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사평론가 이동형

   
 

다사다난했던 2014년 집중 진단
‘이석기 사태’부터 ‘정윤회 사건’까지

국회 양강체제 계속되면 기득권 무너지지 않아
종북 논란, 법 아닌 여론재판은 옳지 못해

소통 강조했던 박근혜 대통령, 불통 오명
새로운 야당 리더 나와 새 바람 불어넣길

【투데이신문 김두희 기자】2014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늘 그렇지만 유독 올해는 다른 해보다 숨 가쁘게 달려왔고 힘들었던 해라는 것은 이견이 없을 것이다.

2014년은 시작부터 요란했다. 올 2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사가 시작됐던 ‘이석기 사건’의 1심 결과가 있었다. 이미 국가적으로 뒤숭숭해진 상황에서 4월, 다시는 일어나면 안 될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고 국민들의 마음속에 크나큰 상처로 남았다.

연말에도 ‘뜨거운’ 뉴스는 이어졌다. 지난달 28일 <세계일보>가 ‘정윤회 국정 개입은 사실’이라는 기사를 통해 청와대 내부 문건을 입수했다고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유출·입수된 문건과 관련해 그간 정윤회씨에게 제기됐던 ‘그림자 실세’ 의혹이 사실임을 드러낸 것이라고 보도했고, 삽시간에 파문이 일었다. 게다가 지난 19일, 헌법재판소로부터 통합진보당의 해산 결정이 떨어졌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각계에서는 ‘헌법재판소가 법치주의를 포기했다’, ‘대한민국이 후퇴하고 있다’는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유난히 안전불감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했다. 세월호 참사 전, 2월에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로 꽃다운 청춘들이 사그라졌고 10월에도 판교에서 환풍구가 무너지면서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에 위치하고 있는 제2롯데월드(롯데월드타워)의 아쿠아리움 균열, 공사장 인부 사망 등의 사고에 대한 뉴스도 이어졌다.

또 최근 발생한 대한항공의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은 잘못된 재벌의 권위 의식을 보여준 ‘갑의 횡포’ 사건으로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유난히 시간이 흐르는 게 벅차다고 느껴졌던 2014년, 이제서야 겨우 올해의 끝이 보이는 시점에서 <투데이신문>에서는 <본지>의 칼럼니스트이자 인기 팟캐스트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 진행자인 이동형 시사평론가를 만나 올해의 사건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2015년을 맞이하기 위해 이야기를 나눴다.

◇ 정윤회 비선 개입 의혹, 김현철 사건 데자뷰

2014년을 마무리하면서, 한 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하다.
- 너무 바빴다. 조용할 날 없이 큰 이슈들이 계속해서 터졌다. 온갖 사건들이 계속 터지는 와중에 거의 매일 YTN 방송 출연을 해야 하고 칼럼도 써야 하고 <이이제이> 방송 준비도 해야 했다. 개인적인 사건으로는 아기가 태어나면서 육아 문제도 있었다. 지난 2월에 책이 나오기로 예정됐었는데 벌써 12월이다. 계속 미뤄지고 있어 아쉽다. 

올해 <이이제이>가 100회를 맞이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방송을 진행하면서 어땠나.
- <이이제이> 방송에 대한 소감을 이메일로 보내거나 혹은 직접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예전에는 여권을 지지했었지만 방송을 듣고 바뀌었다’, ‘내가 왜 미처 몰랐을까’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방송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이 팬이라고 하면서 방송 잘 듣고 있다고 연락할 때는 ‘이 친구들은 20~30년 동안 진보로 남아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래도 내가 진보 쪽 시사평론가이기 때문에 진보진영 쪽에서 뭔가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보람을 느낀다.

그렇다면 시사평론가로서 대한민국의 2014년은 어땠다고 보는가.
- 온통 시끄러웠다. 우선 ‘국정원 사건’이 가장 컸고 그 다음은 ‘이석기 사건’이라고 본다. 그리고 최근에는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이 제일 컸다고 생각한다. 일단 ‘국정원 사건’, ‘이석기 사건’은 어떻게 보면 연결된 것이다. 처음 ‘국정원 사건’이 터지고 나서 그쪽에서는 당연히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런데 국정원이 계속 거짓말 한 게 드러나지 않았나. 그래서 결국 ‘이석기 사건’을 들고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석기 사건’은 대단히 큰 반향을 일으켰고 헌법재판소에서 통합진보당 해산이라는 결정이 떨어졌다.

