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커피 체험⑤ - 파사드 커피 편

   
 
원두별 개성 제대로 맛 볼 수 있어
매일 착즙하는 신선한 생과일주스도
프랑스산 초콜릿·설탕, 깊고 풍부한 맛
 
【투데이신문 김두희 기자】2015년 을미년이 밝았습니다. 이제 슬슬 봄이 찾아올 때가 됐네요. 체감하는 계절은 겨울이지만 대한이 지나고 입춘을 앞두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래서인지 추운 날에는 패딩점퍼를 입고 털모자를 뒤집어써도 콧속이 모두 꽁꽁 얼어버릴 만큼 춥지만 따뜻한 날엔 코트 속에 폭신한 니트 하나 걸치고 가볍게 외출해도 활동하기 좋더라고요.
 
이렇게 겨울과 봄 사이를 걷고 있는 지금, 역시 커피가 빠질 수 없겠죠. 이번 커피로드에서는 드디어 서울을 벗어나 수도권으로 발을 넓혔습니다. 유동인구가 정말 많은 수원으로 가봤는데요. 북적북적한 수원 중에서도 최근 깔끔하게 리모델링을 거친 후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AK&(AK앤드)’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이 건물 1층에 위치한 ‘FACADE COFFEE(파사드 커피)’가 제 최종 목적지였죠.
 
유동 인구 많은 수원에서 만나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핸드드립·프렌치 프레스 장점만 가진 ‘에어로 프레스’ 커피
 
평일 오전이었지만 1호선 수원역과 많은 버스 노선이 다니는 여러 개의 정류장이 함께 있어서인지 수원역 일대는 오가는 사람들로 꽤 북적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제게 수원은 초행길이었는데도 AK앤드는 1호선 수원역과 연결돼있고, 버스에서 내릴 경우에도 건물 바로 앞에서 내리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찾기 쉬웠어요. 파사드 커피 매장도 밖에서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고요.
 
   
▲ ⓒ투데이신문
   
▲ ⓒ투데이신문
건물 1층에 자리 잡은 파사드 커피는 독립적으로 분리된 매장은 아니었고 건물 문을 열자마자 바로 보이는 오픈형 매장이었습니다. 천장이 높고 간결하게 테이블과 의자가 가지런히 놓인 모습이 굉장히 단정하면서도 여유로워 보여서 하루 종일 그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을 정도였어요.
 
파사드 커피 바리스타분은 저에게 “인테리어가 깔끔해서인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촬영을 많이 하러 온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제가 방문했을 때도 쇼핑몰 촬영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분들이 있었거든요. 수원 지역 온라인 쇼핑몰 CEO들도 인정하는 인테리어인가 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커피의 맛이죠. 우선 메뉴판부터 살펴보니 구성이 무척 간단했습니다.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페모카, 싱글오리진 등 ‘커피’와 초콜릿 음료, 생과일 주스, 생과일 에이드 같은 ‘커피 아닌 음료’가 메뉴의 전부였어요.
 
   
▲ ⓒ투데이신문
특히 커피 메뉴의 경우 인기 있는 ‘캐러멜 마키아토’ 같은 달콤한 맛을 내는 커피가 카페모카밖에 없으니, 커피 본연의 맛에 굉장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페라떼는 하나의 범주에 묶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일 관심 가던 것은 역시 ‘싱글오리진’이었죠.
 
그래서 주문했습니다, ‘싱글오리진’. 바리스타분께서 “어떤 맛을 좋아하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여러 원두가 블렌드된 에스프레소 음료들과 달리 ‘싱글오리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하나의 원두로만 커피를 만들기 때문에 고객의 선호도에 맞춰서 추천을 해주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평소에 약간 산미가 있는 커피를 좋아하는 편이라고 답했더니 ‘샤키소’를 추천하셨어요. ‘샤키소’ 말고도 선택할 수 있는 싱글오리진 원두는 더 있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르완다 무용웨’, ‘니카라과 산타마리아 허니’, ‘인도네시아 디카페인 따깽온’, ‘케냐 키룬유’까지 매장에서 구비해두고 있었고요, 매장에서 지금 판매하고 있는 원두라면 바로 ‘싱글오리진’으로 주문할 수 있다고 합니다.
 
파사드 커피의 커피 추출 방식은 어떨까요. ‘싱글오리진’을 당연히 핸드드립으로 내려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파사드 커피에서는 두 가지 방법으로 커피를 추출하는데, 하나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프렌치 프레스’였어요. 프렌치 프레스는 가정에서도 손쉽게 커피를 내릴 수 있는 장비로 사랑받고 있죠. 분쇄된 원두를 넣고 뜨거운 물을 넣은 뒤 어느 정도 추출이 된 시점에서 원두가 담긴 부분만 끌어올리면 간편하게 원두커피가 완성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다른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해달라고 했습니다. 바로 ‘에어로 프레스’입니다.
 
