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아파트 경비원 분신사건’ 통해 본 경비원의 삶

   
▲ ⓒ 투데이신문

경비원 39.6%… “언어폭력 당한 적 있다”
“무시하면 쫓겨나게 한다”… 입주민에게 폭언 듣기도
감시순찰부터 대리주차, 조경관리, 청소까지

아파트 경비원, 고용 안전성 확보 선행돼야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최근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한 아파트 경비원 이 모(53)씨가 분신자살을 시도한 사건이 발생했다. 동료 경비원 등에 따르면 평소 한 입주민이 이씨에게 지속적인 폭언과 지나친 간섭, 굴욕감을 주는 행위를 했다. 평소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괴로워하던 경비원 이씨는 결국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그는 전신3도 화상을 입고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다. 화상 치료에만 3~4억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가정형편이 넉넉치 않은 이 씨는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다.   

최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발표한 ‘경비업무 종사자 안전보건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아파트 경비 업무 종사자는 약 18만 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파트 경비원은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분류돼 있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임금수준도 최저임금법의 예외 조항에 따라 최저 임금의 90%만 적용받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경비근로자들의 업무는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감시와 단속’ 외에 다른 업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의 통계를 보면 안전점검(22.1%)에 이어 청소(22%), 택배관리(20.5%), 분리수거(16.6%), 주차 통근관리(12.7%) 순으로 나와 있다. 또한 이 보고서는 경비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직무 스트레스가 임금에 이어 ‘입주민 응대’와 ‘고용불안’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아파트 경비원의 분신 사건은 현재 아파트 경비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입주민 스트레스의 씁쓸한 면을 보여준다. 실제 아파트 경비원의 근무실태와 노동환경은 어떨까. <투데이신문>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고충과 애환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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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 분신 사건… 이면에 입주민 ‘폭언’ 있었다

지난 10월 7일, 서울 강남 압구정동에 있는 신현대아파트에서 경비원 이 모(53) 씨가 분신자살을 시도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를 목격한 입주민에 따르면 당시 아파트 단지 앞에 주차돼 있던 차에 연기가 피어올랐고 잠시 후 경비원 이씨가 얼굴을 제외한 온 몸에 불이 붙은 채 차에서 내렸다. 이 모습을 멀리서 목격한 주민 호 모(66)씨가 “바닥에 뒹구르세요!”하며 소리를 질렀지만 워낙 거리가 멀어 소리가 전달될 리 없었다. 호 씨가 황급히 그에게 달려가는 중 동료 경비원이 소화기를 들고 나타나 불을 껐다. 이를 지켜본 한 여성도 황급히 119에 신고했고 이씨는 몇분 뒤 병원에 이송됐다.

평소 성실하고 활달한 성격이었던 경비원 이씨. 그가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에는 평소 한 입주민의 폭력적인 언행과 비상식적인 행위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가 신현대아파트로 온 것은 올해 초였는데 그가 근무하던 동을 옮기면서 입주민 A(여‧74)씨의 심한 폭언과 괴롭힘으로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민 A씨는 지속적으로 적게는 40분, 많게는 1시간 정도 경비원 이씨에게 가서 잔소리를 했다고 한다. 분신자살을 시도한 당일 아침에도 A씨는 30분이 넘도록 이씨를 따라다니며 폭언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5층에서 음식을 던지며 먹으라고 했고 먹지 않을 경우 초소로 찾아와 먹는지 여부를 확인하곤 했다. A씨는 평소 분리수거 상태를 확인하며 이씨에게 큰소리를 쳤고 얼굴에 닿을 정도로 삿대질을 하며 심한 모욕감을 주곤 했다. 그로 인해 이씨는 우울증 약까지 복용하며 일했다고 동료들은 말했다.

그동안 모욕감을 참아오던 경비원 이씨는 결국 세상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해당 근무지를 배정한 팀장을 원망하는 내용과 함께 “여보, 이 세상 당신만을 사랑해. 먼저 세상 떠나니 나를 찾지 마요”라는 글이 담겨 있었다.