‘정윤회 사건’ 같은 경우에는 <세계일보>에서 문건이 유출된 것을 보도하면서 연말에 크게 터져 나왔지만 사실 연초부터 계속 문제가 됐던 것이다. 언론 등을 통해서 계속 정윤회씨가 비선 실세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런데 이 사건은 이번에 어찌어찌 덮인다고 하더라도, 박근혜 정권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본다. 아마 박근혜 정권 끝날 때까지 정윤회라는 이름은 계속 언급될 것이다. 결국 박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계속 안고 가는 것이다. 사실 ‘국정원 댓글 사건’도 엄밀하게 말하자면 박 대통령의 잘못이 아니다. 그 전 정부의 잘못이니까.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내 잘못은 아니지만, 국가 최고 통수권자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면 그대로 끝났을 수도 있다. 그런데 도움 받은 것이 전혀 없다고 하니 박근혜 정권 5년 내내 박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거다. 지금 박근혜 정권의 문제는 어떠한 일이 일어났을 때 대처를 제대로 못한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도 마찬가지다. 사고는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런데 대처를 박 대통령이 어떻게 했느냔 말이다. 이번에 대한항공 ‘땅콩 회항’도 그렇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사과만 처음에 제대로 했더라면 이렇게 일이 커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변명으로 일관하니까 문제가 커진 것이다. 정부나 대기업이나 똑같다. 결국 대처를 제대로 못하는 것이 한국 사회의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정윤회 사건’에 대해 더 얘기하자면, 박 대통령이 직접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 만약에 정윤회씨가 정말 비선에 개입했다고 한다면, 박 대통령은 정권을 내놓아야 한다. 정윤회씨는 국민이 뽑은 사람도 아니고 국가에서 임명한 자리에 있는 것도 아니다. 결론적으로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박 대통령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운 채 자신이 뒤에서 조종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물론 과거에도 이런 일은 있었다. 김영삼 정권 말기에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씨가 그랬다.(1992년 김영삼 대통령이 선거에 당선되면서 당시 김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씨가 선거운동에 깊숙이 관여하며 커진 영향력을 정·재계에서 행사하다 결국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그런데 결국 대통령이 사과했고 김현철씨는 감옥에 갔다. 그런데 지금 정권 초기에 이런 일이 터진다는 것은 청와대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물론 정윤회씨가 아니라고는 하는데, 당시 김현철씨도 아니라고 했다. 마지막에 증거가 나오니까 어쩔 수 없이 인정한 거지.

그리고 수사의 초점이 문건을 누가 빼돌렸느냐에만 맞춰지는 것은 사건이 터졌을 때 바로 예측할 수 있었다. 너무 당연한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초원복국집 사건’, ‘삼성X파일 사건’ 다 그랬다. 가리고 싶어도 100% 진위는 못 가린다. 검찰의 생명을 누가 잡고 있나. 대통령이 잡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2번이나 내놨다. 그럼 자연스레 그 이야기를 따를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

