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KT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보고회' 열려

   
 

KT, 명퇴거부자에 온갖 괴롭힘 가해…감시·직무전환·원거리발령·따돌림
CFT 근무자들 ‘정신적 고통 호소’…높은 자살율·돌연사율로 이어져
KT 괴롭힘 ‘명백한 위법행위’…“피해자들 구제 장치 마련 시급”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KT는 명퇴거부자들에게 미행 등을 통한 지속적인 감시, 생소한 직무 부여 또는 잦은 직무 전환을 통한 실적 부진 유도, 원거리 발령, 조직 내에서의 따돌림 유도 등 모욕적이고 차별적인 괴롭힘을 가하며 인력 퇴출을 유도해왔다”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이인영의원실, 은수미의원실, KT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연구팀이 주최한 ‘KT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보고회’가 개최됐다. 해당 보고회에는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인권운동사랑방 등 인권단체와 KT새노조 등이 참석했다.

KT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연구팀에 따르면 KT는 지난 4월 역대 최대 규모인 8300여 명의 노동자들을 강압적인 명예퇴직을 통해 구조조정하면서 명예퇴직 신청 거부자들을 CFT(Cross Function Team)라는 신설조직에 배치시켰다.

   
 

이에 대해 KT는 현장지원 강화를 위해 CFT를 신설했다고 주장했으나 명예퇴직 신청 거부자들은 명확한 업무 지정도 없이 원거리 출퇴근을 해야 하는 곳에 전보 조치됐다. 이후 이러한 KT의 행태에 대해 지난 2003년 ‘상품판매전담팀’, 2006년 일명 ‘C-Player’로 불리는 인력 퇴출프로그램을 운용한 것의 연장선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KT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연구팀은 “KT가 경영효율화 명목으로 체계적인 경영전략 아래 노동자들의 존엄을 침해하는 괴롭힘 행위들을 벌였다”며 지난 4월 KT가 단행한 명예퇴직을 거부해 CFT에 배치된 근로자 291명을 대상으로 8월11일부터 22일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CFT에 배치된 근로자 291명 중 189명(86.3%)이 지난 4월 명예퇴직 요구를 받았다. KT가 근로자들을 CFT에 배치시킨 이유로는 “업무 능력 부족” 또는 “현장 업무 지원 강화”와 같은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함이 아니라 “명예퇴직을 거부했기 때문에”가 가장 많았으며 “노동조합 활동”도 중요한 이유가 됐다.

명예퇴직을 요구하는 수준은 대부분 강압적이거나 불이익이 우려될 정도의 압박 수준이었다. 자발적인 의사를 존중하는 선에서의 권고 수준은 불과 25%에 머물렀다.

