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인 출판사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안수찬 기자가 바라본 현재 한국 언론은 무능하다.

한국 언론은 대중의 관심사와 상관없는 기사를 생산하기 바쁘다. 쉽게 말해 사실에 관해 객관적으로 보도하려고 하지만 사실 자체가 대중이 알고자 하는 사실의 범위를 벗어나 있다.

이미 드러난 사실조차도 체계적으로 묶어 설명하지 못하며 과거 유사 사례를 비교하거나 종단적으로 분석하지 못한다. 해외의 유사 사건을 묶는 세계적 지평을 갖고 있지도 않다. 이 뿐인가. 사건의 대중적 의미를 짚어 필부의 눈높이에서 실타래를 풀어보려는 친절함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안수찬 기자는 이처럼 독자가 언론과 멀어져가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책 <뉴스가 지겨운 기자>를 펴냈다.

안수찬 기자는 1997년 한겨레에 입사해 사회부, 스포츠부, 정치부, 문화부, 여론매체부, 국제부 등을 거쳐 <한겨레> 탐사보도팀장, 사건팀장, <한겨레21> 사회팀장 등을 맡아 일해 온 유명 기자다. 살아 있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는 깊이있는 기사와 칼럼으로 많은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이한 것은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책임이다. 기자는 펜 끝을 권력층을 향해 겨누어야 하는데 기사로 다루는 사건 소재에서 주제, 프레임까지 권력층의 펜 끝을 벗어나지 못한 범위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 권력층이 보수냐 진보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안 기자는 말한다.

이 책은 한국 언론에 대한 미움,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 그리고 남겨진 과제에 대한 이야기다. 특히 심층보도 중에서도 내러티브 저널리즘을 중심으로 한국 언론을 비판적으로 재구성하려 했던 시도들을 담았다.

우리나라 언론이 생산하는 기사와 특종이 내 삶과 직접 상관없는 그들만의 이야기로 느껴져 뉴스가 지겹다면, 좋은 기사에 목마른 독자라면 <뉴스가 지겨운 기자>에 귀를 기울여라.

“…무엇보다 세계 언론사에 피와 땀으로 새겨진 수많은 잠입르포의 기록들이 우리를 응원했다. 많은 서구 언론인들이 지금도 거침없이 행하고 있는 빈곤현장 잠입 취재를 한국의 기자들이 왜 망설여야 한단 말인가”

“…‘소설 쓰지 마’라는 명령어는 오직 사실만 쓰고 주관, 의견, 상상 등은 기사에 담지 말라는 경고다. 그러니 데스크로부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면 사표 쓸 생각까지 해야 한다. ‘왜 소설을 썼어? 기사를 쓰리고, 기사를!’ 그때 내러티브 저널리스트는 포기 않겠다는 표정으로 되묻는다. 기사를 소설처럼 쓰면 왜 안 되죠?”

“…이상한 표현이겠지만 그런 빈곤의 현장을 누비며 비로소 편안해졌다. 몸은 힘들었으나 마음은 평화를 찾았다. 기자 노릇을 해나갈 궁리가 드디어 생겼다. 왜 취재하는지, 무엇을 취재할지, 어떻게 보도할지 등이 분명해졌다. 나름의 (장삼이사의) 취재원과 빈곤‧소외의 현장이라는 출입처와 심층 내러티브라는 기사의 장르를 곁에 두게 됐다”

-<뉴스가 지겨운 기자>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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