최근 이야기를 더 해보자면, 얼마 전 <신은미·황선 토크 콘서트>에서 ‘황산테러’가 일어났다. 범인은 고등학생이었는데, 종북 논란 때문에 범행을 계획했다고 한다.
- 그 고등학생이 정말 신은미씨와 황선씨가 이야기한 것을 확실하게 보고 행동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인터넷에 아무리 찾아봐도 그 사람들이 당시에 무슨 말을 했는지 전문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뭘 볼 수 있느냐하면 종편에서 이것을 두고 ‘종북 콘서트’라고 한 것만 볼 수 있다. 그 학생도 분명히 그것을 보고 판단했을 거다. 그런데 신은미씨는 자신이 3대 세습을 찬성한 적이 없고 북한을 두고 지상낙원이라고 말한 적 없다고 한다. 그래서 문맥 전체를 보고 파악하고 싶은데 확인할 수가 없다. 결국 일방적인 주장들만 듣고 있는 것뿐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설사 종북세력이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폭력을 써서는 안 된다. 또 우리가 그 사람들이 종북세력이냐 아니냐는 따질 필요가 없다. 악법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국가보안법이 있다. 잘못한 게 맞다면 감옥 보내고 벌금 물리면 된다. 그런데 지금 여론 재판을 하고 있지 않나. 북한에 대해 나쁘게 이야기할 수도 있고 좋게 이야기할 수도 있는 거다. 북한을 대화 상대로 생각하는 게 잘못된 거라면, 박 대통령은 예전에 김정일을 왜 만났나. 엄격하게 따져보면 그것도 국가보안법 위반이다. 그리고 이미 우리나라가 체제경제에서 이긴 상황 아닌가. 사실 진짜 민주주의라면 공산주의도 허용해야 되는 것 아닌가. 사전적 의미로 따지면 그렇다. 일본에도 공산당이 있다. 김수환 추기경도 진짜 민주주의라면 좌경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나라는 북한이 위에 붙어 있으니까 법으로 막는 거지, 진짜 민주주의라면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거다. 그런데 법이 아니고 여론 재판으로 몰아가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거다.

비슷한 예로 결국 통합진보당의 해산이 결정됐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기본적으로 정당의 해산은 국민들에게 맡겨야 되는데, 정당을 국가기관에서 해산시킨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그리고 아직 이석기 의원의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지 않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는데, 헌법재판소에서 멋대로 해석한 게 문제라고 본다. 그리고 의원직까지 상실시킨 것도, 비례대표까지는 그럴 수 있다. 정당에서 임명한 거니까 정당이 해산되면서 의원직을 상실할 수 있다고 해도, 지역구의원까지 그렇게 한 것은 잘못된 거다. 지역구의원은 엄연히 국민들이 직접 뽑은 것이고, 투표권은 국민의 주권이다. 그런데 이 국민의 권리를 헌법재판소가 마음대로 뺏은 것에 대해 문제가 크다.

그리고 헌법재판소 구성 자체도 문제다. 대통령이 3명, 대법원장이 3명, 그리고 국회에서 3명을 임명하는데 이중에서 1명은 또 여당 몫이다. 그리고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니까 결국 여당 성향의 재판관이 7명인 셈이나 다름없다. 그러면 결국 대통령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재판관 구성도 바꿔야한다고 생각한다.

   
 

◇ 정당들, 혁신 어려워…양강체제 이어질 것

이런 와중에 보수와 진보 각 세력에서 ‘혁신’을 외치면서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 혁신 절대 못한다. 국회의원 본인들이 본인들한테 혁신하라고 하니까 안 되는 거다. 국회의원들이 혁신하자고 하는 말이 곧 특권을 내려놓자는 것인데, 자기 특권을 누가 내려놓고 싶겠나. 다 자신들 기득권인데, 가만히 있으면 다 내 것인데 그것을 왜 놓치고 싶어 하겠냐는 말이다. 그러니까 국회의원들이 자정의 움직임을 벌이면서 혁신안을 통과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도 마찬가지다. 대통령도 그것 빨리 통과시키라고 했는데, 이번에 누더기가 돼버렸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본인들 욕심 때문에 잘 될 수가 없다.

지금 우리 정치 상황이 양당 대결이다. 이렇게 계속되면 혁신도 필요 없고 아무 것도 필요 없다. 새누리당 간판 달면 영남에서 뽑아주고, 새정치민주연합 간판 달면 호남에서 찍어주는데 뭐하러 혁신하겠나. 다 ‘쇼’만 하는 거다. 제3의 정당이 나와서 견제를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정치 역사상 그런 적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그리고 이대로 계속 양강(兩强)싸움으로 가면 국민들의 눈치도 안 보게 될 거다.

제3의 정당으로 정의당같은 진보정당은 어떨까.
- 일단 너무 지지율이 낮다. 그래서 힘도 없다. 지금 국회에 몇 석이나 있나. 최소한 4분의 1은 돼야 한다. 물론 제3정당이 되기 위해 노력 많이 했다. 안철수 의원도 제3정당 하려다가 왜 힘을 합쳤겠나. DJ나 YS같은 초 거물급 인사가 있으면 모를까, 지금으로서는 어렵다.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도 지금 제대로 힘을 발휘 못하고 있는데 이 이상으로 힘이 없으면 안 된다.

