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학부 결정 받아들였을 뿐, 학교 차원 강제 없었다”

   
▲ 사진 제공 인천대학교 디자인학부
예체대 디자인학부, 갑작스럽게 과학대로 편제 개편
디자인학부 학생들 “교수들 독단적인 결정 반대”
인천대 “학교 차원 강제 없었고, 논의된 줄 알았다”
 
【투데이신문 김두희 기자】‘진리의 상아탑’이라고 불리던 대학이 점점 취업을 위한 학원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교육부의 ‘특성화 사업비’를 지원받기 위한 대학의 무차별적인 학과 통폐합이 있었고 이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멀쩡하게 잘 다니고 있던 학과가 취업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폐과되거나 전혀 상관없는 학과와 통합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눈 뜨고 당할 수밖에 없던 학생들의 울분과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해 학생들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안양대학교 작곡과, 서일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청주대학교 사회학과 등에서 학과 통폐합이 결정돼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인천대학교에서 또다시 특성화 사업을 위한 학생들의 동의 없는 학과 편제 개편이 발생하면서 오히려 특성화 사업이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생들을 위한 일인데, 왜 학생들이 주체가 되지 못하나요?”
 
2015년 새해가 되자마자 인천대학교 예술체육대학 디자인학부 학생들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예술체육대학 아래서 30년 동안 자리했던 디자인학부가 2016년부터는 도시과학대학으로 옮겨지게 된 것이다. 이 소식을 알게 된 경위도 교수 및 학교 관계자들로부터 전해진 것이 아닌 학생들을 통한 단체 채팅방에서였다. 자신들도 모르게 편제 개편이 진행됐다는 말에 학생들은 반신반의하며 담당 교수를 찾았다. 그리고 그렇게 이뤄진 교수와의 면담에서 학생들은 편제 개편이 사실이라는 것을 통보받았다.
 
그리고 교수의 입에서 학생들에게 통보된 내용은 ‘지난해 2학기 내내 교수진들이 논의한 결과 디자인학부는 예술체육대학에서 도시과학대로 이전하기로 결정됐으며 학생들에게 알리려 했지만 이미 학교에서 처리가 끝났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알릴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교수들의 입장을 전달받은 학생들은 황당하고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디자인학부 10학번 A씨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그저 ‘변하는 건 아무 것도 없고 너희들에게 좋을 것이다’라고만 말하고 있다”면서 교수들의 말에 확신이 없다고 했다.
 
이어 “변하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교수님들이 말했는데 당장 내년부터 학부 커리큘럼이 싹 다 바뀌었다. 30년 동안 디자인만 가르쳤던 곳이 갑자기 도시과학대로 들어간다는 사실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A씨는 “이미 우리 학부와 도시과학대가 각각 특성화 사업에 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학부가 도시과학대로 들어가게 되면 또 5년 간 90억 원이 지원된다고 했다”면서 “이렇게 중요한 일을 결국 자신들의 자리 보전을 위해 교수진들 마음대로 결정해버린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 사진 제공 인천대학교 디자인학부
A씨를 비롯한 디자인학부 학생들은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며 모든 학교의 행정은 학생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학교의 주체인 학생의 의견을 무시하고 교수들의 독단으로 편제 개편을 결정한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250명가량의 디자인학부 학생들은 90% 이상이 서명운동에서 편제 개편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 2011년에도 디자인학부 교수들은 학생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시각디자인과와 디지털콘텐츠디자인과를 디자인학부로 통합시킨 바 있다. 당시에도 통폐합에 대해 면담을 진행했지만 교수진은 ‘너희와 무슨 말을 하겠냐’면서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했다고 학생들은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현재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더욱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는 말도 과연 그것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가에 대해 디자인학부 학생들은 강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교수와의 면담 녹취 파일에서 디자인학부 B교수는 “학생들이 반대하는데도 계속해서 편제 개편을 진행할 것이냐”는 학생들의 질문에 오히려 “찬성하는 학생들은 없는 것인가”라면서 “특성화 사업이라는 것이 서로 다른 학문의 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라는 질문과는 다소 거리가 먼 답변을 줬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것처럼 디자인학부는 단독으로 이미 특성화 사업에 선정된 상황이다. A씨는 “편제 개편을 해야 더욱 좋을 것이라는 교수들의 독단적인 태도에서 학생들은 신뢰를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디자인학부 학생들은 성명서를 통해 “‘학과 개편으로 인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고, 또한 넓은 공간을 실습실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교수들은 말하지만, 학생들은 넓은 공간, 지원금을 원하는 게 아니라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맞는 수준 높은 강의와 교수진을 원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트렌드에 가장 민감해야 할 디자인 교수들이 몇 년 동안 똑같은 강의 내용으로 질 낮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교수들의 자질에 대한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인천대 평의원회 ‘학생 의견 수렴 없는 결정 반대’
 
타과 교수진들도 이러한 디자인학부 편제 개편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지난 13일 이번 편제 개편을 논의하기 위한 평의원회가 인천대에서 열렸다. 평의원회는 이사회 다음으로 가장 공적이고 권위 있는 자리로 각 학과 및 학부의 대표 교수들이 참석한다. 갑작스럽게 편제 개편 사실을 알게 된 학생들은 지금이라도 편제 개편 결정을 되돌리기 위해 평의원회가 열리는 건물 앞에서 침묵시위를 진행했다.
 
이러한 디자인학부 학생들의 침묵시위를 본 타과 평의원회 교수들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결정된 것이냐’면서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리고 결국 평의원회에서는 80%의 교수들이 편제 개편을 반대하는 결과가 나왔고 이 결과는 이사회에 전달될 예정이다.
 
인천대 “교수진과 학생 사이 소통 부족 인정”
 
이러한 편제 개편과 관련해 인천대학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디자인학부가 도시과학대로 들어가게 하는 것은 학교의 강제가 아닌 학부의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교수와 학생들의 내부적인 소통이 부족했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학교 입장에서는 학생들에게 일일이 물어보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 디자인학부에서 (편제 개편을 하겠다고) 전달받은 공문을 토대로 일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학생들의 주장대로 교수진의 독단으로 편제 개편이 이뤄진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디자인학부장 K교수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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