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외모지상주의·성형중독에 빠진 여성의 심리는?

   
 

외모 콤플렉스, 단순한 자괴감 넘어 성형중독·우울증 유발
환상 품고 성형할 경우… 심한 좌절감 경험하게 돼
신체이형장애, 성형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외모 콤플렉스 극복하려면… 자아존중감을 올려야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예뻐졌다, 매일 듣고 싶었던 말. 정말 한 번도 듣지 못했던 말”

가수 박보람의 노래 <예뻐졌다> 중에 나오는 가사다. 사랑받고 싶은 여자들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예뻐졌다”는 말이다.

얼마 전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능 이후 수험생들의 발길은 성형외과로 향했다. 이맘 때가 되면 성형외과에는 수술 상담을 받으러 오는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그리고 우리는 때때로 거울을 보며 생각한다. ‘눈을 조금만 고치면 예뻐질 것 같은데….’ 거울을 보며 아무리 예쁜 표정을 지어도, 화장을 해도 참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성형외과에 얼굴을 맡긴다. 일부 여성들은 모이면 자신의 얼굴을 두고 성형 견적을 뽑아보곤 한다.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열등감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많다. 외모 콤플렉스는 단순한 자괴감을 넘어 성형중독, 우울증, 대인기피증, 폭식증, 거식증 등을 유발해 한 사람의 인생을 좀먹는다. <투데이신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이들을 위해 기사를 기획했다. 여성들이 부디 열등감이라는 감옥에서 한숨 돌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성형 부추기는 세상… “나도 ‘렛미인’이 되고 싶다”

이곳저곳을 지나다 보면 성형광고가 넘쳐난다. 버스는 우리를 향해 “누군가는 당신의 얼굴을 꿈꾼다”고 말하고 “닮지 말고 예뻐져라”라며 외친다. 지하철 역 광고물은 “몰라보게 예뻐진 그녀, 비밀은 따로 있었다”라며 설득하고 “살려줘요! 얼굴형”이라고 울부짖는다. 성형하라는 소리를 이렇게 다양하게 할 수 있다니 놀라울 다름이다. 그 뿐인가. 몸매가 좋은 여성을 내세운 사진, 성형 전후 사진을 보고 나면 좌절감과 박탈감은 극에 달한다. 지나친 광고가 성형수술에 대한 여성들의 마음 속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인다.

성형을 조장하는 것은 TV도 마찬가지다. 2011년부터 시작된 케이블TV 프로그램 <렛미인>은 못생긴 외모 때문에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메이크오버쇼(make over show)프로그램이다. 어느덧 시즌4까지 이어져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 최근 방송되고 있는 <렛미인4>는 밥주걱녀, 괴물엄마, 거구잇몸녀, 노안녀 등 외모로 고통받는 여성들을 다이어트와 성형수술 등을 통해 ‘예쁘게’ 바꿔줬다.

이 프로그램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한 여성이 외형 때문에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일정 기간 성형과 다이어트 등을 통해 외모를 가꿔준다. 이후 프로젝트에 참여한 여성은 무대에 올라 자신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며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는다. 그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만족감을 드러낸다. 한편, 시청자들은 마치 반전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예뻐진 주인공을 보며 열광하고 때론 대리만족을 느끼며 성형을 결심하기도 한다. 외모에 문제가 있어 육체·정신적 고통을 받는 여성들을 외모 콤플렉스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일부 여성들이 ‘성형만 하면 나도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환상을 갖고 성형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은 2011년 1월에서 2014년 9월까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성형외과 관련 상담을 분석했다. 상담 내용을 보면 ‘성형수술 결과에 대한 불만족’이 69.5%(11,367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계약해지·해제 관련 불만’이 22.1%(3,612건)이 있었다. 막연한 환상을 품고 성형을 할 경우 큰 기대와 달리 심한 좌절감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형수술 보다 중요한 것… ‘심리상담’ 전제돼야

외모 콤플렉스의 기준은 무엇일까. 청담 하버드 심리센터 최명기 연구소장은 하는 일도 실패하고, 연애도 안 되고, 친구도 잘 사귀지 못하고, 취업을 못하는 이유는 못생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부당한 외모 콤플렉스’라고 규정했다.

최 소장은 “정말 외모가 좋지 않아서 콤플렉스를 갖게 되는 것은 정당하다. 또 나와 타인을 비교하면서 자신이 안 예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자신의 인생이 안 풀린다고 해서 그 책임을 외모에 돌리는 것은 스스로를 더 비참하게 만들며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게 된다”고 전했다.

한 성형커뮤니티 사이트에 있는 성형관련 고민을 토로해놓은 코너에 들어가봤다. 한 누리꾼은 “눈이랑 코랑 별 생각없이 수술을 했는데 조화가 안 되고 인상이 너무 강해졌다”며 성형을 후회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성형하면 정말 예뻐지나요? 성형이 너무 하고 싶어요”라며 “예뻐져서 남자친구도 사귀고 내 사진 카톡에도 올려보고 싶어요. 근데 돈과 시간이 없어서 속상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성형수술을 통해 인생을 바꾸려 한다면 성형수술의 예후가 좋지 않고 외모만을 문제로 여길 때 예후가 좋다. 또 각종 연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거나 우울증, 불안장애, 성격장애를 지닌 환자의 경우 성형수술 예후가 좋지 않다. 이들은 수술 후에도 바뀐 얼굴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성형수술을 반복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최 소장에 따르면 외모 콤플렉스 상담에 있어 원인 규명이 중요하다. 본인이 자신의 외모에 합당할 만한 열등감을 갖고 있을 경우 혹은 외모가 기형이거나 문제가 있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외모 콤플렉스’가 아니라 정상적인 것이다.  

