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광명점, 지상 2층·지하 3층 ‘엄청난’ 크기 자랑
대기 ‘기본 1시간’, 수백 명의 사람들로 북새통 이뤄
레스토랑·푸드 마켓 등, 대형 할인 마트와 흡사
매장 구성, ‘복잡한 미로’ 같아…효율성 있을까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가 지난 18일 경기 광명시 일직로에 국내 1호점을 공식 개점했다. 영하 13도라는 매서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케아 광명점을 구경하기 위해 부지런히 모여들었다. 10시 개장 전부터 이미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점심시간인 12시에도 아직 입장을 기다리는 수백 명의 대기 줄이 늘어섰다. 그 모습은 마치 5월 5일 놀이공원에서 볼 수 있는 대기 줄과 흡사해 순간 놀이공원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러한 상황에 당연히 주변 교통도 꽉 막혔다. 이케아 인근 편도 3차선 도로는 대기하는 차들이 가득 차 꼼짝도 하지 못했다. 이케아뿐만 아니라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롯데 프리미엄아울렛과 대형 할인마트 코스트코를 찾는 차량들이 겹치면서 오도가도 못 하는 신세가 돼 하는 수 없이 마냥 기다려야 했다.

   
 

막상 차례가 돼도 입장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밖에서 기다리는 인원과 안에서 구경하는 인원이 너무 많아 고객 안전을 위해 한 번에 들어가지 못하고 25명씩 나눠 입장했다. 그러나 기다리는 내내 추위에 덜덜 떨면서도 포기하고 발길을 돌리는 사람은 채 몇 명 되지 않을 만큼 이케아를 구경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열의가 대단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기본 1시간이라는 시간을 기다리면서까지 보고 싶어 한 이케아 광명점을 <투데이신문>에서도 둘러봤다.

이케아 광명점, 국내 ‘유일한 크기’ 자랑

일명 ‘가구 공룡’이라고 불릴 만큼 이케아는 개장 전부터 다른 가구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남다른 크기로 지어진다는 사실에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케아를 방문하기 전에는 연면적 ‘13만1550㎡(약 1만7847평)’이라는 수치만으로는 어느 정도의 크기 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 크기는 실제로 가까이에서 봤을 때 한 눈에 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이토록 큰 ‘대형 가구점’ 이케아는 총 지상 2층의 매장과 지하 3층의 주차장으로 구성됐다. 지상 1층은 물품보관소와 제품 수령 및 계산 장소, 푸드 마켓, 이케아 비스트로 등이 있었으며 지상 2층은 품목별로 쇼룸, 거실, 거실·수납, 다이닝, 주방, 서재, 침실, 침실·베란다·수납, 어린이 이케아, 이케아 패밀리, 레스토랑&카페, 테이블웨어·주방용품, 홈텍스타일, 침구, 카페트, 욕실용품, 생활수납용품, 조명, 벽장식·거울, 홈테코 등의 코너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스몰란드가 자리 잡고 있었다.

먼저 쇼룸을 둘러보라는 직원들의 안내에 1층을 지나 2층으로 향했다. 쇼룸에 들어서기 전 입구에는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스몰란드’가 있었다. 이는 1시간 동안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1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연장시간은 없고 아이를 데려가야 한다. 쉽게 지치고 싫증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기에 체력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는 부모들은 스몰란드가 한 줄기 오아시스처럼 느껴질 것 같았으나 1시간이라는 너무나 짧은 이용 시간 탓에 부모들에겐 진짜 오아시스가 아닌 ‘신기루’에 지나지 않을 것 같았다.

   
 

스몰란드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서면 쇼룸 코너가 있다. 이는 총 65개로 이뤄져 있었는데 작은 벽을 사이에 둔 3~4㎡ 남짓한 공간들이 즐비해 있다. 그 공간들은 실제 거실, 서재, 욕실, 침실, 주방 등 각 테마에 맞는 가구와 소품들로 멋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고객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공간들을 자유롭게 누비며 직접 만져보고 사진을 찍었다. 어떤 고객들은 침대에 누워보거나 소파에 자는 아이를 눕혀놓기도 했다.

