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KAL기 폭파 사건부터 천안함 침몰, 디도스 공격,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세월호 참사까지. 언제부턴가 커다란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그 이면에 음모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심지어는 특정 시기에 어느 인기 연예인의 스캔들이 터진 이유가 첨예한 정치적 이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것이었다는 음모론도 존재한다. 어느 새 음모론은 세계를 해석하는 주요한 설명 틀 가운데 하나로 당당하게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흔히들 책임 당국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거나, 공론장이 제대로 된 비판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때 음모론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증가한다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지금 이렇게 수없이 많은 음모론이 떠돌고 음모론자라는 낙인이 횡행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학자 전상진 교수의 첫 책인 <음모론의 시대>는 우리 사회가 왜 음모론으로 들끓게 되었으며, 음모론은 어떤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지, 각각의 정치 세력은 어떤 식으로 음모론을 활용하는지에 대해 흥미진진한 해석을 펼쳐나간다. 또한 어떻게 하면 음모론이 단순한 음모‘놀이’나 손쉬운 책임전가 수단에 머물지 않고, 유의미한 비판이론으로서 기능할 수 있을지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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