 사회의 일부 언론과 네티즌이 가지고 있는 천박함도 엿볼 수 있다.

사전적 정의로 마왕은 ‘마귀의 우두머리, 혹은 불교에서 정법(正法)을 해치고 중생이 불도에 들어가는 것을 방해하는 귀신’을 뜻한다. 그의 죽음을 접하면서 필자는 ‘신해철이 마왕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보면, 일상에서 신해철은 다른 사람에게 예의 바르고, 자신의 가족들을 사랑하고, 걸그룹을 좋아했던 평범한 40대 아저씨였다. 그리고 신해철은 그 허망한 죽음으로 “죽을래야 죽을 수도 없는 ‘귀신’도 아니었음”을 증명하였다. 그의 죽음은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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