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MBC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서 방송했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라는 방송이 2015년 벽두부터 큰 화제를 몰고 왔다. 이 방송은 1990년대에 왕성하게 활동했던 가수들을 한 자리에 모은 음악방송이었다. 제목인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는 1980-90년대에 크게 유행했던 음악 프로그램인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약 2년 전에 크게 유행했던 음악 경연 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를 섞은 것이다. 즉 1990년대 활동했던 가수들의 경연을 벌인다는 개념이었다.

그런데 방송 결과 경연은 없었다. 아니, 있을 필요가 없었다. 그 자리에 섰던 모든 가수들에게 경연과 같은 경쟁은 필요 없었을지도 모른다. 모두가 각 장르에서 최고의 가수였고, 현재도 최선을 다하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모든 가수들이 오랜만의 만남을 기뻐했고, 함께 무대를 마무리하였으며, 다양한 연령층의 관중들이 즐겁게 무대를 함께 즐겼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은 참여한 가수 하나 하나의 열정과 능력이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저력을 바탕으로 분출되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1990년대의 대중음악도 당대에는 일부 음악 전문가들로부터 너무 편향되었다는 근거 없는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 ‘다양성 부재’로 비판받는 가요계도 언젠가는 지금의 1990년대 음악과 비슷한 호평을 받을지도 모른다.)

예능으로서의, 혹은 음악 측면의 평가 외에 이번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가 내포하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그것은 소위 ‘기성세대’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의 세대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가 이전의 복고풍 프로그램과 어떻게 다른지 알 필요가 있다.

이전까지 복고풍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패션 분야의 경우 ‘유행은 돌고 돈다.’라는 말이 가장 잘 입증되는 분야였다. 또한 음악 분야에서도 과거의 수많은 명곡이 리메이크 되어서 다시 한 번 인기를 끌었다. 영화에서도 『써니』를 비롯하여 최근의 『국제시장』에 이르기까지 복고풍은 영화를 흥행시킬 수 있는 주요한 소재 중 하나고, 최근 공연계에서도 뮤지컬 『젊음의 행진』, 콘서트 『청춘나이트』 등이 있었다. 그런데 이들 공연이나 영화에서 1990년대가 전면에 등장한 것은 TVN의 ‘응답하라’ 시리즈 정도였다. 그 외에는 아무리 최신이라고 해봐야 1980년대였거나, 1990년대가 일부 들어간 정도였다. 이번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는 1990년대만으로, 혹은 1990년대가 주요 소재가 된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1990년대를 소재로 한 TVN의 ‘응답하라’ 시리즈와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는 모두 완성도와 흥행에서 성공을 이끌어냈다.

1990년대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성공한다는 것은 이러한 프로그램을 소비할 수 있는 세대들이 소비의 중심 세대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즉 이전까지 1980년대에 10대 중반-30대 초반이었던 세대가 소비의 중심이었다면, 이제 그런 세대가 1990년대에 10대 중반-30대 초반이었던 세대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 30대-40대 중반으로 우리 사회의 중추의 역할을 하고 있다.

1980년대에 10대 중반-30대 초반이었던 세대에게 정치적으로는 민주화 운동, 경제적으로는 급속한 경제 성장을 누렸던 세대라면, 1990년대에 10대 중반-30대 초반이었던 세대는 앞 세대가 이루었던 민주화를 바탕으로 사회적으로는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누렸지만, IMF 경제위기 속에서 사회에 진출했던 세대로, ‘고용 불안정’, ‘비정규직’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맞이했던 세대이기도 하다. 또한 앞 세대에 대한 일부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며, ‘세기말’인 1990년대, 그리고 ‘새천년’인 2000년대를 모두 맞이한 세대이기도 하다.

『가요무대』, 『전국노래자랑』을 즐겨 시청하던 세대의 자식 혹은 손주뻘 세대가 이제 대한민국 사회의 문화 소비의 중심이 되는 세대가 되었다. 이들은 단지 문화 뿐만 아니라 정치와 경제에서도 주도권을 가지기 시작했고, 이것을 선포한 것이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일 것이다. 2015년이 시작된 이 때, 이들의 지지와 소비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이들의 특징과 성향을 잘 파악하는 것이 향후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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