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여·야 한발씩 물러나…진상조사는 유족 뜻에 맡겨
안전시스템은 정부 뜻에…해경·소방청은 국민안전처로 흡수

참사 초기 특별법 조기제정 청신호…그러나
8.7합의 후 사회적·정치적 갈등 최고조에 달해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295명의 고귀한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199일째 되는 지난 10월 31일 세월호특별법을 포함한 이른바 ‘세월호 3법’이 일괄 타결됐다. 지난 반년동안 ‘세월호’라는 단어는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온 사회를 버겁게 했다. 특히 정치권은 참사 초기 앞 다퉈 진상조사와 책임자엄중처벌을 약속했지만 2차례의 여야합의 파기 등 지루한 샅바싸움을 이어갔다. 일단 이번 타결로 정치권은 큰 숙제를 해결한 셈이다. 하지만 아직 풀어야할 과제는 남아있다. 진상조사위 구성 과정 등에서 여야가 이견을 보일 수 있고, 유가족에 대한 배상과 보상 문제가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세월호로 얼어붙었던 정국이 해빙기에 접어들지 두고 볼 일이다.

세월호3법, 밀당 끝에 마무리

여야는 지난 10월 31일 세월호특별법, 정부조직법, 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일명 유병언법) 등 세월호관련 3법에 대한 일괄 처리에 합의했다. 세월호특별법은 새누리당이, 정부조직법은 새정치민주연합이 각각 자신들의 주장을 양보하면서 소위 '빅딜' 협상 하에 성사됐다.

이에 여야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국민안전 보장을 위한 정부조직 개편, 범죄수익을 은닉하는 행위를 뿌리뽑기 위한 3가지 법안이 패키지로 결합된 ‘세월호3법’을 오는 11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정 처리하기로 했다.

이날 오후 4시 반부터 시작된 협상은 여야가 밀고 당기기를 거듭하며 3시간40분간 진통 끝에 마무리됐다.

협상에 나선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공무원 연금개혁안의 연내처리를 주장했고,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백재현 정책위의장,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과 해외자원 개발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면서 힘겨루기를 했다. 결국 공무원 연금개혁안과 국정조사에 대한 논의는 추후에 하기로 하면서 갈등은 봉합됐다.

여야는 세월호 참사 직후인 4월부터 세월호법 처리에 몰두했지만 첨예한 입장차로 쉽게 타결을 이루지는 못하고 국회 파행까지 이르게 한 세월호 정국이 일단락된 것에 대해 흡족해하는 분위기다. 다만 여야가 세월호 진상조사위 구성·활동과 관련, 위원장 선출이나 증인채택 문제 등을 놓고 또다시 첨예한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합의사항 내용은?

이번에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특별법, 정부조직법, 그리고 일명 유병언법을 총칭하는 세월호3법의 내용에는 무엇이 담겼을까? 일단 이번 합의에는 ‘진상조사는 유족의 뜻을 존중하고, 안전시스템은 정부구도대로 간다’라는 입장이 기본이 됐다. 각 항목별 합의 사항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세월호특별법

세월호특별법과 관련해서는 진상조사를 담당할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위원회)'를 구성하고, 상임위원 5명을 포함해 총 17명을 선출하기로 했다. 그리고 위원회에는 진상규명 소위원회, 안전사회 소위원회, 지원 소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위원회 위원은 여야가 각각 5명(상임위원 각 1명 포함)을 추천해 국회가 총 10명을 선출하고 대법원장이 2명(상임위원 1명 포함), 대한변호사협회장이 2명(상임위원 1명 포함)을 지명키로 했다. 희생자가족대표회의는 3명(상임위원 1명 포함)을 선출한다.

특위 위원장은 희생자가족대표회의가 선출하는 상임위원이 맡는다. 사무처장을 겸하는 부위원장은 여당 추천 상임위원이 맡고, 진상규명 소위원장은 야당 추천 상임위원이 각각 맡기로 했다. 특위는 참사와 관련 있다고 인정되는 장소와 시설에 들어가 관련 자료에 대해 실지 조사를 할 수 있다.

위원회의 의사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되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명시했다.

특위는 구성을 마친 날부터 1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한다. 다만 위원회 의결로 1회에 한해 6개월 이내에서 활동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또 종합보고서와 백서의 작성과 발간을 위해 1회에 한해 3개월 이내에서 활동기간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다.

청문회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실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청문회에 출석·선서·증언하지 않거나 허위의 증언 등을 한 증인 등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의 형사 처벌하기로 했다.

