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닥친 강추위로 2주간 산행을 자제하다 보니 온몸이 찌뿌듯하다. 주말에 집에 있다보면 먹거나 자거나 TV를 시청하거나 빈둥대거나...사람이 게을러지는건 시간문제인거 같다. 주말 빈둥거림을 털어버리고 지난 20일 불암산과 수락산을 다녀오기로 하였다.

오전 10시 30분경 지하철 4호선 상계역에서 동행할 친구들과 만나기로 해 8시 50분경에는 집을 나서야만 한다. 하지만 잦은 연말모임들에다 전날 조금 과음한 탓에 늦잠을 자버렸다. 출근할때도 집을 나설때도 항시 샤워를 하고 나가지만 오늘 아침은 어림도 없다. 대충 얼굴만 세안하고 배낭부터 꾸리기 시작했다. 산에 간밤에 내린 눈과 그전에 쌓인 눈이 있으니 스패츠(등산화 속에 눈이나 흙·모래 같은 것이 들어가지 않도록 발목에 차는 각반)와 아이젠(철이나 스테인레스로 만든 스파이크/미끄러짐 방지)을 찾았다. 하지만 겨울에만 착용하고 봄,여름,가을엔 사용을 하지 않으니 도통 어디 있는지 오리무증이다. 큰일이다, 시간은 흐르고 장비들은 보이지는 않고 진퇴양난이다. 항시 등산이나 등반을 할때는 준비물을 철저히 챙겨가야 하고 같이 동참하는 동료들도 믿으면 안된다. 함께하는 동료들을 신뢰하지 말란 얘기가 아니라, 내 준비물(장비, 식량, 식수등)은 내가 챙겨야 하고 누가 내것을 가져 오겠지란 생각을 버리란 얘기이다. 온 방을 헤집다 보니, 가까스로 찾기는 하였는데, 이제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다행히 사당역으로 가는 버스가 바로 있어 가까스로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 불암산에서 바라본 도봉산

불암산은 높이 508m, 원래 ‘필암산(筆巖山)’이라 하여 먹골[墨洞]·벼루말[硯村]과 함께 필(筆)·묵(墨)·현(硯)으로 지기(地氣)를 꺾는다는 풍수지명(風水地名)이었다. 산 명칭의 유래는 큰 바위로 된 봉우리가 마치 송낙(승려가 평상시에 납의(衲衣)와 함께 착용하는 모자)을 쓴 부처의 형상이라 하여 붙여졌으며, ‘천보산(天寶山)’이라고도 한다. 화강암으로 된 주봉 남쪽에는 높이 420m의 제2봉이 있다. 불암산은 한강 지류인 한천(漢川)을 끼고 이루어진 한천평야의 동쪽에 있으며 평야를 사이에 두고 서쪽으로는 북한산(北漢山)을 마주보고, 북쪽으로는 수락산(水落山)과 이웃하여 있다. 주봉과 제2봉 사이에는 불암사(佛巖寺)가 있다. 산 남쪽에는 불암산폭포·석천암(石泉庵)·학도암(鶴到庵)·강릉(康陵)·태릉(泰陵) 등이, 서쪽 사면에는 정암사(淨巖寺)·약소암(藥昭庵)이 있으며, 산정에는 불암산성터가 남아 있다.

서울의 노원구와 경기도 남양주시의 경계를 이루며 덕능고개를 사이에 두고 수락산과 이웃하고 있으며, 사암으로 된 산이라 수목이 울창하지는 않지만 능선은 기암으로 이어지고 봄의 철쭉은 화원을 연상케 한다. 북한산과 더불어 암벽 등산 훈련 코스가 여러군데 산재해 있는 관계로 휴일이면 암벽 장비를 둘러맨 클라이머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정상에 서면 북한산, 도봉산, 비봉, 보현봉 등이 눈앞에 펼쳐진다.

 

불암산 등산코스는 많게는 10가지의 코스가 있는데, 이번에 우리가 갈 코스는 재현고등학교 뒤의 공원관리소▶ 정암사▶ 배드민턴장(불암체육회)▶ 깔딱고개▶ 거북바위▶ 정상▶ 폭포약수터 갈림길▶ 덕능고개▶ 불암산둘레길▶ 상계4동으로 내려오는 코스이다.

공원관리소에서 정상까지는 1시간 20분 소요되며, 중식과 하산시간을 합치면 3시간 정도의 짧은 산행이다. 만약 컨디션이 좋으면 덕능고개를 넘어 수락산으로 하산하기로 하였다. 이전에 쌓인눈과 간밤에 내린눈이 출발부터 일행을 반긴다. 그리고 우리가 가는 정암사, 배드민턴장, 깔딱고개 길 역시 온통 눈이다. 겨울 정취에 취해 깔딱고개까지 올라가니 시야가 탁 트이고 남양주 신시가지와 도봉산, 인수봉 등이 눈에 들어온다. 공기가 맑고 건조해서인지 하늘도 파랗고 시계도 무척 좋다. 가져온 귤을 하나씩 먹고 정상을 바라보니 조금 멀리 보이긴 하지만 20분정도면 올라갈수 있다.

 

정상에 다가서니 멀리는 남산, 한강, 남양주, 제2롯데월드 등이 선명하게 보인다. 남양주를 등지면 오른쪽은 도봉산, 사패산이고 왼쪽은 북한산과 인수봉이 병풍처럼 둘러쳐있다. 정상부근으로 갈수록 등산로 주변의 소나무들은 저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눈꽃을 피우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태백산 산행때 본 상고대 이후로 거의 1년만에 보는 상고대 모습이다.

 

바람이 몰아치는 정상에 오래 머물 수 없었다. 사진 몇 컷을 찍고는 덕능고개 방향으로 내려갔다. 정상 밑 쥐바위를 지나면 헬기장이 있는데 주로 등산객들이 모여 중식을 먹는 곳이다. 이날 이곳은 때마침 중식을 하는 등산객들로 붐벼 우리는 조금 더 하산해 중식을 하기로 하였다. 오늘의 메뉴는 컵라면과 밥, 김치이다. 가져온 보온병의 물로 컵라면에 붓고 보온밥통의 밥으로 식사를 하고나니 아침을 굶은터라 꿀맛이다. 식사후 디저트로 따듯한 커피한잔을 하고 덕능고개로 향하였다. 내려가다 보니 불암산 정상밑에서부터 덕능고개로 이어지는 등산로 옆은 추위로 공사가 중단된 계단들이 볼품없이 이어졌다. 물론 훼손되는 등산로를 보호하기위해 계단공사가 필요하겠지만, 조금은 아쉬운 점도 있다. 계단은 등산객의 무릎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등산로가 훼손되지 않은 범위에서 적절하게 설치해 주면 좋겠다. 수락산으로 가려했던 계획 대신 덕능고개로 내려와 불암산 둘레길로 하산했다. 오후 2시 30분이다. 몇 주를 집에서 쉬다가 간만에 마시는 산의 맑은 공기가 머리를 맑게 했다. 한 주를 힘차게 살아가 에너지를 충전하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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