   
▲ 'KT 직장 내 괴롭힘' 도표 /사진제공ⓒ KT 직장 내 괴롭힘 연구팀

이 뿐만 아니라 명예퇴직 요구에 불응하는 근로자에게는 인사상 불이익 예고(57.0%), 기존 업무에서의 배제(55.7%), 계속적인 면담 요구(34.8%), 조직구성원들로부터의 집단 따돌림 (12.7%), 모욕적인 언행(10.4%), 사내 메신저 감시(9.5%), 과도한 업무부여(7.2%), 업무 실수에 대한 과도한 비난(3.6%), 휴대폰 통화내역 열람(3.6%), 미행(2.3%), 가족에게 연락해 회유(1.8%), 물리적인 폭력(0.5%)등 비인격적 조치가 행해졌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러한 KT 직장 내 괴롭힘은 CFT 근무자들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점이다. CFT 근무자들은 괴롭힘을 당한 수준이 심각할수록 신체화, 강박증, 대민예민성, 우울, 불안, 적대감, 공포불안, 편집증, 정신증 모든 항목에서 일반 인구에 비해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KT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연구팀은 “KT는 민영화 이후 경영효율화를 이유로 계속적인 구조조정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침해하는 모욕적이고 차별적인 괴롭힘을 가하며 인력 퇴출을 유도해왔다”며 “이는 미행 등을 통한 지속적인 감시, 생소한 직무 부여 또는 잦은 직무 전환을 통한 실적 부진 유도, 원거리 발령, 조직 내에서의 따돌림 유도 등이 전형적으로 동원된 방식”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정한 퇴출 대상자들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에도 구조 조정을 무기로 하는 강박적인 성과 경쟁이 이루어졌기에 KT노동자들은 고강도의 스트레스에 상시적으로 시달려왔고 그 결과는 KT노동자들의 높은 자살율과 돌연사율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KT의 괴롭힘을 못 견딘 한 KT퇴직자는 “운전도 못하는 나를 현장에 나가라고 했다. 공구가방에 다 들어가지도 않는 장비를 집에서 배낭을 가져와 다 집어넣고 걸어갔다. 시내버스가 언제오는지 물어보니 한 시간에 한 대 꼴로 온다기에 우리 전화국에서 5km떨어진 영동대학교까지 걸어갔다. 고개를 넘고 공동묘지를 지나서 걸어가는데 끝이 보이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이어 “회사로 돌아와 팀장님에게 차도 없는 나에게 그렇게 먼 곳을 주면 어떻게 하냐고 말하자 팀장님은 자신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후 2006년도 12월에 우리 팀장이 충주로 발령이 났다. 회사에서 나를 자르라고 했는데 그 분이 못 잘랐기 때문에 문책성 인사를 당한 것 같았다. 그 때 ‘나 때문에 쫓겨나는 사람도 있구나’ 그런 생각에 너무 자괴감이 들었다. 이러한 KT의 괴롭힘 때문에 항상 스트레스를 가슴에 품고 살았다. ‘정말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인권운동사랑방 명숙 연구자는 “근무자들에 대한 괴롭힘이 하나의 경영전략으로 쓰이고 있는 KT의 실태를 사회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며 이와 더불어 생각해봐야 할 것은 이에 대한 마땅한 제재가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근로자들이 괴롭힘을 마냥 참고 견뎌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며 괴롭힘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근로자들은 숨 쉬면서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 분노했다.

   
 

대신증권 ODS 이남현 지부장은 “‘겨울산을 등반하고 인증 사진을 찍어라, 복지시설에서 일하고 인증 사진을 남겨라’ 등 어려운 과제를 부여해 잔류의지를 없앤다”며 “복지시설에서 일하는 것은 자발적으로 하면 좋은 봉사활동이 되지만 회사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행해지는 일은 근로자들에게 마치 범죄자들이 사회봉사명령을 받고 일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이 때문에 근로자들은 자괴감, 모멸감 등을 겪고 힘들어 하게 된다”고 분노했다.

   
 

KT새노조 이해관은 위원장은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 무한 반복 프로그램의 등장으로 KT노동자들은 급격히 위축됐다. KT노동자들은 그야말로 퇴출대상자로 선정될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잦은 직무 변경과 근무지 변경은 노동자들에게 적응장애를 불러올 수밖에 없었고 이는 고스란히 KT노동자들의 스트레스 증가로 이어졌다. 114 출신 여성을 전봇대에 올라가 인터넷을 개통하라고 지시한 후 이를 이행하지 못했다고 온갖 뺑뺑이를 돌리다가 울릉도로 보내 해고시킨 사례, 7년 동안 홀로 섬에서 근무한 노동자 사례, 경상도 사투리가 심한 노동자를 전라도 고흥으로 보내 민원처리를 시킨 사례, 청각 장애인을 콜센터로 발령낸 사례 등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심각한 직장 내 괴롭힘 사례가 보고됐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직장 내 괴롭힘을 제재할 제도와 관행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며 “직장 내 괴롭힘이 노동자의 인격과 건강을 침해하는 위법행위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러한 사회적 괴롭힘이 중단될 수 있도록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