진보정당들, 노회찬 전 대표 같은 분들, 진보 운동 언제부터 했는지 보자. 1980년대부터 했다. 30년가량 지났다. 그런데 바뀐 부분을 찾기 어렵다. 게다가 매번 지적당했던 친북, 종북 문제 아직까지 해결 못했다. 물론 거기서 의견이 다르니까 갈라서긴 했지만 결국 그 문제는 당내에서 해결했어야 한다는 거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도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냔 말이다. 그런데 왜 국민들이 오히려 해산해야 된다고 손가락질하는지 본인들이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진보정당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 게 김대중 정권 때다. 그리고 노무현 정권 때 10석 만들었다. 이게 무슨 이야기이냐 하면, 한나라당, 새누리당이 정권을 잡고 있을 때는 절대로 제도권 안에 못 들어온다는 거다. 그럼 당시 진보정당들이 제도권 안에 있었을 때 함께 손잡고 세력을 넓혀야 되는데, 그때 민주노동당은 노무현 대통령 비난하기 바빴다. 그때 극과 극은 통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그 다음 선거 어떻게 됐나. 선거에서 박살났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좀 더 진보성향인 의원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랑 힘을 합치던가 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보수층으로 똘똘 뭉친 새누리당 절대 못 이긴다.

지금 이렇게 뒤숭숭한 상황에서도 투표하면 새누리당이 이긴다. 광복하고 나서 70년 가량 지났다. 그 70년 동안 소위 말하는 진보세력들이 대통령 선거에서 2번, 국회의원 선거 1번 이겼다. 그런데 이 총선 1번을 어떻게 이겼나.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 때문에 겨우 어부지리로 이긴 거다. 대통령 선거도 15대 대선은 이인제 의원이 후보로 나오고 IMF가 터졌기 때문에 이긴 거고, 70년이라는 시간 동안 진정한 승리는 16대 대선 노무현 대통령 한 번밖에 없다는 거다. 우리 사회는 보수층이 너무도 탄탄하다.

사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파기 때문에 실망했다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러면 투표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이 하락하지 않을까.
- 만약 노무현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안 지켰다고 한다면 엄청나게 비난 받았을 거다. 그런데 지금 탑골공원 가서 그런 이야기를 한다면 거기 있는 사람들이 뭐라고 할 것 같나. ‘나라가 돈이 없다는데 그럴 수도 있지’ 이런 말 나온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콘크리트 지지율이 대략 30%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그 표가 15~20%밖에 안된다. 게다가 새누리당이 선거 때마다 살려달라고 하고, 의제 설정은 참 잘한다. 선거에서 이기는 데 도가 텄다. 그러면서 가끔 안보 위협에 대한 이야기 하고, ‘이석기 사건’같은 것 터뜨려주면 다 새누리당 찍는 거다. ‘정윤회 사건’ 때문에 대통령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금방 지지율도 복구될 거고, 임기도 무사히 마칠 거라고 본다.

이제 박 대통령의 임기가 약 3년 남았다. 이르지만 각 세력에서 대선 대표 주자를 예상한다면.
- 아무도 예상할 수가 없다. 일단 지난 대선 주자였던 문재인 의원의 경우 다시 대선 주자로 나온다면 분명히 공격 들어올 게 뻔하다. 음, 요즘에 가장 떠오르는 사람은 역시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안희정 충남도지사라고 본다. 어쨌든 지금 야권 진영에 후보가 더 많고 여권에는 떠오르는 후보가 없다. 지지율도 좀 모자란다. 그래서 자꾸 반기문 UN사무총장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거다.

만약 반기문 사무총장이 대선 주자로 나온다면 야권 후보일지 여권 후보일지도 모르는 거 아닌가. 그런데 반기문 사무총장이 야권으로 온다면, 예선통과도 못할 거다. 왜냐하면 야권 지지자들은 ‘저 사람이 우리 후보가 돼서 대통령이 될 수 있는가’ 보다는 ‘내가 마음 놓고 지지할 수 있는가, 진보적인 정치를 펼칠 수 있는 사람인가, 90%를 위한 정치를 할 사람인가’를 따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기문 사무총장이라고 하더라도 예선 통과하기 어렵다.

