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최근 통합진보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해산 판결로 인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이번 판결이 박근혜 대통령에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평가도 있고, 정윤회 관련 문건, 사대강 사업, 방위산업 비리, 자원외교 비리 등 이른바 사자방, 항공기 후진 사건 등을 덮기 위한 판결이라는 설도 있다. 그리고 이와 반대로 종북 세력에 대한 자유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가 내린 합리적 결정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 시점에서 헌법재판소의 존재의 이유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여겨진다.

헌법재판소 홈페이지에 방문하면, 헌법재판소의 상징 문양을 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상징 문양은 문과 기둥을 형상화 한 것이다. 헌법재판소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설명에 따르면, 기둥은 ‘헌법을 수호함으로써 국가의 근본을 굳게 지키고 든든하게 받쳐주는 헌법재판소의 이미지를 초석과 기둥의 모습으로 표현’한 것이고, 문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함으로써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해 나아가는 헌법재판소의 이미지를 빛이 확산되는 열린 문의 모습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결국 상징 문양만으로 볼 때 헌법재판소의 역할은 헌법의 수호,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통한 민주주의 실현이고, 이것은 다른 조직이 부여한 역할이 아닌 헌법재판소 스스로가 밝힌 역할이다.

헌법재판소의 역사를 보면 헌법재판소의 역할이나 존재 이유에 대하여 더욱 확연히 알 수 있다. 1960년 제2공화국 헌법에 헌법재판소의 설치가 규정되었으나, 실제 구성되기 전에 5·16쿠데타가 발발하여 그 설립이 무산되었다. 그 이후 헌법재판소가 다시 생긴 것은 1987년 헌법 개정 때의 일이었다. 즉 헌법재판소는 쿠데타에 의하여 설립이 무산되었고, 80년대 민주화 운동에 따른 결과로 얻어낸 1987년 헌법개정으로 다시 부활하게 된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역사가 우리나라 자유민주주의의 부침(浮沈)과 함께 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JTBC <뉴스룸>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헌법재판소를 두고 있는 이유는 군사정권 시절부터 쌓여왔던 사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정치적 결정은 별도의 기관이 필요하다는 것과, 반대로 사법부 보호 차원, 즉, 대법원이 중요한 정치적 결정에 휘말리고 판결이 불신을 받게 되면 사법부 전체의 신뢰가 흔들린다는 점 때문에 사법부 내에서도 별도의 기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헌법재판소는 우리나라 사법부가 가지고 있는 두 얼굴, 즉 군사정권 시절 사법부에 휘둘린 모습과 정치적 사건에 대한 소신 있는 판결을 보장하기 위한 것 때문에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JTBC <뉴스룸>에서 소개한 헌법재판소의 또 한 가지 역할은 바로 소수의 보호였다. 민주주의는 편의성을 이유로 다수결의 원칙을 많이 사용한다. 다수결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선거일 것이다. 다수결로 인해 생기는 소수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중등 교과서에도 등장하며, 이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헌법재판소인 것이다.

정리하면 헌법재판소는 자유민주주의의 발전과 함께 했으며, 민주주의에 반대되는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설립조차 좌절되기도 하였고, 국민의 기본권 보장, 민주주의 실현, 헌법의 수호, 사법부의 신뢰 회복과 보호, 그리고 소수의 보호 등의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이러한 역사와 역할을 비추어 서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관련 판결을 다시 생각해보자. 헌법재판소는 득표율 3%대의 정당을 보호하지도 못했고, 헌법재판소마저 정부와 여당의 입김의 영향을 받았다는 비판은 사법부의 보호나 독립이라는 역할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국민의 투표로 인해 존립이 결정될 정당에 대한 해산 판결로 국민의 기본권을 오히려 훼손시켰다.

이번 판결은 헌법재판소의 위신과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아울러 일부 진보세력 역시 헌법재판소가 자기 역할도 하지 않고, 같은 진영에서조차 자성의 계기로 삼자는 얘기가 나오는 현재의 상황에 대하여 깊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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