박 모씨(43 서울 영등포)는 “이케아가 개장한다기에 호기심에 한 번 놀러와 봤다. 둘러보고 싸고 좋은 물건이 있으면 사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호기심 때문에 방문해 본 고객들이 대다수일거라 생각했으나 실 구매를 위해 직접 줄자를 들고 필요한 물품들을 꼼꼼히 체크해보는 고객들도 눈에 많이 띠었다.

레스토랑 음식, 기본 3~4000원대·세팅은 모두 ‘셀프’

어떠한 목적으로 왔던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던 고객들은 오후 1~2시가 되자 너나 할 것 없이 점심을 먹기 위해 ‘레스토랑&카페’ 코너로 향했다. 식당은 매우 넓고 앉을 자리도 많았으나 많은 인파 때문에 들어올 때와 같이 식당 앞에서 오랜 시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해 불편했다.

   
 

식당에 들어서니 우선 가격의 음식이 눈에 들어왔다. 미트볼 10개 5900원, 김치볶음밥 2900원, 불고기 덮밥 3900원 등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은 비교적 싼 가격들로 구성됐다. 또한 음료수는 한 번 계산하면 무한리필 할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고객의 입장에서 제품 구매로 인해 출혈이 크다 해도 음식 값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 듯 했다.

그러나 의외로 디저트로 분류되는 롤 케이크, 초코케이크 등의 가격은 3900~4900원으로 일반 제과점 대비 조금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즈케이크는 2900원으로 순간 ‘이건 저렴하네?’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것도 ‘이케아 패밀리’에 가입을 한 고객에 한해서였다. 그렇다 보니 밥값보다 비싼 커피 그리고 그 커피와 함께 먹을 비싼 디저트를 선호하는 한국의 요즘 정서를 반영한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음식과 관련해서는 모두 ‘셀프’였다. 음식을 담을 쟁반과 식기를 직접 챙겨 음식을 가지러 가는 시스템이었다. 미리 한 접시 씩 준비돼 있는 음식도 있었고 음식을 주문하면 그 때 그 때 퍼주는 음식도 있었다. 그렇게 음식 선택이 끝나면 계산 코너로 가서 계산을 하고 자리로 가서 식사를 하면 됐다. 그 풍경은 마치 학교 다닐 때 급식실에서 쟁반에 음식을 담던 모습과 흡사했다.

   
 

기자가 직접 김치볶음밥, 미트볼, 닭다리 튀김, 롤 케이크, 치즈케이크, 탄산수를 시켜봤다. 처음에는 싼 가격에 왠지 많이 시켜먹는 게 오히려 이득이라는 생각도 들었으나 막상 시켜보니 사정은 달랐다. 김치볶음밥과 미트볼 모두 ‘싼 가격’에 딱 맞는 양이었다. 일반 성인이 김치볶음밥 하나만으로 점심 한 끼를 때우기에는 그 양이 부족했다. 그렇다면 결국 다른 음식도 시켜먹게 되니 ‘과연 이게 싼 가격이라고 볼 수 있을 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액자, 양초, 꽃병 등…‘가구 반 소품 반’

식당을 빠져나와 식당 뒤쪽 코너들을 둘러보니 가구로 가득 차있던 식당 앞쪽 코너들과는 달리 소품과 장식용품 코너가 많았다. 액자와 양초, 카펫, 커튼, 거울, 꽃병, 스탠드, 블라인드, 식기, 시계, 인형 등 그 종류도 다양했다. 전체적인 비율로 따져봤을 때 ‘가구 반 소품 반’인 것 같았다.

   
 

그렇게 2층을 둘러보고 1층으로 내려오니 커다란 대형마트에서 볼 수 있는 계산대 코너가 눈앞에 펼쳐졌다. 셀프로 직접 물건을 찾을 수 있는 기기와 교환·환불과 관련해 안내를 해주는 코너도 눈에 보였다. 또한 제품을 직접 받아갈 수 있는 곳과 배송 서비스와 관련된 부분을 문의할 수 있는 코너도 자리하고 있었다.

