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조산업 본사 앞에서 시위하고 있는 오룡호 실종자·유가족들 ⓒ 뉴시스

사조산업, 오룡호 실종자‧유가족 따로 만나 합의 회유?
오룡호 실종자‧유가족 “하루빨리 실종자 수색 재개해야”
사조산업 “러시아 정부 측이 수색연장 불허… 어쩔 수 없다”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제2의 세월호 참사라 불리는 오룡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40여 일이 지났다.

지난해 12월 1일, 사조산업 소속 명태잡이 북양트롤선 501오룡호(이하 오룡호)가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좌초됐다. 당시 오룡호에 탔던 60명 중에서 외국인 7명만 구조됐으며 27명이 사망하고 26명은 실종됐다. 그 중에서 한국인은 11명으로 시신 6구가 발견됐지만 5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12월 31일부로 해역 어업활동이 금지돼 실종자 수색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현재 수색이 잠정 중단된 상황이다.  

사고 이후 오룡호 실종자·유가족들은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5일부터 지금까지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사조산업 본사 건물에 머물며 사조산업 측에 실종자 수색재개와 사고 수습에 대한 명확하고 책임있는 태도를 촉구하고 있다. 또한 사고 대책마련에 미흡한 사측과 정부의 태도에 답답해하며 분개하고 있다.

누군가는 생때같은 자식을, 누군가는 집안의 가장을 잃은 오룡호 침몰사고. 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오룡호 실종자·유가족들의 눈물은 여전히 마르지 않고 있다. 

   
▲ 사조산업 본사 앞에서 시위하고 있는 오룡호 실종자·유가족들 ⓒ 뉴시스

오룡호 침몰 원인 중간수사 발표… “기상악화와 무리한 조업 강행”

오룡호가 침몰한 원인은 무엇일까. 지난해 12월 30일 부산해양경비안전서 수사전담반은 오룡호 침몰사고 원인에 대해 기상악화 상태에서 무리한 조업 강행과 비상 조난 과정의 대응 미숙 등으로 판단했다. 

부산해양서의 중간 수사결과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12월 1일 낮 12시쯤 (현지시간) 다른 선박은 기상악화로 오전부터 피항했지만 오룡호는 조업을 실시했다. 당시 오룡호는 명태 약 20t을 잡아 올려 배에 실은 후 러시아 나바린항으로 피항을 시작했다. 그리고 낮 12시부터 48분까지 피시폰드(어획물수조)를 사용, 어획물을 처리실에 넣으려고 문을 개방해 10번에 걸쳐 거센 파도와 어획물이 처리실로 들어왔다. 이때 해수의 압력으로 피시폰드와 처리실 사이에 있는 나무 격벽이 부서졌고 바닷물과 섞인 어획물이 빌지펌프(배 밑에 괸 물을 퍼 올리는 펌프) 흡입구를 막아 배수 작업이 불가능하게 됐다.

또한 피시폰드 문 사이에 그물이 끼어 그 틈을 통해 바닷물이 들어와 처리실 수위는 0.8m~1m가 됐다. 이에 오룡호는 항해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고 왼쪽으로 돌면서 표류했다. 결국 오룡호 선장은 오후 4시경 근처에 있는 선박들에게 구조요청을 보냈고 8분이 지난 후 선사에 퇴선 전화보고를 한 뒤 교신이 끊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해양서는 사고선박과 구조선박 간 교신내용 등을 토대로 침몰원인 규명을 위해 다각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고 이후 해양수산부는 501오룡호 사고대책반을 구성하고 국민안전처는 상황을 접수한 뒤 러시아 정부에 구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외교부 역시 사고대책반을 구성, 주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 등 현지 재외공관을 통해 선원 수색과 구조 작업을 요청했다. 또한 사조산업 측도 배를 보내 실종자 수색 등 사고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서베링해의 악천후 등으로 인해 실종선원 수색은 쉽지 않았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면서 사고 해역이 유빙을 비롯해 낮은 수역, 악천후 등으로 수색 작업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게 수색작업이 재개하고 접기를 반복하던 중 12월 말, 러시아 정부는 수색연장 불가를 통보해 수색이 중단됐다. 

   
▲ 사조산업 본사 3층에 머물고 있는 오룡호 실종자·유가족들 ⓒ 투데이신문

오룡호 실종자‧유가족 “내 아들, 내 남편… 죽음 실감하지 못해”

현재 오룡호 실종자‧유가족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실종자 수색재개 등을 외치고 있다. 이들의 심경을 듣고자 <투데이신문>은 지난 7일 오전 10시경, 오룡호 실종자‧유가족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져 있는 사조산업 본사 건물 3층을 찾았다. 기자가 조용히 인사를 건네자 언론에 대해 강한 불신감을 드러내는 가족도 있었다. “취재를 해가면 뭐하냐, 제대로 보도도 안 하면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들을 안심시키며 조심스레 다가가 이야기를 들었다.

기자가 만난 박모(54)씨는 사랑하는 남편을 잃었다. 그녀의 남편 김모 씨는 사조산업에서 17년 동안 일했으며 현재 실종상태다. 박 씨는 사고가 나기 하루 전 남편과 했던 통화를 잊지 않고 있었다. 남편 김 씨는 아내에게 ‘집에 별일 없냐. 내 몸은 건강하다’며 ‘앞으로 40일만 있으면 집에 갈 텐데 그러면 이 배를 내려야지. 좀 쉬고 싶다’고 말했다. 이것은 오룡호 사고로 인해 마지막 통화가 됐다.