A씨에 대해 주민 박 모(50) 씨는 “그 분은 주민들도 무서워서 피할 정도다. 그 할머니가 경비원 아저씨한테 말을 함부로 하고 마른 떡을 5층에서 던진 후 이를 먹나 안 먹나 감시했다고 하더라”라며 “눈을 뒤집힐 정도로 악다구니를 쓰며 (이씨에게) 소리를 지르고 야단을 칠 때는 손가락으로 눈을 찌를 정도로 삿대질한다고 들었다”며 안쓰러운 마음을 전했다.

주민 S모 씨는 “우리 아파트 주민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주민들이 경비원 아저씨들에게 맛있는 것이 있으면 갖다 드리기도 하고 잘 지내는데 이런 사건이 발생해 안타깝다”라고 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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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의 24시 살펴보니…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어”

24시간 주민을 지켜주는 아파트 경비원의 하루가 어떤지 궁금했다. 분신을 시도한 이씨와 같은 아파트에서 근무하고 있는 2년차 경비원 김 모(61)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젊은 시절, 직원까지 두며 번듯하게 회사를 운영했던 김 씨는 사업이 어려워지자 경비직에 뛰어들었다. 이 일을 시작하고 6개월 동안은 ‘상상초월’이었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열흘만 버텨보라”는 아내의 말에 묵묵히 버텨냈다.

경비원 김 씨의 하루 일과는 대략 이렇다. 그의 출근시간은 아침 6시. 이 시간이 되면 출근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아파트는 그야말로 전쟁터가 된다. 자동차 키를 받으러 오는 주민에게 키를 건네주고 이곳 저곳에 주차된 차를 막고 있는 차량을 밀어야 한다. 오전 7시 30분 정도가 되면 차들이 어느 정도 빠져나가는데 이후 청소를 시작한다. 담당 아파트 동 입구와 길목을 청소하는데 보통 낙엽이 안 떨어지는 날은 1시간, 낙엽을 치워야 하는 날에는 3~4시간이 걸린다. 청소를 하다가도 주민이 부르면 그 자리에서 빗자루를 놓고 달려가 주차된 차를 손으로 밀거나 택배를 받는다. 방문증을 끊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방문증도 발급해줘야 하고 주민들이 반상회비를 내러 오면 받아야 하는 등 각종 민원을 처리한다. 정말 이럴 때는 몸이 하나인 것이 야속할 따름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시간이 흐르면 어느덧 점심시간이 된다. 집에서 가져온 반찬과 고추장을 밥에 비벼 먹는다.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먹을 시간조차 없기 때문에 비빔밥은 그의 주 메뉴다. 밥을 먹으면서도 택배나 세탁물을 받느라 수저를 놓아야 할 때가 부지기수다. 오전 12시부터 1시까지는 공식적인 휴식시간이지만 초소를 비울 수 없다.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입주민들이 ‘경비가 일을 안 한다’며 항의하거나 사무실에 전화하기 때문에 늘 긴장하며 초소를 지켜야 한다. 화장실 가는 것조차 눈치가 보인다.

점심을 먹은 후 시간이 나면 틈틈이 조경을 관리하는 전지작업도 하고 분리수거도 한다. 분리수거가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면 냄새나는 쓰레기를 뒤져 다시 정리해야 한다. 초저녁이 되면 퇴근하는 차량 때문에 아파트는 또 한번 전쟁터가 된다. 경비원에게 대리 주차를 부탁하는 경우도 있고 주차할 곳이 없다는 이유로 통행로에 차를 대버리고 가는 주민도 있다. 주차관리는 김 씨의 몫이다. 모두가 잠드는 자정이 되면 한 시간씩 아파트 야간 순찰을 돈다. 거동이 수상한 사람을 예의주시하고 술에 취한 사람을 집으로 돌려보내기도 한다. 아파트 입구에 토사물이 있으면 코를 막고 토사물을 치워야 한다. 새벽에 조금 눈을 붙이지만 초소로 다가오는 주민의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잠에서 깬다. 요즘에는 밤에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아 늦은 시각에 자동차 키를 달라고 하거나 대리 주차를 부탁하러 오는 주민이 있다. 새벽에 주차를 할 때면 행여라도 접촉사고를 낼까봐 긴장을 하는 탓에 쏟아지는 잠이 다 달아난다. 그렇게 눈코 뜰 새 없이 움직이고 나면 어느덧 아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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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교대 근무로 만성피로 호소… “잡부처럼 일하느라 몸은 만신창이”   

어떤 이는 경비 일을 두고 ‘순찰만 도는 한가한 일’라고 하지만 실상은 이와 다르다. 감시순찰을 비롯해 각종 택배‧우편업무, 주차관리, 조경작업, 청소(낙엽쓸기), 분리수거 등 경비원의 업무는 강도가 세고 그 범위도 넓다. 2교대인데 24시간 근무하고 하루를 쉬는 식이라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경비원도 많다.

