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10일 ‘거리로 나온 일베, 어떻게 볼 것인가’ 주제로 토론회 열려

   
▲ ⓒ 투데이신문

여성·진보·호남 비난하는 등 극우적 성향 짙어
일본 재특회처럼… 온라인서 현실로 나오려 시도  
“일베가 말하는 표현의 자유? 공화와 통합을 깨는 것”
구조적 원인 밝히고 장기적인 해결책 찾아야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지난 9월 6일,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 회원들이 광화문 광장으로 뛰쳐 나왔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 앞에서 폭식투쟁을 하기 위해서다. 그들은 가족을 잃으며 슬퍼하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피자, 햄버거, 초코바 등을 먹으며 그들의 단식을 조롱했다.

이처럼 비상식적인 행동을 일삼은 일베는 극우성향의 인터넷 유머사이트를 뜻한다. 일베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세월호 유가족 유민 아빠에 대한 비판과 함께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유가족을 조롱하고 경멸했다. 그런 마음이 일베를 밖으로, 광화문 광장으로 내보냈다. 

이같은 행위를 두고 지난 9월 24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나라의 운명은 그 나라의 국민 수준과 인식에 달려있다. (일베 회원들의 폭식퍼포먼스와 같은) 야만적인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 역시 같은달 11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일베 회원들의 사회일탈적인 반인륜적인 행태가 나타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렇듯 여성, 진보, 호남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가득한 극우 성향을 띠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만 활동하던 일베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 이유는 무엇이고 일베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10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거리로 나온 일베,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추미애, 신경민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사회는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이 맡았고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의원, <경향신문> 이대근 논설위원이 발제했다. 더불어 새정치민주연합 추미애 의원, 신경민 의원, 경희사이버대학교 안병진 교수, 주간지 <시사IN> 천관율 기자, 정책컨설팅 더플랜 양대웅 대표가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일베’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와 함께 열띤 토론을 펼쳤다.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국회의원 ⓒ 투데이신문

“일베, 우리 사회의 권력 상층부에서 싹튼 맹아(萌芽)”

토론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국회의원은 ‘일베는 이미 우리 사회의 권력 상층부에서 싹튼 맹아(萌芽)’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에 대한 조롱이나 비판은 표현의 자유로 존중받을 수 있지만 일베 부류가 보여주고 있는 사회적 소수자, 약자에 대한 공격은 반사회적 폭력에 다름아니다”라고 전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식민지 경험과 민족 간의 전쟁과 분단, 압축적인 경제발전과 민주화 과정에서 생긴 상흔이 치유되지 못한 상태로 덧나고 짓무르고 있다며 소위 말하는 ‘일베 현상’이 그 증거라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재일한국인에 대한 혐오발화(인종, 종교, 나이 등을 근거로 선동·모욕·위협적으로 사회적 소수자인 특정 개인이나 집단 공격하는 행위)를 일삼던 ‘넷우익’이 이후 재특회(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로 변신해 거리에 나선 바 있다. 이 의원은 재특회처럼 일베 역시 온라인에서 현실세계로 나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 사회도 일베로부터 확산된 호남, 여성에 대한 ‘증오’와 ‘혐오’의 언어들은 이미 일베라는 사이트, 온라인의 문턱을 넘은 지 오래”라며 “증오와 편견의 결과에 대해 책임지게 하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일베와 같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공격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적 범죄 상황과 형사사법 체제에 맞는 증오 범죄의 개념을 정립하고 입법에 대한 대비를 해나가야 한다는 것은 지금 우리가 준비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이 의원을 말했다.

   
▲ (왼쪽부터) 경희사이버대학교 양병진 교수, 경향신문 이대근 논설위원,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국회의원 ⓒ 투데이신문

<경향신문> 이대근 논설위원은 우리나라 보수 세력에 대해 언급했다. 이 위원은 “우리나라 보수 세력은 불만스러움을 느끼며 항의하고 시위하고 성토한다”며 “보수 우위의 사회에서 보수를 해치는 것은 진보도 좌파도 아닌 보수 자신”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보수의 각성, 보수의 성찰은 보수를 위해서 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건강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현실에서 가치있는 것을 지키고자 하는 보수가 수구적 모습으로 나타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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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모욕죄, 증오범죄법 등 적극적인 법 적용 검토해야”

그렇다면 일베가 어떤 곳일까. <시사IN> 천관율 기자는 일베의 사고체계와 현실정치적 함의에 대해 언급했다.

천 기자에 따르면 일베는 ‘7시 멀티’(시계 방향에 빗대어 호남을 이르는 말), ‘여권’, ‘비자’(광주 여행자에게 외국 입국이나 다름없다는 뜻), ‘홍밍아웃’(호남 출신임을 고백하는 것), ‘홍들홍들’(조롱당하고 분노하는 호남사람) 등의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끝도 없이 쏟아낸다. 또 노무현 대통령을 신처럼 신봉한다며 조롱한다는 뜻의 ‘노알라’(노무현+알라)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말이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을 코알라에 합성한 이미지로 진화하기도 한다.

아울러 이들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단어를 많이 쓴다. 또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원숭이에 빗대어 ‘박원숭’이라고 하거나 고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했던 문재인을 ‘문죄인’으로 일컫는 경우도 있다. 전라도에 대한 지역감정을 극단적으로 표하는 경우도 있다. 전라도민을 ‘홍어’, ‘전라디언’ 등으로 언급한다.

일베의 주적들은 여성, 진보‧개혁진영, 호남이다. 한국 사회에서 소수파로 분류할 수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일베의 눈으로 보면 여성, 진보, 호남이 공유하는 특징은 ‘권리와 의무’의 불일치다. 의무는 다하지 않고 권리는 과도하게 요구한다고 일베는 생각한다. 또한 여성은 데이트 비용을 내지 않고 남자를 등쳐먹고 있고 진보는 제 능력으로 성공하는 대신 국가에 떼를 쓴다는 논리를 갖고 있으며 호남은 자기들끼리만 뭉쳐서 뒤통수를 친다는 것. 일베는 이러한 자들을 2등 시민, 병역과 납세 의무를 다하고 성실하게 체제의 요구를 따르는 사람을 1등 시민으로 본다고 천 기자는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일베식 정의구현의 핵심은 소수자가 국가로부터 받는 보호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이들을 무임승차자로 낙인찍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정책컨설팅 더플랜 양대웅 대표는 “일베가 말하는 표현의 자유는 결국 공화와 통합을 깨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오를 방치하는 사회구조에서는 그에 소속된 구성원들이 증오와 공격의 희생자가 되기 쉽다”고 전했다.

양 대표는 “다양성과 이질적인 것에 대한 공존과 관용의 정신이 있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시민사회의 영역이 커지고 증오와 적대문화를 기반으로 한 정치집단이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 ⓒ 투데이신문

일베 문제에 대해 구조적인 원인을 밝혀내고 장기적 해결책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은 “물리적으로 드러나는 불법에 대해 준엄한 법적용을 해야 한다”며 “집단모욕죄, 증오범죄법, 차별금지법 등의 적극적인 도입과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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