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화영 변호사
▸現 법률사무소 동행 대표변호사

【투데이신문 이화영 변호사】얼마 전부터 sbs주말 드라마인 ‘미녀의 탄생’을 열심히 시청하고 있다. 무심코 TV채널을 돌리다가 사라(배우 한예슬 분)가 화면에 나오는 순간, 같은 여자이면서도 시선을 떼지 못하고 그녀의 미모에 감탄하며 채널을 고정하게 됐다. 

이 드라마의 기본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뚱뚱하고 별로 예쁘지 않은(?) 본처 사금란을 두고 남편인 이강준(배우 정겨운 분)이 젊고 예쁜 아나운서 교채연(배우 왕지혜 분)과 불륜을 저지르고 사금란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런데 사금란이 죽지 않고 살아서 남편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성형수술을 받은 후, ‘사라’라는 엄청난 미인이 되어 나타나 전 남편을 유혹하는 것이다.

그 후, ‘미녀의 탄생’을 본방사수를 못하는 날에는 다시보기 서비스를 통해서라도 볼 정도로 애청자가 되었는데, 7회 방영분에서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장면이 있었다.

한 출판기념회 파티에 재혼을 한 이강준·교채연 부부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사라는 자신과 이강준이 키스를 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파티현장에 뿌려 이강준이 과거 교채연과 불륜관계에 있던 와중에 자신과도 불륜관계를 맺었음을 암시한다. 그리고 그 사진들을 본 파티참석자들은 웅성대기 시작하였고, 이강준은 수치심에 고개를 들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사라는 무슨 죄를 지은 것일까?

드라마에서는 위 장면이 매우 통쾌하게 그려졌다. 뚱뚱하고 못생겼던 사금란이었던 시절, 남편인 이강준과 내연녀인 교채연, 시댁식구들에게까지 찬밥취급을 받으며 당하고만 살았던 모습이 복선으로 깔렸다보니 나쁜 짓만 일삼고 다녔던 이강준에 대해 사라가 사진을 뿌리는 정도의 복수는 시청자들에게 애교로 느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사라의 행위는 형법 제307조 제1항의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라는 ‘파티장’이라는 불특정 다수인이 있는 공간(공연성 충족)에서 ‘사진’이라는 수단을 통해 ‘이강준의 불륜’이라는 사실을 적시했다. 그리고 그와 같은 행위를 통해 이강준의 명예를 실추시켜려는 사라의 고의가 있었으므로 사라에게 위 죄가 성립하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위 ‘공연성’에 대해서 우리나라 판사님들은 ‘한 사람에 대해서만 사실을 유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한다’라고 한다. 즉, 사라가 파티장에서 사진을 뿌린 것이 아니라 사교계에서 꽤 입이 가벼운 사모님에게 이강준과 자신의 불륜에 대해 이야기했더라도 사라는 명예훼손죄를 지은 것이 된다는 말이다.

세상의 수많은 ‘사라’들에게

혹자는 이 글을 보고 “불쌍한 사라는 그럼 어디 가서 호소해야 하는거냐, 힘 없는 사라가 저 정도도 못하냐” 라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또, “‘사실’을 말한건데 왜 죄가 되냐”고 따지고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법은 원칙적으로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일을 법적 절차를 통해서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이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안정적인 상태와 질서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또한 위와 같은 ‘명예훼손죄’의 경우 사실을 말한 것이더라도 죄가 되며, 죄가 되지 않으려면 그것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실을 발설한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면 인터넷에 상품에 대한 불만족스러운 상품후기를 작성하는 것은 공익성이 인정되기도 해 명예훼손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이때까지 각종 포털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자신에게 해를 준 사람들의 이름이며 직장 등 구체적 신상까지 적시하면서 게시물을 올리는 수많은 ‘사라’들 때문이다. 그들의 억울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늘 그런 게시물들을 보며 역으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법은 어쨌든 누구나 가지고 있을 그 사람의 ‘인격’ 혹은 ‘명예’를 보호해야 할 지위에 있다. 그러므로 대중적인 공분을 사는 인물이라도 일단 그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와는 별개로 그의 최소한의 ‘명예’는 보호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라’들에게 말하고 싶다. 자신이 피해자의 지위에서 가해자의 지위로 바뀌는 일이 없도록 한 번만 더 생각하기를, 그리고 당신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또 다른 방법이 반드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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