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형 칼럼니스트
▸팟캐스트 <이이제이> 진행자
▸저서 <와주테이의 박쥐들> <김대중vs김영삼> <왕의 서재>등 다수

【투데이신문 이동형 칼럼니스트】세계일보의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기사로 정가에 일대 파문이 일고 있다. 그동안 ‘설’로만 떠돌던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논란이 청와대 공식문건으로 그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물론, 청와대와 정윤회 씨, 정윤회 씨의 지시를 받았다는 청와대 핵심인사인 ‘문고리 3인방’들은 그 문건이 시중에 떠도는 소문을 취합한 ‘찌라시’에 불과하다고 문건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청와대와 문고리 3인방들은 그동안 정윤회씨 의혹이 불거질 때 마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정했기 때문에 이들의 반응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정윤회 씨가 1998년에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들어간 뒤, 문고리 3인방과 작고한 이춘상씨 네 명을 ‘4대천왕’으로 만들고 2004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떠난 지가 무려 10년이나 되었다. 그 10년 동안 끊임없이 정윤회 씨가 박근혜 측의 실세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심지어는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것을 문제 삼은 적이 있을 정도였는데 이들은 그 10년 동안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한 것 말고 아무런 조치를 취한 적이 없다.

그렇다면 『시사저널』이 “정윤회 씨가 박지만 씨를 미행했다.”는 기사도 악의적 왜곡이고 『미주 선데이 저널』이 “박근혜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순방 때, 정윤회도 인도네시아에 있었다.”는 보도도 거짓인가? 박지원 의원의 “만만회” 발언, 박영선 의원의 이재만 의혹도 다 거짓이란 말인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는 것도 한두 번이지. 10년 이상 반복되었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번 세계일보 보도에 대해 당사자들이 세계일보를 검찰에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는데, 그 수사가 제대로 될 것으로 생각하나? 감히 누가 대통령을, 문고리 3인방을, 김기춘 비서실장을, 정윤회 씨를 성역 없이 수사할 수 있겠는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도 정도껏 하기 바란다.

문제의 핵심은 문건의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와 문건이 어떻게 유출되었는지 두 가지다. 극비로 관리되어지는 청와대의 대외비 문서가 유출되었다는 자체만으로 지금의 청와대가 제대로 된 시스템 하에서 돌아가지 않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건유출 문제는 당연히 검찰의 수사로 밝혀내야 한다. 그러나 문건유출 문제는 어디까지나 이 사건의 부수적인 문제이다. 더 중요한 것은 문건 내용의 진위여부 이다. 만일 문건 내용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더 이상 통치행위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를 것이다. 그 어떤 공식 직책도, 자격도 없는 민간인이 대통령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우고 전횡을 휘둘렀다는데, 이 보다 더한 국정논단, 국기문란 사건이 있을 수 있겠는가? 대통령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사건의 실체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

청와대도 “그 문건은 찌라시”라는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구중궁궐 속, 권력암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자체적으로 조사를 해야 한다. 이것이 ‘찌라시’ 라면 왜, 이 정보를 조사해서 문서로 만들었던 박 모 경정과 박 경정으로부터 이 문서를 전달받은 조응천 전 공직기강 비서관이 사건이후에 사퇴했는가?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은 누가 봐도 박지만 라인이다. 박지만 대 정윤회의 대결구도가 그 문건에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청와대 내에서 권력투쟁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박지만과 정윤회는 그 대상이 아니다. 아무런 직책도 권한도 없는 외부인사와 대통령의 동생일 뿐인 박지만 씨가 왜, 청와대 내 권력투쟁에 이름을 올리는가 말이다. 청와대 내에서 이 사건을 명백히 밝히지 않고 예의 ‘꼬리 자르기’식으로 어물쩍 넘어간다면 국정조사나, 특검, 더 나아가 국민적 저항을 받을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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