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르카 시장, 자신의 부인 연설 방해될까봐 경찰에 진압 지시

▲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지난 6일(현지시간) 이괄라시 실종 대학생 43명의 구명을 요구하면서 동맹휴학에 나선 대학생들이 검찰청 앞에서 실종자들의 사진을 앞세우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6주 전 실종된 43명의 학생이 마약 갱단에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 ⓒAP,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멕시코 정부는 7일(현지시간) “6주 전 실종된 43명의 학생이 마약 갱단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면서 전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헤수스 무리요 카람 법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 용의자인 ‘게레로 우니도스’라는 지역 갱단의 조직원들로부터 자백을 받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카람 장관은 “이번 사건에 개입한 지역 갱단의 조직원으로부터 이들이 학생들을 끌고 가 살해한 뒤 불에 태워 강물에 던졌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 갱단은 지난 9월26일 이괄라시 교육대 학생들이 시골 교사의 임용 차별 철폐 등을 주장하면서 시위를 벌이자 경찰과 함께 발포해 학생 등 6명을 숨지게 하고 43명을 끌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갱단 조직원들이 학생들을 끌고 갔다고 진술하는 장면과 수사당국이 유해를 수습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도 함께 공개됐다.

갱단 조직원들은 대학생들을 트럭에 실어 이괄라 인근 지역의 쓰레기 매립장으로 끌고 가 총으로 살해한 뒤 신원 확인 작업을 할 수 없도록 시신에 기름을 붓고 약 15시간 동안 태운 후, 유골 등을 훼손하고 학생들의 가방 등을 수습해 쓰레기봉투에 담은 뒤 강물에 던진 것으로 조사됐다.

카람 총장은 희생자의 신원 확인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실종 학생들의 유전자와 유해를 대조하는 작업을 통해 신원 확인 작업을 끝까지 할 것임을 강조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번 사건의 발단은 학생들이 시위할 당시 한 모임에 참석했던 호세 루이스 아바르카 이괄라 시장이 경찰에 진압을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아바르카 시장은 자신 부인이 하기로 한 연설에 학생들의 시위가 방해될까 봐 경찰에 진압을 지시했고, 경찰은 시위 학생들을 유착관계에 있던 해당 갱단에 넘긴 것으로 밝혀졌다.

갱단 조직원은 경찰이 넘겨준 학생들이 자신과 대립하고 있는 다른 갱단의 일원으로 알고 처치했다는 진술을 하기도 했다.

지역 갱단과 유착관계를 형성한 혐의가 있는 아바르카 시장 부부는 검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날 카람 총장은 기자회견 도중 갑자기 기자들의 질문을 막으며 “이제 됐다, 난 지쳤다(Enough, i'm tired)”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편 멕시코의 분노한 시민들은 대통령궁을 에워싸고 정문으로 돌진해 화염병을 던지는 등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밤새 시위를 이어나가면서 이번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시위가 격해진 가운데 니에토 대통령은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면서, 일각에서는 검찰이 사건 수사 결과 발표 시점을 니에토 대통령의 출국 직전으로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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