   
 

1층 또한 간단하게 요깃거리를 할 수 있는 ‘이케아 비스트로’가 있었다. 음료와 스웨덴식 핫도그 한 개 가격이 1000원, 음료와 타르트 콤보 2000원, 아이스크림콘 400원 등으로 2층의 레스토랑 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었다. 그 옆에는 ‘이케아 스웨덴 푸드 마켓’이라고 해서 스웨덴 호밀비스킷, 연어 패키지, 보드카, 와인, 쥬스, 초콜릿 등 다양한 종류의 식품들도 구매할 수 있었다.

국내 시장 첫 발 디딘 이케아, 보완할 점은?

이케아의 전체적인 느낌은 결코 가구점만의 느낌은 아니었다. 일반적인 작은 가구점들과는 달리 1층에는 푸드 마켓과 2층에는 레스토랑이 있는 것을 비롯해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설이 있는 점, 다양한 소품들이 있는 점도 그런 느낌을 받는 데 한 몫 했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이케아에게 결코 장점만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먼저 레스토랑은 쇼핑에 지친 고객들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서 활용성이 충분해 보이기는 했으나 ‘가구점’이라는 본래의 목적에는 살짝 빗겨간 대형할인마트 혹은 아울렛의 느낌을 주는 요소로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과자나 초콜릿을 비롯한 푸드를 구매할 수 있는 푸드 마켓까지 존재하니 가구 매장이라기보다 창고형 할인 매장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또한 소품과 관련해서 짚어보면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가구를 사러 와서 그와 더불어 가구와 어울리는 소품에 대한 힌트를 직접 눈으로 보고 맘에 들면 같이 사갈 수 있다는 점은 분명 큰 메리트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다른 시선으로 본다면 가구 외에 너무 잡다한 물건이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는 듯 보였으며 너무 많은 물건 탓에 소비자들이 본래의 목적과는 상관없이 순간 혹해서 사가게 되는 경우도 많을 것 같았다.

또한 매장이 커도 너무 크다는 점 또한 마냥 플러스 요인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분명 이케아를 둘러보고 싶다는 마음에 자발적으로 이곳에 입성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큰 크기 탓에 둘러보다 지친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걷다가 힘들어서 전시 소파에 앉아 쉬는 사람들이 많았고 아예 의자나 침대에 자리를 잡고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이케아 매장의 구성이 1코너를 지나야 2코너로, 2코너를 지나야 3코너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선이 짜여 있어 결국 이케아 매장의 모든 코너를 돌아야만 바깥으로 나갈 수 있게 돼있다. 이는 마치 게임에서 ‘레벨 업’을 해야 다른 단계로 갈 수 있는 것처럼 만약 내가 침실과 관련된 가구만 보고 싶다고 해도 맨 앞의 쇼룸부터 시작해 내가 보고 싶은 침실과 관련된 코너가 나올 때 까지 걷고 또 걸어야만 했다. 그렇기에 매장의 구성에 있어서 효율성 측면은 떨어져 보였다.

   
 

이와 더불어 이케아는 면적이 매우 큰 매장이기에 환기와 관련된 부분도 걱정돼 보였다. 김 모씨(40대 광명)는 “사람이 너무 많아 환기를 잘 시켜야 될 것 같다.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탁한 공기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과연 이 상태로 오래 둘러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모씨의 말대로 각종 가구, 소품들과 꽉 채워진 이케아 매장은 먼지가 많고 더욱이 많은 사람들도 인해 공기가 탁했다. 또한 레스토랑과 입구 쪽을 제외하고 한참동안 둘러봐야 하는 매장 안쪽에는 창문이 없어 이러한 점이 더욱 부각됐다.

국내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이케아 매장 가운데 최대 규모로 알려진 이케아 광명점이 이제 막 개장했다. 해당 매장을 시작으로 오는 2020년까지 국내 매장을 5곳으로 늘릴 계획을 하고 있는 이케아는 비로소 ‘이케아 광명점’이라는 첫 발을 내딛은 것. 기존의 가구 매장들과는 다른 신선한 느낌으로 고객들에게 찾아 온 이케아가 국내 시장에서 성공이라는 깃발을 꽂고 그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이목이 쏠리고 있는 만큼 앞으로 단점으로 꼽히는 점을 커버하고 오로지 ‘이케아’ 만의 특징으로 부각될 수 있을 만한 장점을 늘려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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