상담자에게 ‘현재 자신의 외모에 대해 콤플렉스를 갖는 것은 누구라도 당신의 상황이라면 그럴 것’이라고 공감한 후 필요에 따라 성형수술도 권한다고 최 소장은 전했다. 외모에 대한 열등감 자체에 공감하고 다른 장점을 부각시키며 지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내담자가 계속 열등감에 갇혀 살 수 있기에 성형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신체이형장애, 외모 콤플렉스의 일그러진 모습

신체이형장애는 정상적인 외모를 가졌음에도 외모에 이형(변형)이 있다고 상상하거나 집착하는 정신질환의 일종이다. 신체이형장애는 자신의 외모에 대한 결점을 부각시킨다. 예를 들면 ‘눈 크기가 다르다’, ‘코가 너무 낮다’, ‘턱이 사각형이다’ 등으로 특정 부위를 혐오한다. 신체이형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성형 중독에 걸릴 가능성이 높고 자신감이 결여돼 우울증까지 올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모습을 과장해서 생각하며 다른 사람들 역시 자신을 그렇게 본다고 판단한다.

할리우드 배우 브루스 윌리스의 딸 탈룰리 윌리스(20) 역시 신체이형장애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그녀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3살 때부터 항상 외모가 취해보였고 굶어서 43kg까지 나간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현재 재활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최 소장은 “신체이형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남들이 보기에는 괜찮지만 자신은 외모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점이 커 보인다든지, 코가 삐뚤어보인다든지, 눈 크기가 다르다고 생각한다든지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체이형장애를 방치해서는 안 되고 약물, 심리상담 등 정신과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체이형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심리적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심리상담 없이 성형수술을 받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성형수술 후에도 대부분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체이형장애는 정상적인 외모를 가진 사람이 상상 속의 신체 결함에 사로잡혀 지나치게 집착할 때 일어난다. 작은 결점도 크게 받아들이고 심각하게 여긴다면 신체이형장애를 의심해 볼 만하다.

   
▲ 최명기 연구소장 ⓒ 투데이신문

외모 콤플렉스 심리상담, 직접 받아 보니… “타인 지지 중요해”

외모 콤플렉스 검사는 일반 심리검사와 비슷하다. 그림검사(HTP), 다면적 인성검사, 성격검사 등이 있다.

지난 9일 <본지> 기자는 청담 하버드 심리센터 최명기 연구소장에게 직접 상담을 받아봤다. 기자 역시 여성이기 때문에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고백하건대 고등학생 시절, 거울을 보면서 ‘쌍꺼풀 있으면 눈이 더 커보일 텐데’라며 쌍꺼풀 수술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성형에 대한 욕구가 심해진 것은 대학 졸업 이후였다. 졸업 후 취업준비를 하면서 숱하게 면접에서 떨어진 원인을 외모에서 찾곤 했다. 얼굴 때문에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생각한 것이다. 쌍꺼풀이 있으면 인상이 또렷해보이고 코가 높으면 선명하고 똑똑해보이지 않을까 해서 성형을 고려했다고 최 소장에게 털어놓았다. 고민을 이야기하자 그는 “기자님은 신뢰가 가는 외모를 갖고 있어요. 사람들이 편하게 여기는 얼굴이에요”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편하게 여기는 외모라…. 어쨌든 예쁘다는 말은 아닌 듯해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몰라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외모 콤플렉스 상담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최 소장은 “기자님은 단순히 예뻐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똑똑해보이고 싶어서 성형을 하고 싶었던 거네요? 그럼 고치지 마세요. 사람이 똑똑해보일수록 덜 선해보이죠. 인간은 자신의 강점을 갖고 성공하는 것이지 약점을 갖고 성공할 수 없어요. 외모를 고치면 자신의 강점을 잃게 되기 때문에 안 고치는 쪽이 나아요”

최 소장은 기자의 심정을 충분히 공감하고 격려해줬다. 이야기를 하면서 고민을 털어놓았고 그는 기자를 격려하며 수많은 못난 점에 집중하지 않고 평소 몰랐던 나만의 장점을 부각시켜줬다.

외모 콤플렉스를 극복하려면 자아존중감을 올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최 소장은 조언한다. 외모 콤플렉스를 스스로의 마음가짐으로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므로 누군가의 지지와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 자아존중감이 낮은 사람들 주변에는 대게 자아존중감을 깎아 내리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대상은 부모, 형제, 친구 등 다양하다. 자아존중감이 낮은 사람들은 자신의 외모, 능력을 깎아내리고 비난하는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이 좋다. 부정적인 기운을 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나약하기 때문에 누가 나를 비난하게 되면 영향을 받으므로 나를 비난하는 이들을 피해야 한다.

더불어 돈이 됐든 지위가 됐든 나 스스로 나를 자랑스러워할 만한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최 소장은 조언했다. 회사, 학교 등에서 조금이라도 성취가 있으면 자아존중감이 올라간다. 필요에 따라 성형수술을 통해 자신감을 올릴 수도 있다. 본인의 장점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듯, 못난 점보다는 잘나고 예쁜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예쁜 사람보다는 매력있는 사람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 부디 많은 여성들이 외모 열등감의 사슬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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