그녀는 아직도 남편의 사고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박 씨는 “아직 시체도 찾지 못한 상황이지만 조금만 있으면 남편이 올 것 같다”며 “평생 물에서 살았는데 죽는 것이라도 육지에서 죽어야 하지 않겠냐”며 울먹였다.

K씨는 이번 사고로 25살 아들을 잃었다. 그의 아들이 바다에 나가 일한 지는 3년 6개월 정도됐다. 대화 내내 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연신 옷으로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K씨는 “시신을 찾았다고 하던데 아이를 보기 전까지는 못 믿겠다. 아들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며 연신 가슴을 쳤다.

분향소 설치를 요구하는 유가족도 있었다. 홍모 씨는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일단 분향소 설치가 우선이라 본다. 사측이 외부에 알려지는 게 싫어서 분향소 설치를 안 하는 것 같다”며 “사람이 죽었는데 최소한 고인에 대한 예의를 차렸으면 한다”고 전했다. 현재 분향소 설치에 대해 회사 측에서는 아무런 답변이 없다며 답답함을 전하기도 했다.

오룡호 실종자 마대성 씨의 형 마모(61)씨는 막막한 심경을 전했다. 마 씨는 “이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동생이 물 속에 들어가 있는데 뭐라고 얘기하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시간이 많이 흘러) 솔직히 동생이 살아있을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그리고 이 넓은 바다에서 시신을 찾을 수 있는 확률도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면서 “하지만 사조 측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마 씨는 “(러시아 정부가) 어업기간이 끝났으니 배를 철수하라고 하는 것은 시신을 고기 취급하는 것과 같다”며 울분을 토했다.

   
▲ 사조산업 본사 3층에 머물고 있는 한 오룡호 유가족 ⓒ 투데이신문

사조산업, 오룡호 유가족 따로 만나… ‘합의’ 회유 논란

사조산업이 오룡호 실종자‧유가족들을 따로 만나 합의를 회유했다는 주장도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오룡호 실종자‧유가족들은 12월말에 사조산업 사장이 유가족들에게 위로금으로 3천 5백만원을 제시하며 ‘수색 중단에 동의해달라’고 말했으며 최근 사조산업 관계자가 유가족을 따로 만나 합의를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김모 양은 “최근 사조산업 관계자가 따로 불러내 ‘앞서 한 분이 합의를 했으니까 합의를 하라’는 식으로 말했다”며 “‘그 전에 사건 사고가 많았는데 3천 5백 만원이라는 위로금을 준 적이 없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오래 있으면 힘드니까 빨리 합의하라고 하더라. 나한테는 그게 협박하는 것처럼 들렸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조산업 측이 따로 만나서 이야기한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김 양은 “(사조산업이) 유가족끼리 분열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같이 합의를 봤으면 좋겠는데 시간이 안 돼서 한 사람씩 만난다고 얘기하는 것은 변명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오룡호 실종자 가족 박모 씨는 “사조 측 관계자가 불러내 ‘되도록 빨리 합의를 보는 게 나을 것이다’, ‘합의가 늦어지면 회사 측에서는 법으로 할 텐데 그럼 유가족이 불리해진다’는 식으로 말했다”며 “합의금을 더 주겠다고 확실히 말한 것은 아니지만 ‘합의하면 회사에서 조금은 더 생각하지 않겠냐’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실종자 가족인 마 씨는 “사조산업이 언론에 유가족에게 보상금을 2억에서 3억 가량 준다고 말하는데 사실 그것은 보험료, 퇴직금 등 법정 보상금으로 받는 돈이다. 그런데 이 돈을 마치 회사에서 주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사측이 가슴아파하는 유가족을 데려다 놓고 한 사람씩 만나면서 합의보고 나가라는 식으로 말한다. 오래 있으면 그것 마저도 못 받는다는 식으로 회유하고 있다”며 사조산업 측의 태도를 비난했다.

   
▲ 사조산업 본사 앞에서 시위하고 있는 오룡호 실종자·유가족들 ⓒ 뉴시스

사조산업 “오룡호 실종자 수색중단… 러시아 측 불허로 인한 것”

사조산업은 지난 5일 오룡호 사고와 관련해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먼저 보상금 협상 진행사항에 대해 “그동안 회사는 보상금 협의와 관련해 대표이사를 주축으로 협상팀을 꾸려 수차례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다”며 “유족에게 보상금으로 평균 인당 3억 2천만 원의 보상금(선장 보상금의 경우 5억 8천만원)을 제시하는 등 협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색작업이 지난해 12월 31일로 중단된 것과 관련해 “유가족은 수색작업 중단된 것이 회사의 불성실함을 지적하고 있지만 해당 수역에 대한 수색여부 결정 권한은 러시아 정부에 있다”며 “러시아 정부와 협의를 시도해 회사 측의 수색연장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지만 오룡호 실종자 수색 중단은 러시아 정부 측의 수색연장 불허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조산업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오룡호 실종자 수색에 대한 협조 공문을 러시아 측에 보냈지만 거부사유를 언급하지 않고 12월 31일자로 어장을 떠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매년 12월 말이 되면 유빙기간이기 때문에 러시아에서는 선박의 어업활동을 막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사조산업 측이 오룡호 실종자 수색작업에 소홀한 게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외교부에서 비상대책위가 생겨서 (사조 관계자들이) 거의 매일 출근했고 5-6척정도 투입할 수 있는 배는 다 들어갔다”며 “다른 회사의 협조를 구해서 시신을 수습한 경우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오룡호 유가족을 따로 불러 합의를 시도한 것에 대해 “유가족을 따로 만난 이유는 개개인의 입장과 합의금이 다르기 때문에 한 사람씩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분향소 설치와 장례식 진행과 관련해 시신이 들어오는 시기에 맞춰 진행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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