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칼한 단성 막걸리와 뜨끈한 보양식 어탕이 일품!

▲ 자굴산

지난 11월 1일과 2일은 비 소식이 있어 암벽등반을 떠나기에는 무척 고민되는 주말이었다. 암벽등반을 하는 이들에겐 11월이 거의 막바지달이라서 비 소식은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하고 암벽등반 대신 지인들과 함께 지리산으로 1박2일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첫날인 1일 오전 6시30분 2‧7호선 건대입구역에서 일행을 만나기로 하여 대충 짐을 꾸려 부지런히 집을 나섰다. 1박에 필요한 세면도구와 수건, 옷가지 등만 챙겨 넣으니 배낭도 발걸음도 가볍다. 마치 소풍 가는 기분이다. 식사는 3식을 사먹기로 하여 취사도구도 필요 없고, 숙박도 펜션에서 묵기로 하였으니 침낭, 텐트, 타프도 필요 없다. 일행 중 몇몇이 지체되는 바람에 7시가 조금 넘어 출발했다.

최종목적지인 중산리 주차장까지는 300km가 조금 넘는 거리이고 소요시간은 4시간이 조금 넘을 듯하다. 서울을 출발할 때는 몰랐는데, 충청도가 가까워지면서 눈에 비치는 산자락마다 단풍이 한창이다. 그리고 충청도를 지나 전라도로 넘어오니 아직은 단풍이 덜 들었다.

   
 

단성IC를 지나 처음으로 들른 곳은 단성양조장이다. 이곳의 막걸리가 맛있다고 하여 시식을 해보니 과연 어릴 때 필자가 강원도에서 맛보았던 막걸리 맛과 비슷하다. 양조장을 경영하시는 사장님 말에 따르면 일반적인 대량 유통되는 막걸리와는 다르게 이곳의 막걸리는 끝 맛이 칼칼한 게 특징이다. 별명이 막회(막걸리협회회장)라고 할 만큼 막걸리 애호가인 일행 중 한명이 맛을 보더니 칼칼한 막걸리 끝 맛에 꽤 흡족해 했다. 총 9명인 우리 일행은 이곳에서 약 4만원어치 막걸리를 구입하고 점심식사 장소로 이동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향한 곳은 지리산 대원사 계곡이다. 땅이 조금 젖어 있고 날이 어둑어둑하기에 산행은 무리라 판단하여 계곡트래킹을 하기로 하였다.점심 메뉴는 우리콩으로 만든 순두부집에서 모두부와 해물순두부로 선택했다. 순두부집 반찬 맛을 보니 깔끔하다. 특히 나물이 일품이다. 점심 식사와 곁들여 구입한 단성막걸리로 반주 한잔을 하는데, 맛이 진해서인지 몰라도 속이 조금 얼큰해진다.

▲ 대원사

대한불교 조계종 소속의 대원사는 지리산 남쪽 골짜기에 있는데 548년(진흥왕 9)에 연기(緣起)가 창건하였고, 1913년 방화로 소실된 것을 1955년 법일(法一)이 중창하였다. 뒤에는 암자인 사리전(舍利殿)이 있는데, 주로 타지에서 수도하러온 비구니 사찰이다. 경내 수도원 옆에는 9층의 반광탑(反光塔)이 있는데 1300년 전 자장율사가 건립한 석탑으로 높이가 약 7m이다. 이 탑은 철분을 많이 함유하여 붉은 물이 베어 나와 강렬한 인상을 주며, 국가의 중대사가 있을 때마다 파란빛을 발한다는 전설이 있다. 그리고 절 근처에는 옛 선비들이 수학했다는 거연정(居然亭), 군자정(君子亭)등이 있다. 수수약수(首水藥水)도 물맛으로 유명하다.

공원관리사무소에서 약 500m쯤 거리에는 소나무와 100m 절벽의 암반과 맑은 계곡물이 있어 운치를 더하고, 그 아래로 흐르는 물은 맑으며, 절의 아래와 뒤에는 노송이 울창한 수림을 이룬다. 이 절의 좌ㆍ후방에 있는 계곡을 따라 천왕봉에 이르는 등산길은 18㎞이다. 등산로를 따라 8㎞까지는 마을이 있어 폭이 넓은 길로 되어 있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데 지리산 자체가 워낙 넓고 깊어서 그런지 내려오는 물줄기가 엄청난 수량을 자랑한다. 계곡마다 노랗고 빨간 단풍이 지천으로 눈에 들어온다. 단풍을 보고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문득,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순환에 대한 사색에 빠졌다.

▲ 대원사 계곡길

대원사를 둘러본 후 숙소가 위치한 중산리 주차장으로 향하였다. 지리산 바로 밑자락에 위치한 펜션이라 빈 방이 있을까 걱정했지만 운 좋게도 방을 구할 수 있었다. 숙소에 여장을 풀고 단성양조장에서 사온 막걸리로 속을 데운 뒤 우리는 산청에서 어탕으로 유명한 곳으로 향했다. 어탕은 산청에서 잘 알려진 음식으로 ‘어탕’과 ‘어탕국수’가 있다. 어탕과 어탕국수는 들어가는 재료는 같으나 쌀을 넣어 끓이면 어탕이고 국수를 넣어 끓이면 어탕국수이다. 어탕은 모래무지·피라미·꺽지·붕어·미꾸라지 등을 잡아 뼈를 추린 뒤 풋고추·호박·미나리 등의 채소를 넣고 푹 끓인 탕에 밥이나 국수를 말아 만든다. 산청은 1급수인 경호강이 흘러 1급수 물고기를 쉽게 구할 수 있어 어탕으로 유명해진 것 같다. 전형적인 경상도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어탕을 먹고 어떤 이는 ‘어탕이야말로 보약 한 첩을 먹은 것 같다’고 한다. 잡어탕의 가격은 2~3만원으로, 10명 정도 인원이면 3만원 짜리 2개정도 주문하면 충분할 것 같다.

다음날 새벽4시부터 창밖에서 들려오는 버스소리에 잠을 깼다. 아직 어두컴컴한 새벽인데도 버스의 행렬은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중산리는 천왕봉을 제일 짧게 올라갈 수 있는 코스이기에 당일 산행으로 오는 등산객들이 많다. 그리고 새벽에 올라야 천왕봉에서 일출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른 시간 도착하는 버스가 많다.

상경하는 차량들로 막힐 것을 대비해 정오 12시쯤 출발하기로 한 우리는 근처의 한수산과 자굴산을 둘러보는 것으로 오전 일정을 잡았다. 자굴산은 4~5월 온 산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철쭉으로 유명한 산이다. 자굴산과 한수산 중턱까지 차량으로 올라 경관을 감상한 후 점심식사로 추어탕을 먹었다. 이곳(단성)의 추어탕은 남원의 추어탕과는 달리 맑은 국물에 미꾸라지 살점을 넣어 끓인 후 방아 잎을 얹어서 내 온다. 비위가 약한 분은 미리 방아 잎을 빼달라고 주문을 하면 된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우리 일행은 서울로 향했다. 맛있는 음식과 청정 지리산이 내뿜는 맑은 공기가 몸과 마음을 더 단단하게 해준 건강한 1박 2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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