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봉 뒤로 보이는 인수봉

지난주 토요일 서울, 경기지방에 비 소식이 있다는 기상청 일기예보에 당초 관악산으로 암벽등반을 하기로 했던 계획을 취소하고 다음날인 일요일 북한산 산행을 하기로 했다. 함께할 일행을 의정부 전철역에서 오전 10시 30분에 만나 송추계곡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대략 20여분 후 송추계곡입구에서 하차했다.

이번 산행코스는 송추계곡입구 ▶여성봉 ▶오봉 ▶자운봉 ▶관음암 ▶용어천계곡 ▶도봉산 입구이다. 예상소요시간은 중식시간까지 포함해서 5시간 정도면 충분할 듯하다.

▲ 계곡입구 카페

늦게 시작한 산행이어서 그런지 북한산 입구가 무척 한산하다. 계곡입구에서 탐방지원쎈터로 가는 길에 새로운 카페와 건물들이 많이 생겨난 듯하다. 4년 전에 왔을 때는 시골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길도 잘 포장되어 조금은 낯설다. 전날 비가 온 후라 그런지 숲길에서 풍기는 나무, 낙엽 그리고 흙냄새가 폐부에 신선하게 스며든다.

▲ 여성봉

탐방지원쎈터에서 여성봉까지는 대략 2km정도이며 길이 험하지 않아 초보 등산객들도 무난하게 오를 수 있다. 여성봉으로 가는 도중에 참나무 종류를 구별하는 푯말이 보인다. 필자도 산골출신이지만 참나무 종류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 못하고 대략 도토리 열리는 나무 정도로만 알고 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기에 참나무 종류 푯말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종류가 꽤 많다. 나무껍질이 굵은 굴참나무, 줄기를 갈아치우는 줄참나무, 짚신 바닥에 깔았던 신갈나무, 잎과 열매가 제일 작은 졸참나무, 떡을 쌌다고 하여 떡갈나무, 묵을 쑤어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 하여 상수리나무 등 그 종류가 제법 많다. 강원도 내륙 깊은 곳이 고향인 필자는 가을이면 어머니와 함께 도토리를 주우러 가던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도토리를 주워 와서 말린 다음, 껍질을 분리하고 절구에 넣고 가루로 빻은 다음, 물에 담가 쓴 맛을 제거하고, 끓이게 되면 도토리묵이 완성된다. 말로는 쉽지만 음식으로 먹기까지는 제법 손길이 가는 음식이다. 하지만 요즘은 마트에서 도토리 가루를 구입해 물 비율만 맞추어서 끓이기만 하면 되니, 시쳇말로 참 좋은 세상이다.

 

등산로 초입에서 중턱을 넘어서니 암릉 구간이 나오기 시작한다. 암릉 구간이 많은 곳은 일반 등산화도 무난하지만 가급적이면 릿지화를 착용하면 좋다. 여성봉에 도착하여 아래로 펼쳐진 경치를 잠시 감상한다. 사패산, 북한산 인수봉이 멀리 보이고, 건너편으로는 오봉과 신선대가 보인다. 오봉 너머로 시계가 나빠 희미하게 보이는 인수봉이 꽤나 신비롭게 보이기도 한다.

   
▲ 구봉사

여성봉을 지나니 벌써 1시가 가까워 오기에 중식을 먹을 장소를 찾았다. 햇볕이 잘 드는 장소에 자리를 잡고 각자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따뜻한 양지에 앉아 향긋한 커피 한잔으로 일주일간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면서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가져본다.

▲ 관음암 오백 나한상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오봉이다. 오봉 앞에는 저마다 사진을 찍으려는 등산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필자도 그 북새통에 사진 한 두장을 찍느라 발품을 조금 팔았다. 오봉을 뒤로하고 도착한곳은 오백나한상으로 유명한 관음암이다. 관음암은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기도하던 곳이라 그런지 처음 방문한 이들에게 신령스러운 기운이 느껴지는 듯하다. 관음암을 내려와 마당바위로 향하다 보면 길이 갈리는데 하나는 마당바위로, 또 다른 길은 용어천 계곡으로 향한다. 우리 일행은 용어천계곡을 택했다. 용어천 계곡으로 향하는 목적은 그곳의 암장을 보기 위해서이다.

   
▲ 용어천계곡 암장

용어천 계곡 암장을 직접 보니 높이도 상당하고 경사도도 꽤 있어서 중급자 이상의 코스인 듯하다. 다음에 한번 들르기로 하고 구봉사를 지나는데 계곡에 붉게 물든 단풍이 인상적이다. 도봉산 탐방쎈터 입구에 도착하니 대략 오후 4시경이다. 비 온 뒤 숲 내음이 인상적이었던 북한산은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언제나 휴식 같은 존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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