그런데 여권 지지자들은 이념이나 사상보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더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크게 정책적으로 끌고 가는 것이 두 가지다. 하나는 안보, 또 하나는 개인의 욕망이다. 이렇게 딱 두 가지만 밀고 가는데 이게 늘 통하지 않았나. 그렇기 때문에 반기문 사무총장이 대선 후보로 나온다면 여권에서 나오지 않을까 싶은 거다. 왜냐하면 지금 친박계열에서 주자가 없다. 지금 새누리당에서 말하는 주자들을 보면 김문수, 홍준표, 원희룡, 남경필 등이다. 전부 친박계열이 아니다. 그런데 당내에서 가장 많은 분포도를 차지하는 게 친박계열이다. 그러니까 반기문 사무총장이 와서 친박을 등에 업으면 쉽게 이길 수 있는 거다.

◇ 진정한 리더 없었지만 젊은 리더 기대돼

국민들은 현재 믿고 의지할 리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올해 영화 ‘명량’의 흥행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거라도 보는데.
- 언제는 우리에게 진정한 리더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명량’의 열풍을 두고 ‘진정한 리더를 필요로 하는 대중들의 욕망’이라고 하지만 사실 우리나라는 영웅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다. 어떤 한 명이 뛰어나면 다 죽이려고 달려든다. 누군가 한 명이 혜성처럼 등장했다고 하더라도 검증을 거치는데, 그게 말이 좋아 검증 아닌가. 어떻게든 나쁜 점이 한 군데 정도는 발견될 수밖에 없고 그러면 리더십 자체가 흔들리게 되는 거다.

다음 리더에 대해 희망적으로 전망할 수는 없을까.
- 야권의 젊은 리더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박원순과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꼽아볼 수 있겠다. 박원순 시장의 경우 압도적인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그런데 박 시장이 이번에 보여준 인권 조례 등의 문제를 보면 너무 독단적이지 않나 싶다. 우리가 원하는 리더는 소신 있는 정치를 펼쳐야한다. 그러니까 박원순 시장이 자기 소신껏 정치를 해야지, 표를 의식하는 정치를 할 필요가 없는 거다. 게다가 인권변호사 출신 아닌가. 그래서 이번에 박원순 시장에 대해 실망한 사람들도 많다. 그래도 이번 일을 통해 발생한 비판을 전부 수용한다면 또 리더로서의 자질이 충분히 있는 것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충청도 출신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선거를 분석해보면 충청도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지 않나. 안희정 도지사는 충청도 출신이라는 프리미엄과 젊다는 장점도 있다. 그동안 우리한테 젊은 대통령이 없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그래도 아직 검증할 게 많이 남았고 당장 대선에 나가는 것도 아니니까 지켜봐야 될 것 같다.

   
 

◇ 안전의식 대두, 국민인식부터 바뀌어야 해

2014년에서 빠질 수 없는 사건이 ‘세월호 참사’다. 굉장히 안타까운 사고였다.
- 세월호 참사 이전에 삼풍백화점 붕괴도 있었고,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도 있었고 대형 사건은 많았다. 그런데 금방 잊어버리지 않았나. 그러니까 똑같은 사고를 반복하게 되는 거다. 그래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이슈는 앞으로 오래 이어질 것 같다. 배를 인양할 때 관심을 가질 거고 특별법을 제정했기 때문에 국회에서 논의하면 또 관심이 이어질 거다. 근데 이것을 정권 차원에서 이이제이(以夷制夷) 정책을 쓰면 안 된다. 지금 정부에서 국민끼리 싸움을 붙이고 있다. 대통령은 쑥 빠져버렸다. 당시 눈물 흘리면서 사과해놓고 그 뒤로는 한 마디도 세월호에 대해 말을 안 했다. 나는 박 대통령이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직접적 책임이 없다고 하더라도 도의적인 차원에서 책임을 지는 게 맞는 거다. 그런데 딱 자신만 빠져나온 것이다. 국민안전처를 만든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시스템도 바꿔야하고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어야한다. 학교 같은 곳에서 애들 교육부터 시켜야하는데 지금 세월호 참사 일어난 뒤에 뭘 가르치나? 안 가르친다. 국민적인 인식도 제대로 바뀌질 않고 있고, 시스템도 제대로 안 돌아가고 있는 거다.