경비원들은 낙엽을 쓸거나 분리수거도 담당한다. 그런데 일부 몰지각한 입주민들이 음식물과 일반 쓰레기를 같이 버리거나 제대로 분리하지 않고 배출해 경비원들이 몸살을 겪기도 한다.

아파트 경비원 4년차인 P모 씨는 “매일 먼지를 마시며 청소하다 보니 집에 가서 씻으면 구정물이 나오거나 기침을 하면 새까만 가래 침이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비원이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초소의 환경이 열악한 곳도 있었다. 기자가 방문했던 P씨의 초소에는 택배가 가득했다. 그는 “택배가 너무 많이 와서 숨쉬기가 어려울 정도”라며 “겨울에 난로까지 피우게 되면 숨쉬기가 힘들고 정말 답답하다”고 푸념했다. 그나마 날씨가 좋은 날에는 택배 온 물건을 밖으로 내놓을 수 있지만 비가 오는 날은 모든 물건을 초소 안에 둘 수밖에 없다. 택배를 직접 찾아가는 사람이 대다수지만 일부는 직접 집으로 갖다주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2평 남짓의 초소에는 여기 저기 구멍이 있었는데 가끔 구멍에서 벌레가 나오기도 한단다. 천장에서 비가 새 나무판자로 덧대놓았거나 벽이 지저분해 흰색 페인트를 바른 흔적도 있었다.

경비원들은 주민들이 무거운 것을 들고 갈 때 외면할 수 없다. P씨는 “아파트 입구에 장애인 통로가 없어서 고령의 할머니, 장애인, 유모차가 있으면 직접 들어서 안내해줘야 한다”며 “심지어 무거운 여행가방이나 골프가방을 들어준 적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아파트마다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일부 아파트에서는 경비원이 주차 관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엄밀히 따지면 ‘주차관리’는 경비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래도 자동차 키 관리를 비롯해 대리주차, 잘못 주차돼 있는 차를 손으로 밀어 공간을 확보하는 등의 일을 해야 한다.

주차 시 무엇보다 자동차를 손으로 미는 것이 제일 힘들다고 경비원들은 입을 모았다. 보통 자동차 키를 경비실에 맡기지만 키를 주지 않는 주민이 있으면 손으로 차를 밀어야 한다. 일부 경비원은 차를 밀다가 인대가 늘어나거나 관절염에 걸리기도 한다. 또 어깨, 다리 등에 통증을 호소하기도 하고 허리가 다치는 경비원도 있다. 무엇보다 황당한 것은 주민이 경비원에게 차를 밀어달라고 한 후 본인은 차 안으로 들어가버리는 것이라고. 한 경비원은 “그나마 같이 밀면 덜 힘들 텐데 혼자 미니까 온 몸이 쑤시고 아프다. 정말 힘들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비원 박 모(56) 씨는 “초소를 잠시 떠나서 쉬고 싶어도 주차관리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며 “운전할 때도 항상 긴장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받을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하루에 차를 20~30대씩밀다 보니까 몸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일부 경비원은 관절이 망가져 수술하는 경우도 있고 허리가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앞으로 미는 것이 힘들어 뒤로 미는데 그러다 보면 다리에 무리가 간다. 가장 밀기 힘든 차는 무게가 많이 나가는 외제차라고 한다. 게다가 평지가 아니라 오르막 길에 있는 차는 몸부림치며 밀어야 겨우 움직인다. 

무엇보다 경비원들이 가장 겁을 내는 것은 접촉사고다. 운전을 아무리 잘해도 새로운 기종의 차를 몰거나 좁은 곳을 주차하다보면 실수로 옆 차를 긁거나 부딪히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경비원이 수리비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경비원 J모(56)씨는 “한 경비원은 주차하다가 차 두 대를 박아 변상액이 1200만원이 나오는 바람에 딸 결혼자금으로 모아둔 돈을 수리비로 문 적도 있다”고 전했다.

