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지난 2009년 삼성 이건희 회장의 특별사면과 관련한 논란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당시 사면심사위원회는 이건희 회장이 삼성SDS 신주인수권사체(BW) 헐값 사건의 손해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을 사면 이유로 내세웠지만, 이 회장이 양형참고자료와 다른 이면약정을 통해 돌려받아 사실상 사면심사위가 이 회장의 사면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만들어 낸 것에 불과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또 사면심사위원회가 지난 2008년 삼성이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면서 밝힌 1조원 사회 환원 약속을 포함하지 않고 조세포탈세액 납부 사실만을 고려해 자의적 판단을 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이 회장은 법원과 국민을 모두 기망하고 ‘눈 가리고 아웅’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의 단독사면 당시 “국익을 위한 것”이라며 이 회장 사면을 정당화한 사면심사위원회 역시 ‘허수아비 위원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유래 없는 원-포인트 사면 받은 이건희
사면심사위, 특별 사면 이유 살펴보니…

2009년 12월 31일 경제인으로서 유래 없는 원-포인트 사면을 받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특별사면 및 복권 안건에 관해 논의한 사면심사위원회의 회의록이 5년의 자료 공개 제한기간 도과로 한 언론사의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지난 2일 공개됐다.

이에 경제개혁연대(이하 경개연)는 8일 회의록과 관련해 논평을 내고 “2009년 12월 24일 열린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는 단독 안건인 이 회장의 특별사면 및 복권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사실상 이 회장의 사면을 정당화하고 국민적 비난을 피하기 위한 논리를 만들기 위한 것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사면심사위원회는 애초부터 사면심사의 대상을 이 회장이 아닌 IOC 이건희 위원으로 상정해 논의는 IOC 위원인 이 회장에 대한 사면과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여부가 쟁점이 돼 버려 결국 이 회장에 대한 사면이 국익을 위한 결정인 것처럼 포장됐다고 경개연은 주장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이건희 회장 특별사면 상신의 이유로 내세운 두 가지도 논란거리다. 이유 중 하나는 이건희 회장이 삼성SDS에 끼친 손해액을 회사에 납부하는 등 피해회복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조세포탈에 대해 포탈세액을 포함해 총 8060억원의 세금을 완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면심사위원회가 이같이 내세운 근거가 이 회장의 사면을 정당화하기 위한 자의적 판단이라고 경개연은 주장했다.

경개연은 유죄가 확정된 삼성SDS BW 헐값발행 사건과 관련해 “이 회장은 1심 선고 직전 삼성특검이 주장한 삼성에버랜드 및 삼성SDS에 대한 손해액 총 2509억원을 유무죄와 관계없이 모두 변제했다는 양형참고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하면서 선처를 호소했으나 형사재판 과정이 모두 종결된 후 법원이 인정한 손해액 227억원과 그 지연이자 120억원만을 삼성SDS에 납부하고 나머지 2162억원은 돌려받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회장이 법원에 제출한 양형참고자료와는 다른 내용의 이면약정을 체결해 이 회장이 법원을 기망한 것과 다름없다는 것.

경개연은 “문제는 이러한 이 회장의 법원 기망 사실을 당시 사면심사위원회가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정황이 있었지만 양형참고자료에 기재한 금액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한 삼성SDS 피해변제를 사면 상신의 근거로 제시했다”며 “사면심사위원회가 예정된 결론을 위한 요식 절차에 불과했음을 반증한다”고 주장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삼성이 포탈 세액을 포함해 총8050억원의 세금을 완납했다는 사실만을 사면 상신의 근거로 제시한 점도 경개연은 문제 삼았다.

경개연은 “삼성의 사회환원 약속을 포함한 경영쇄신안의 이행 여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며 “이러고도 사면심사위원회가 국익을 운운할 자격이 있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삼성특검이 진행 중이던 2008년 4월 삼성은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조세포탈이 문제가 된 차명계좌를 실명전환하고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겠다. 남은 돈은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 않고 유익한 일에 쓸수 있도록 방도를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1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 삼성의 사회 환원 약속은 현재까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경개연은 “사회 환원 약속을 포함한 삼성 경영쇄신안은 사실상 없었던 일이 돼버렸다”며 “이는 결국 이 회장이 자신의 형사재판에서 유리한 양형을 얻어내기 위해 법원과 국민을 모두 기만한 것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번 회의록 공개를 통해 드러난 사실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9명의 위원 중 이 회장의 사면에 반대한 위원이 단 한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이에 경개연은 “사면심사위원회가 특별사면의 형식적 정당을 갖춰주는 요식절차로 전락했다”며 “대통령의 독단적 사면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것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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