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유니온 기자회견 <사진출처= 청년유니온 페이스북>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LG유플러스 고객센터의 한 상담사가 회사의 부당한 업무 강요와 끊이지 않는 악성 민원 업무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LG유플러스 전북 지역 고객센터에서 상담사로 일했던 이씨는 지난달 21일 자신의 승용차에 번개탄을 피워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이씨의 가방에서는 “노동청과 미래부, 방통위에 꼭 접수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유서 5장이 발견됐다.

해당 유서에는 LG유플러스의 상품판매 강요업무와 추가근무수당이 지급되지 않는 장시간 노동 실태 등 고객센터 상담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회사의 부당한 업무 강요가 폭로돼있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씨가 악성 민원 업무와 회사의 업무 압박에 시달려 자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악성 민원 업무 맡은 이씨…고객과 ‘6시간’ 통화하기도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씨는 고객센터에서 일반 부서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악성 민원인을 전담하는 ‘민원팀’에서 일했다. 이씨가 속했던 해당 민원팀은 오리엔테이션에만 출근하고 그만두는 사람이 반이나 될 정도로 힘든 업무를 처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예로 3년 6개월만에 팀장을 맡았던 이씨는 전화기를 스피커폰으로 켜놓은 채 자신의 할 일을 하는 민원 고객 한 명이 전화를 끊지 않아 6시간동안 통화를 해야 했던 경우도 있었다.

그러던 중 이씨는 한 고객과의 통화에서 문제가 생겼고 해당 고객은 이씨를 해고시키라며 회사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결국 이씨는 지난 4월 말 책임을 지고 회사를 그만뒀다.

그러나 이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이기지 못했고 그만둔 지 약 6개월 만에 다시 복귀했으나 일을 다시 시작한 지 일주일여 만에 자살했다.

이씨, “LG유플러스, 부당한 노동착취와 수당 미지급 일삼아”

그러나 이씨의 죽음은 악성 민원인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숨진 이씨의 유서에 이씨가 회사에서 당한 부당한 대우들이 나열돼있었기 때문이다.

공개된 이씨의 유서에는 “전주시 덕진구 서노송동 대우빌딩 15~17층에서 근무 중인 LG유플러스 고객센터 이야기”라며 “수많은 인력이 노동착취를 당하고 정상적인 금액지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적혀있었다.

이어 “부당한 노동착취 및 수당 미지급 역시 어마어마하다. LG유플러스는 직원이 퇴사를 할 경우 퇴직한 달의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는 방법으로 돈을 많이 챙긴다. 예를 들어 8월 근무실적급이 10월 급여에 포함돼 들어오는데 8월 말일에 퇴직할 경우 9월에 기본급만 지급해줄 뿐 근무실적급은 지급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이 뿐만 아니라 “해당 회사의 정규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나 상담직원들의 평균퇴근시간은 오후 7시 반에서 8시, 늦게는 10시에 퇴근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추가근무수당은 지급되지 않는다”고도 적혀있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과도한 상품판매인데 고객센터에 단순 문의 용건으로 전화를 한 고객들에게 070인터넷전화, IPTV, 홈CCTV 등의 상품 판매를 강요한다. 상담원들은 목표건수를 채우지 못할 경우 퇴근하지 못한다”고 쓰여 있었다.

게다가 “가입실은 휴대폰이나 070전화(핫라인)을 통해 녹취를 남기지 않고 가입을 시켜도 이에 대한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며 “심지어 개인 휴대폰으로 통화한 후 터무니없는 상품금액이나 내용들을 안내해 고객들이 가입 후 문제를 삼을 경우 회사에서는 이런 내용을 알면서도 눈감고 만다. 여긴 고객센터가 아니라 거대한 영업조직”이라고 털어놨다.

또한 이씨는 “세세한 부분까지 들여다보면 고객에게 사기 치는 이 집단의 부조리는 더 많을 것”이라며 “철저한 조사와 담당자 처벌, 진상규명을 부탁드린다. LG유플러스는 전주센터뿐만 아니라 서울에 있는 센터와 부산에 있는 센터 세 곳 모두를 조사해야 한다”고 적어 놨다.

청년유니온, “고인 뜻 받아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 이뤄져야”

지난 12일 청년단체 청년유니온은 서울 중구 LG유플러스 서울 고객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과 관련해 LG유플러스측에 사과와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청년유니온은 “지난달 21일 LG유플러스 전주 고객센터에서 상담원으로 일하던 청년 노동자가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일정한 판매량을 채우지 못하면 퇴근하지 못하는 등 살인적인 노동 강도에 의한 스트레스가 배경이 됐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이 남긴 유서를 보면 LG유플러스가 고객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원들에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노동을 강요했는지 알 수 있다”며 “고인의 유서에 나와 있는 바와 같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담당자 처벌 및 LG유플러스의 책임감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씨가 남긴 ‘노동청에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유서에는 회사로부터 인터넷전화, IPTV 등 판매를 강요받았으며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퇴근을 하지 못하고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한 채 일했다고 나와있다”고 설명했다.

청년유니온은 “특히 이 같은 행태가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 외에도 서울과 부산 등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고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니라 회사가 타살한 것”이라며 “LG유플러스 측은 협력업체에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직접 나서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해당 단체는 “노동부를 비롯한 정부는 LG유플러스에 대한 근로감독을 엄격히 실시해 이번 사건의 진상에 대해 제대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런 상황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현재 조사해본 결과 이씨가 담당하지 않았던 업무에 대한 언급들도 있는 것 같아 조금 더 파악해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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