언어 폭력에 협박까지… “입주민 상대가 제일 힘들어”

경비원들이 육체적인 일보다도 힘들어하는 것은 ‘입주민을 상대하는 일’이다.

경비원 김 씨는 경비일을 하면서 겪은 사례를 기자에게 하나씩 풀어놓았다. 어느 날, 한 주민이 차에서 내리면서 김 씨에게 시루떡을 건네줬다고 한다. 마침 배도 고팠고 따끈따끈한 떡을 준 것이 고마웠던 그는 주민에게 연신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초소에 와서 봉지를 뜯어 떡을 꺼냈는데 떡 한 쪽을 보니 입으로 베어 문 자국이 있는 게 아닌가. 그는 자신의 손에 든 따뜻한 떡을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한 주민이 줄 것이 있다며 자신의 집으로 따라오라고 해서 갔더니 오징어포를 줬다. 그는 “선물을 줘서 감사하다”며 인사한 후 초소에서 봉지를 열어 봤는데 오징어포에는 시커먼 곰팡이가 여기저기 피어 있었던 적도 있었다. 심지어 주민에게 협박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 어느 날 한 입주민이 그에게 와서 말하기를 “우리 남편이 해군사관학교 출신이다. 만약 우리 집안을 무시하면 소장한테 얘기해서 다른 곳으로 쫓겨나게 하거나 추석 때 보너스를 못 받게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적도 있었다. 이런 수모를 당할 때마다 그는 아무 말도, 내색도 하지 못하고 속으로 울어야 했다.

김 씨는 “‘이런 일을 겪으면서까지 내가 여기 있어야 하나. 한번 들이받고 그만둘까?’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며 “설령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따지고 싶어도 입주민이 사무실에 항의할 것 같아 참는다. 집에 가서도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말도 못 한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아파트 경비원 주모(56) 씨는 “아파트마다 다르지만 일부 아파트의 경우 주민과 직접 부딪히는 일이 많다”며 “경비원을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주민이 있는 반면 입이 거친 주민도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지난 8~9월 서울 노원구 아파트 단지에 근무하는 경비원 1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39.6%가 언어폭력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언어폭력 경험자의 69.4%는 언어폭력의 가해자로 입주민과 방문객을 꼽았다. 신체적 폭력이나 위협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도 8.9%에 달했다.

경비원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참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주민들의 민원 하나로 자리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관리사무실이나 용역업체에서도 “화나거나 짜증나는 일이 있어도 그냥 무시하거나 참으라”라는 식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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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주민 생명과 재산지키는 자… “하인처럼 대하지 말라”

노동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경비원의 고용 안전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한인임 연구원은 “아파트 경비근로자들은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해도 어떤 행동을 취하기가 어렵다”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이에 대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매년 계약을 새로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 연구원은 “아파트 경비원들은 분리수거와 청소를 비롯해 무거운 택배를 들어야 하고 주차도 해야 한다. 심지어 가지치기까지 하는 등 많은 일을 하고 있다”며 “이렇게 많은 일을 시키는데 이들을 아직도 ‘감시단속 노동자’라고 규정지어 불합리한 처우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 

아파트 경비원의 노동인권 보장을 위해서는 고용노동부, 아파트입주자 협회가 앞장서서 경비원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각 지자체에 있는 ‘공동주택 관리 규약’에 이들의 업무를 재구성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사회적으로 경비원 근무환경 개선에 대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경비원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전환이 더욱 시급한 상태다.  

경비원 주모(56)씨는 “경비원은 입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사람”이라며 “부디 우리 경비원들을 하인처럼 생각하거나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한 경비원 P 모 씨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나. 주민들이 힘들게 일하는 경비원들을 격려해주고 말 한마디라도 좋게 해주면 위로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기자가 취재하면서 만났던 한 경비원은 “두발로 출근해서 네 발로 퇴근한다”며 씁쓸해했다. 그들의 노고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말인 듯했다. 보통 경비원들의 연령대는 50대에서 70대 사이가 많은데 이는 우리의 아버지 연배다. 2평 남짓의 비좁은 초소에서 쪽잠을 자며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경비원. 때로 노예 취급을 당하는 경비원도 한 가정의 아버지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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