제2롯데월드에서 발생했던 사고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지.
- 제2롯데월드는 처음부터 허가를 내주면 안 되는 것이었다. 공군에서도 반대했고, 또 그 지역의 교통이 얼마나 복잡한가. 그런데 그곳에서 100층이 넘는 건물을 지으면 당연히 교통지옥이 될 수밖에. 그렇지만 결국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호를 업었다는 의혹 속에서 롯데 측은 제2롯데월드 건립을 몰아붙였고, 공사 또한 굉장히 빨리 됐다. 그러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나. 또 잠실이라는 곳 자체가 지반이 약한 곳인데 그렇게 거대한 건물을 지어놓았다. 제2롯데월드는 롯데 신격호 회장의 오랜 꿈이라고 하지 않나. 우리나라는 오너가 하라면 무조건 해야지, 절대 반기 못 들지 않나. 그런데 이 제2롯데월드의 저층부 임시 개장을 하고 나서 천장 타일, 바닥에 균열이 생기고 아쿠아리움 벽에도 금이 가서 물이 새고…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하잖나.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수많은 경미한 사고가 발생한다는 법칙 말이다. 그러니까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거다. 그래도 어쨌든 공사는 된 상태니까 부술 수는 없고, 책임자인 서울시와 롯데 혹은 국가까지 나서서 전반적으로 안전 점검을 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라도 해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야한다. 그게 제일 먼저인데 왜 그렇게 빨리 영업을 시작했는지도 의문이다. 아직 건물이 다 지어지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제2롯데월드는 지어지고 있다. 앞서 말씀한 것처럼 우리 사회는 오너, ‘갑’의 말에 감히 거역할 수 없는 분위기를 갖고 있다.
- 우리나라 기업 문화가 뭔가. ‘재벌’이다. 대한민국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기업 문화다. 회사를 오너 소유라고 생각하는 것. 그게 재벌이다. 회사가 왜 오너 소유인가, 주식회사라면 주주들 소유지. 그런데도 오너들이 ‘내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문제다. ‘난 주인이고 너희들은 하인’, ‘내가 돈을 줘서 너희들을 쓰는 거다’라는 생각을 하는 거다. 그 사람들이 일을 하기 때문에 내가 돈을 번다는 생각이 아닌 거다. 소위 말하는 특권 의식이다. 제일 꼭대기에서 특권 의식을 갖고 있고, 이 특권 의식과 갑질이 계층마다 쌓이면서 내려오다 보니까 하부에서는 창의적 사고를 할 수가 없게 됐다. 욕만 안 얻어먹으면 되니까 눈치만 늘고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지 않는 거다. 또 ‘갑의 횡포’, ‘갑질’도 특권 의식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는데 갑질은 내가 너보다 위에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거니까. 결국 재벌이라는 경영구조를 바꿔서 오너 자식이라면 무조건 회사를 이어 받는 구조를 타파해야한다. 물론 재벌 구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있는데, 지금 가장 큰 정당인 새누리당에서 대기업의 편을 들고 있기 때문에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또 지난 정부부터 친기업 정책을 펼치면서 법인세도 깎아주고 밀어주지 않았나. 그래서 재벌들만 돈을 엄청 벌었다. 이렇게 기업을 밀어준 것은 수출을 많이 해서, 돈 많이 벌어서, 많이 투자하라고 그렇게 한 건데 기업에 현금이 들어오니까 그 돈이 다 오너들 주머니로 들어갔다. 그러면 서민들은 더 힘들어지고 재벌들만 배불리는 것은 당연한 절차 아닌가. 그런데 박근혜 정부에서 지금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 지금처럼은 절대 내수로만 먹고 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수출을 늘리면 기업 배만 불려주는 꼴이다. 내수 시장에서 해결하기 위해선 정규직을 많이 늘려줘야 하는데, 지금 오히려 비정규직만 양산하고 있다. 그게 안 된다면 북한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통일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면 지금부터라도 통일을 준비해야하는데,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북한을 단순히 적국으로만 생각하고 대화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면 우리 미래의 청사진은 어디서 찾아야 하나. 너무 답답한 상황인 거다.

