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 자체 기술로 ‘에일 맥주’ 3종 선보여
맥주 양조기·높은 천장·자유로운 자리배치 등 ‘이색적’ 내부구조
‘버거’부터 ‘디저트’까지…수제 맥주와 함께 먹을거리 ‘다양’
접근성·대기시간·영어 메뉴판 등 아쉬운 점 존재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작년 한 해 대한민국은 ‘스몰비어’ 열풍으로 가득했다. 만원도 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에 시원한 맥주 한 잔뿐만 아니라 감자튀김, 마른안주와 같은 가벼운 안주까지 즐길 수 있는 작은 규모의 맥주 집이 인기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맥주 홀릭’이라면 이미 알아차렸을 터, 올해는 값이 비싸더라도 다양한 맛의 수제 맥주를 맛보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무데서나 맛 볼 수 없는 특색 있는 ‘크래프트 맥주’가 트렌드로 바뀌고 있는 것.

크래프트 맥주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소규모 양조장에서 장인이 빚어내는 수제맥주’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맥주 맛을 결정짓는 재료의 함유량과 더불어 발효법, 숙성기간 등 맥주 제조자의 손길에 따라 각기 다른 맛으로 탄생하기에 크래프트 맥주는 애주가들 사이에서는 ‘진짜 맥주’로 통한다.

이에 서서히 붐이 일고 있는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 발 빠르게 뛰어드는 기업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손꼽히고 있는 것은 바로 신세계그룹의 외식업 계열사 신세계푸드에서 오픈한 ‘데블스 도어(Devil’s door)’이다.

데블스 도어는 오픈 전부터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이 야심차게 준비해왔다는 소문 아래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기대를 등에 업은 채 지난 해 11월 28일 오픈한 데블스 도어는 문을 열자마자 가장 핫한 수제 맥주 집으로 빠르게 떠오르고 있다.

고속터미널역에 내려서도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 곳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떨어짐에도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대기 시간이 30분에서 1시간 정도는 기본일 정도로 핫한 인기를 자랑하는 이 곳을 <투데이신문>에서도 찾아가봤다.

투박한 디자인의 건물 외관 ‘오래된 공장’ 연상 시켜
수제 맥주와 함께 셰프 요리 즐길 수 있는 ‘게스트로 펍’ 형태

반포천 복개주차장 상가에 1322㎡(약 400평) 규모로 지어진 데블스 도어는 투박한 디자인의 외관을 하고 있어 누리꾼들 사이에서 ‘마치 뉴욕 브루클린의 오래된 공장을 리뉴얼한 것 같은 모습’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Devil’s door’라고 쓰인 푸른빛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진 공간 속에 일반 맥주 집에서는 볼 수 없던 10미터에 달하는 높은 천장과 오른쪽에 자리하고 있는 대형 맥주 양조기가 시선을 압도하며 더욱 공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전체적으로 어두컴컴한 분위기 속 400평이라는 거대 공간 속에 넓은 홀과 맥주 양조기가 어우러져 있는 모습은 탄성을 자아냈다.

시선이 가장 먼저 향하는 건 1층 맨 오른쪽에 위치한 웅장한 모습의 맥주 양조기였다. 이는 1788년에 설립된 독일의 ‘카스파리’라는 제조사에서 수입된 것으로 독일의 전문가들이 직접 이곳을 찾아와 조립해 설치했다고 한다. 양조기 바로 앞에는 10미터가 넘는 바(Bar)가 있어 손님들이 앉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에 맥주를 만드는 모습을 손님들이 실제로 볼 수 있냐고 직원에게 물었으나 “맥주가 양조되는 것은 새벽시간이라 손님들이 해당 과정을 볼 수는 없다”고 답했다. 만약 맥주가 제조되는 과정을 손님들이 볼 수 있다면 이는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데블스 도어만의 특징이 됐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양조기 옆에는 투명 유리 속 작은 룸 형태의 공간이 존재했다. 그 곳은 데블스 도어의 브루 마스터와 함께 고객이 직접 맥주를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는 비어 랩(Beer Lab)이다. ‘나만의 맥주를 제조할 수 있도록 Brew master가 도와 드립니다’라고 쓰여 있는 해당 공간은 아쉽게도 아직 이용할 수는 없으나 곧 상용화 될 예정이라고 한다.

홀 중앙에는 사람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일명 ‘커뮤널 테이블’이라고 불리는 긴 테이블이 자리하고 있다. 등받이 없는 높은 의자와 테이블 위로 반짝이는 조명은 외국의 맥주 집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했다.

그 왼편으로는 밖이 내다보이는 창가 앞에 둥근 테이블의 자리가 배치돼 있다. 너무 개방돼있는 느낌보다는 좀 더 아늑한 분위기에서 대화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중앙의 홀과 오른편의 바(Bar)보다는 창가 자리를 선택하면 좋을 것 같았다.

데블스 도어는 수제 맥주와 함께 셰프가 만드는 요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스트로 펍’ 형태로 운영되는 만큼 홀 안쪽 끝으로는 주방 내부의 모습이 전부 보이는 ‘오픈 키친’이 마련 돼 있었다.