그동안 세월호특별법 제정의 발목을 잡았던 특별검사후보 선정에 있어서 새누리당은 유족들과 상의해 유족들이 명시적으로 반대하는 후보는 추천하지 않기로 했다.

새정치연합은 특별검사 선정에 있어 유족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 특별법TF(태스크포스)위원과 유족대표, 유족대리인을 구성원으로 하는 '5인 협의체'를 운영해 조사위원회 위원,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 특별검사후보군을 선정한다.

또한 여야는 세월호 참사 관련 피해자와 피해지역에 대한 배·보상과 지원에 대한 논의도 조속한 시일 내에 실시하기로 했다.

▷정부조직법

정부조직법은 6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원안대로 처리하기로 했다. 주요 골자는 국가 재난 시스템 재정비와 해양경찰청 해체 및 총리실 산하에 재난 컨트롤타워를 세우는 것이다.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을 폐지하고 신설되는 국무총리 산하 ‘국민안전처(장관급)’로 통합하기로 했다. 국민안전처는 향후 국가적 재난관리를 위한 재난안전 총괄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또 대통령비서실 산하에 재난안전비서관도 두기로 했다.

현행 해양경찰청과 소방방재청은 일부 업무를 조정해 국민안전처의 차관급 본부(치안총감이 본부장인 해양경비안전본부, 소방총감이 본부장인 중앙소방본부)로 설치한다.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해 부본부장(또는 치안정감 및 소방정감이 보좌하는 기관)을 두기로 했다.

해양경비안전본부는 국민안전처 장관의 지휘 아래 인사와 예산의 독자성을 유지하며 해상에서 발생한 사건의 수사에 대한 권한을 행사한다. 해양교통관제센터는 해양수산부와 해양경비안전본부가 공동관리한다.

중앙소방본부는 국민안전처 장관의 지휘 아래 인사와 예산의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소방·구조·구급 등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소방안전세 도입을 통한 소방 예산 확보와 지방직을 단계적으로 국가직으로 전환한다. 동시에 인력충원도 추진한다.

또 국무총리 산하에 공무원 인사와 공무원 연금 등을 다루는 인사혁신처(차관급)를 두기로 했다. 교육, 사회, 문화정책에 관한 부총리를 두되 교육부 장관이 겸임하는 정부안대로 합의됐다.

▷유병언법

‘유병언법’은 사망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재산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상속·증여돼 추징할 수 없게 된 현행법상 허점을 보완해 다수의 인명 피해가 난 사고에 대해서는 제3자에게도 추징판결을 집행할 수 있게 했다. 다시 말해 추징 대상자의 재산이 자식 등에게 상속·증여된 경우에도 몰수 대상에 포함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몰수·추징 판결 집행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과세정보, 금융거래정보 등의 제공 요청, 압수, 수색, 검증영장의 도입 등 재산추적수단을 강화시킬 방침이다.

유벙언법이라 불리는 범죄수익은닉 규제처벌법은 여야 간 큰 쟁점 없이 순조롭게 타결됐다. 다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재산권에 대해 과도한 침해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타결까지 우여곡절 199일

여야는 협상 기한 마지막 날이자 세월호 참사 발생 199일째인 지난달 31일 세월호3법을 일괄 타결했지만 그 과정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비통에 잠긴 초기만 하더라도 세월호특별법은 금방이라도 처리될 듯 보였다. 참사 한 달 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특검도입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그리고 7월 10일에도 박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간 면담에서도 특별법 조속처리가 다시금 강조됐다.

그러나 특별법 조기 제정의 약속은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할지 여부를 두고 여야간 대립이 극에 달하면서 공염불이 되어버렸다. 유가족과 야당은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를 강하게 주장했지만 여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8월7일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1차 합의안이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간에 이뤄졌지만,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반대로 재협상을 추진하기에 이르렀고 같은 달 19일 2차 합의안이 마련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세월호 유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고(故)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47)씨의 단식과 교황의 방한으로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최고조에 달했고 그만큼 정치권 분위기도 급속도로 냉각됐다.

이 여파로 새정치연합 박영선 당시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탈당까지 시사하는 등 혼란은 극에 달했다. 탈당 논란을 일으킨 박영선 당시 원내대표가 나흘 만에 당무에 복귀해 당을 수습했고 여야는 가까스로 지난 9월30일 세월호특별법 협상 타결을 이뤄냈다. 여기에 유가족대책위원회 간부진의 대리기사 폭행사건으로 유가족의 발언권이 위축된 것도 한 계기로 작용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후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우윤근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새로 꾸려 새누리당, 세월호 유가족과 세월호법과 관련한 추가 협상을 벌였고 결국 여야는 세월호3법에 대해 일괄 합의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