삼성이 망하면 대한민국도 망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나.
- 절대 안 망한다. 오히려 독점 체제인 삼성이 무너진다면, 삼성에서 하고 있던 사업들이 다 쪼개져서 몇 천 개의 중소기업이 되겠지. 그럼 더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다. 재벌이라는 독점 체제를 이용하면 어떻게 되는지 생각해봐라. 만약 재벌2세가 광고회사를 차렸다고 한다면 아버지네 회사에서 그 광고회사에만 일을 몰아준다. 그럼 다른 광고회사들은 그 시장에 아예 접근을 못하고 여러 군데가 다 한꺼번에 망한다. 살아남는 곳은 결국 재벌2세의 회사밖에 없는 거다. 오히려 재벌의 독점 체제가 계속된다면 우리나라가 휘청거리기 쉬울 수밖에 없다.

◇ 朴 대통령 리더십 부재 아쉬워…제대로 된 새 야당 리더 나오길

2014년의 대한민국, 가장 아쉬웠던 점 혹은 고쳐야 할 점이 있다면.
- 올해는 정말 ‘다이내믹 코리아’였다. 무슨 일 하나 터지고 나서 잠잠해질 만하면 다시 일이 터지고 또 터졌다. 그런데 이 사이에서 박 대통령이 보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1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돌아본다면 과연 뭐가 있나. 해외순방 다니면서 패션쇼한 것밖에 기억이 안 난다. 특히 우리나라가 대통령 중심제이기 때문에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더 국민과의 소통에 노력해야한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소통을 강조하면서 당선된 것 아닌가. 그런데 자꾸 ‘마이웨이’만 하고 있다. 감싸줘야 할 사람을 감싸주지 못했고 토론할 대상하고도 토론하지 않았다. 또 기자회견도 안 하지 않았나. 질문도 정해져있는 것만 받고, 그렇게 짜인 각본대로 대통령이 움직였던 게 아닌가. 결론적으로 대통령의 리더십이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대통령이 뭘 하는지 보이지 않았다.

2015년의 대한민국은 어떨까.

- 일단 문제는 부동산이다. 가계부채가 1000조 원을 훨씬 넘어섰는데, 이건 위험 수위다. 최경환 부총리 체제에서는 계속해서 돈을 빌려줄 테니까 집 사라고 하는데, 이게 사실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다.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여러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다 쓰러질 거다. 금리가 낮으니까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하는데, 그럼 금리가 높아지면 어떻게 하냐는 거다. 엄청난 사태가 발생하게 되는 거다. 결국 이 부동산 문제를 최경환 체제에서 해결해야만 한다.

또 야당의 경우는 내년에 전당대회를 하고 새로운 리더를 뽑을 것이다. 그리고 그 새 리더가 어떠한 리더십을 가지고 정부와 여당에 맞설 것인지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를 거다. 야당은 계속해서 끌려가기만 하는 한 해를 보냈다. 단 한 번도 주도권을 잡아본 적이 없다. 국정원 사건, 그리고 안타까운 사고이며 다시는 일어나면 안 되는 세월호 사건의 경우 정치적으로 볼 때 야당으로서는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호재였다. 또 최근에는 정윤회 사건도 그렇다. 그런데도 이 많은 기회를 단 한 번도 살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야당은 끌려가기만 한 것이다. 결국 새 리더가 와서 당을 화합시키고 여당과 맞서 싸울 수 있을지를 눈 여겨봐야 한다고 본다. 새로운 리더가 제대로 된 리더십으로 야당과 우리나라 상황을 반전시키기를 바란다.

 

이동형 시사평론가는… 팟캐스트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 진행자, TV프로그램 MBN <아주 궁금한 이야기>, YTN <뉴스 오늘> 출연, 저서 <김대중 VS 김영삼>, <와주테이의 박쥐들>, <바람이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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