오픈 키친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주방에서 풍겨오는 코끝을 자극하는 맛있는 냄새와 각종 채소들이 썰리고 고기가 지글지글 구워지는 소리는 입맛을 더욱 자극시켰다. 이와 더불어 주방 안쪽 앞치마와 머리 수건을 두른 요리사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요리하는 모습은 긴 시간 메뉴를 기다리는 고객들에게 하나의 쏠쏠한 재미를 제공하는 볼거리로 느껴질 듯 했다. 또한 메뉴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모두 오픈돼있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고객들에게 음식에 대한 믿음을 주기에 충분할 것 같았다.

주방 위쪽의 공간에 위치한 2층에는 네모난 테이블, 홀 중앙에 위치한 긴 테이블, 바(Bar) 형태의 테이블 등이 놓여 있어 ‘1층의 작은 축소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층은 그리 크지 않은 크기였는데 30~40명 남짓한 인원이 앉을 수 있을 법 했다.

2층에 앉아 바라보는 데블스 도어 내부 전경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하우스 음악, 재즈 음악 등의 다양한 장르의 음악소리와 환하게 빛나는 맥주 양조기의 모습, 어두운 공간 속 잔잔한 조명 아래 웃고 떠드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데 어우러져 순간 외국 영화에 나오는 펍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했다.

장 모씨(33 서울 왕십리)는 “페이스북에서 높은 천장과 맥주 공장이 있는 사진을 보게 됐다. 국내에서는 보지 못했던 모습이기에 궁금증이 생겨 찾아오게 됐는데 생각보다 더욱 이색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1층과 2층에는 각각 그릇, 휴지, 포크와 나이프, 물컵, 소스 등을 직접 가져다 사용할 수 있는 ‘셀프 바’가 준비돼 있었다. 또한 1층에는 흡연자들을 위한 공간인 ‘스모킹 룸’이 마련돼 있었다. 스모킹 룸은 2개였으며 하나는 남녀 공용, 나머지 하나는 여성 전용 공간이었다. 꽤 큰 크기를 갖추고 있어 흡연자들이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을 듯 했다.

독일산 ‘맥주 양조기’서 신선한 ‘크래프트 맥주’ 만들어내
3가지 에일 맥주, ‘페일 에일’, ‘인디아 페일 에일’, ‘스타우드 에일’

데블스 도어의 공간을 모두 둘러봤다면 이제는 이 곳이 존재하는 이유인 수제 맥주 맛을 볼 차례. 이 곳에서는 우리가 일반적인 맥주 집에 가서 시켰을 때 나오는 ‘라거 맥주’가 아닌 우리나라에서 맛보기 쉽지 않은 ‘에일 맥주’를 생산한다.

라거 맥주와 에일 맥주의 차이는 ‘상면(上面)발효효묘’냐 ‘하면(下面)발효효모’냐에 따른 것인데 에일은 맥주가 만들어지면서 발효통의 위쪽으로 떠오르는 성질을 가진 효모로 만든 맥주이며 라거는 그와 반대로 아래쪽으로 가라앉는 성질을 가진 효모로 만든 맥주를 말한다. 데블스 도어에서는 이러한 상면(上面) 발효 방식의 에일 맥주를 신세계에서 자체 개발한 기술을 통해 만들어낸다. 이곳의 에일 맥주의 종류는 ‘페일 에일(Pale Ale)’, ‘인디아 페일 에일(IPA)’, ‘스타우드 에일(Stout)’ 등 3가지다.

직원이 건네준 메뉴판을 보고 세 가지 에일 맥주와 이 곳의 대표적인 안주 메뉴로 꼽히는 데블스버거를 주문했다. 메뉴판은 모두 영어로 돼 있어 처음 온 손님들이 주문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듯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실제로 직원을 불러 메뉴판에 대한 설명을 듣는 손님도 적잖이 볼 수 있었다.

메뉴를 주문하고 조금 기다리자 주문한 맥주가 먼저 나왔다. 황금빛을 띠고 있는 페일 에일은 입을 대는 순간 과일향이 진하게 풍겨왔다. 우리가 평소에 마시는 맥주와는 확연히 다른 향이었다. 그러나 맥주 맛에서는 과일 맛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메뉴판에는 ‘CIPRA HOP을 사용해 먹는 순간 레몬, 감귤, 오렌지, 자몽 등 열대과일의 향을 느낄 수 있는 맥주’라고 나와 있었다. 데블스 도어의 세 가지 맥주는 우리가 평소에 마시는 라거 맥주와는 아예 종류가 다른 에일 맥주임에도 불구하고 페일 에일은 세 가지 맥주 중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맥주의 맛과 가장 비슷했다.

두 번째로 맛본 그보다 진한 갈색 빛의 인디아 페일 에일은 ‘특유의 쓴 맛과 MOSAIC HOP의 복합적인 향을 부각한 Devil’s door만의 담갈색 IPA’라고 설명돼있는 것처럼 처음에 마신 페일 에일보다는 맛이 조금 더 쌉싸래했다. 또한 페일 에일에서 느껴졌던 과일향도 조금 느껴지는 듯 했으나 이는 잠시뿐 전체적으로 시원한 느낌을 베이스로한 솔향이 강하게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고온에서 로스팅한 맥아를 사용해 몰드 특유의 고소함과 풍부한 바디감이 특징으로 꼽히는 흑색 빛의 스타우드 에일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흑맥주인데 페일 에일과 인디아 페일 에일에 비해 거품이 풍부하지 않았고 세 가지 맥주 중 가장 쓴 맛이 강했다. 초콜릿 향을 느낄 수 있다고 했으나 페일 에일의 과일향처럼 강하게 느껴지는 정도는 아니었다. 또한 흑맥주 특유의 톡 쏘는 맛은 덜 했으며 맥주가 걸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맥주와 함께 먹기 위해 주문한 얼티밋 데블스버거에는 두툼한 100% 소고기 패티와 함께 양파잼, 파마산 치즈칩, 구운 토마토 등이 같이 들어있었다. 버거와 함께 감자튀김이 같이 나왔는데 우리가 시중에서 보던 감자튀김보다 훨씬 얇다는 점이 특이했다. 사실 맥주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라는 생각에 안주 메뉴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버거의 맛은 비교적 매우 훌륭했다. 간단히 맥주 한 잔과 함께 시킨다면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을 듯 했다.

김 모씨(29, 서울 강남)는 “맥주나 분위기가 좋다고 해서 오게 됐는데 음식 맛에 대해서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맛이 매우 괜찮아서 놀랐다. 버거 안의 패티도 맛있고 토마토나 치즈 칩의 식감도 좋은 것 같다”고 평했다.

데블스 도어에서는 이 외에도 수제 맥주로 마리네이드하고 버터와 우유로 맛을 더한 버터 밀크 프라이드 치킨을 비롯해 뜨거운 스위스 치즈와 사우어 크라우트로 맛을 내고 러시안 드레싱을 곁들인 시그니처 핫도그, 부드러운 반숙 계란과 시금치와 모르트델라 햄을 곁들인 크림 피자와 같이 든든한 안주도 많이 준비돼 있었다. 또한 감자튀김, 고구마튀김과 같은 튀김 안주와 맥주 집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아포카토 스타일의 비어 아이스크림, 레드벨벳 케이크, 다크니스루라이트 케이크 등 디저트 메뉴도 있었다.

데블스 도어, 아쉬운 점은?

그러나 아쉬운 건 가격이었다. 에일 맥주 3종은 테스팅(180ml) 3600원, 아이리쉬(375ml) 7500원, 글래스(470ml) 9500원 등의 사이즈 별로 준비돼 있었는데 사람들이 부담 없이 마음 껏 즐길 수 있는 가격은 아니라고 생각됐다. 데블스 도어의 470ml 글래스 잔의 가격은 일반 맥주 집에서 500ml 한 잔에 3000~4000원하는 가격의 2~3배에 달하는 가격이기 때문. 그렇기에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이 오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의 옆자리에 앉은 장모씨(24, 경기도 안양)는 “처음 와봤는데 흔히 동네에서 볼 수 있는 맥주 집과는 분위기가 매우 다른 것 같다. 대학생인 나에게는 가격이나 분위기를 따져봤을 때 약간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이 쉽게 올 수 있는 곳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가게 내부를 둘러보니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손에 꼽았으며 직장인 차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체적으로 20대 후반에서 30~40대 정도의 연령층이 대다수인 듯 했다.

현재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장 모씨(33, 서울 왕십리)는 “직장인인 나에게도 이곳의 가격이 싸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자주 찾아오지는 못할 것 같고 친구나 직장동료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고 싶을 때 한 번씩 찾아오게 될 것 같다”고 평했다.

음식의 맛이나 맥주의 품질, 가게의 분위기를 따져봤을 때 데블스 도어는 수제 맥주 집으로서 경쟁력이 있어 보이기는 했다. 그러나 ‘과연 악마처럼 치명적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겠다는 뜻을 가진 ‘데블스 도어’라는 이름에 걸맞은 정도의 경쟁력인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됐다. 그 이유는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존재하기 때문.

일단 많은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불편한 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위치해 있다는 점과 대기시간이 너무 길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는 어떻게 바꿀 수 없는 부분이기에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또한 맥주 양조기가 가게에 존재하는데도 손님들이 맥주가 제조되는 모습을 보지 못한다는 점과 영어로 된 메뉴판, 수제 맥주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그래도 착한 가격을 자랑하는 ‘스몰비어’ 맥주 집에 비해 매우 비싸다는 점도 아쉬운 점으로 꼽게 됐다. 펍을 연상시키는 큰 음악소리와 사람들의 수다 소리, 여러 형태의 자리 배치가 자유롭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정신없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렇듯 몇몇 아쉬운 점이 존재하는 데블스 도어를 한 번 찾은 사람들이 ‘아쉬운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하며 다시 또 찾아오게 만들기 위해서는 부족한 부분을 모두 감싸버릴 수 있는 데블스 도어만의 특징을 앞으로 더 살려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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