   
▲ 에어로 프레스를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는 모습. ⓒ투데이신문
   
▲ 에어로 프레스로 추출된 싱글오리진 '샤키소' 커피. ⓒ투데이신문
‘에어로 프레스’는 제가 처음 보는 커피 추출도구였지만, 바리스타분이 에어로 프레스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집에서 정말 쉽게 커피를 내릴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에어로 프레스로 커피를 내리는 방법은 정말 간단합니다. 먼저 에어로 프레스 통에 분쇄된 원두를 담습니다. 그리고 물을 끓여 준비한 후 원두를 담은 에어로 프레스 통에 마치 핸드드립 하듯이 원을 그리면서 물을 부어주고요. 그다음 커피물의 표면만 잘 저어준 뒤 필터를 장착합니다. 필터까지 장착한 에어로 프레스는 뒤집어서 컵 위에 올린 후 위에서부터 꾹 눌러주면 필터를 통해 원두 찌꺼기는 걸러지고 커피만 추출됩니다. 어때요, 참 쉽죠?
 
이렇게 추출된 ‘샤키소’ 커피를 색깔부터 관찰했습니다. 진한 고동색, 가끔은 검정색을 띄고 있는 타 커피들과는 달리 ‘샤키소’는 누구나 구분할 수 있을 만큼 밝은 갈색이었습니다. 그렇게 색깔에 감탄하면서 한 모금 마셨더니 입 안이 ‘샤키소’의 산미로 가득해졌습니다. 사실 이 정도로 산미가 강한 커피는 처음 마셔봤어요. 흔히 원두를 소개할 때 ‘과일 맛이 난다’는 것에 대해 별로 공감할 수 없었는데 ‘샤키소’에서는 정말 과일 맛으로 느껴질 정도의 산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원두 소개에 ‘라즈베리, 루이보스, 라임, 실키한 바디’라고 돼있더라고요. 그 정도로 과일 맛, 산미가 가득한 커피였습니다. 만약 산미와 청량함으로 잘 알려진 케냐AA 커피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꼭 드셔보시길 추천합니다.
 
바리스타분의 설명에 따르면 에어로 프레스는 무엇보다 싱글 빈(Single Bean)의 특징을 잘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부드러운 바디감을 가진 커피로 추출되기 때문에 기존 아메리카노의 맛이 부담스러웠던 분들이라면 편안하게 마실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정에서 커피를 추출하기 쉽다는 게 큰 장점이겠죠.
 
   
▲ '태양의 서커스'(좌), '폴라리스'(우) 블렌드. ⓒ투데이신문
이렇게 ‘싱글오리진’의 맛이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역시 고객들이 가장 무난하게 접하는 커피는 ‘아메리카노’이기 때문에, 아메리카노까지 맛을 봤습니다.
 
이곳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바리스타들이 ‘싱글오리진’ 커피를 주문하는 것처럼 고객의 취향을 한 번 물어봅니다. 왜냐하면, 이곳에서 판매하는 아메리카노 블렌드는 두 가지이기 때문입니다.
 
‘태양의 서커스’ 블렌드와 ‘폴라리스’ 블렌드로 나뉘는데요. ‘태양의 서커스’는 ‘폴라리스’에 비해 가볍게 화사하고 청량한 맛입니다. ‘폴라리스’는 ‘태양의 서커스’에 비한다면 묵직하고 씁쓸한 원두의 뒷맛이 느껴지지만, 그래도 다른 아메리카노보다는 부드러운 맛이었습니다. 이러한 특징을 살려서 파사드 커피에서는 ‘태양의 서커스’를 이용해 카페라떼를 만들고 ‘폴라리스’로는 카페모카를 제조한다고 합니다. 물론 고객이 따로 요청한다면 ‘폴라리스’ 카페라떼, ‘태양의 서커스’ 카페모카를 마실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파사드 커피에서는 프랑스 명품 초콜릿으로 유명한 ‘발로나 초콜릿’과 우유를 이용해 만들어 굉장히 풍부한 달콤함을 갖고 있는 초콜릿 음료와 매일 아침 바리스타들이 직접 생과일을 착즙해 만드는 주스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 생과일 에이드도 팔고 있는데 과일 시럽 등이 따로 들어가는 게 아니고 생과일주스와 탄산수 한 병을 함께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단 맛이 없는데요, 만약 단 맛을 원하신다면 설탕 시럽을 넣으면 됩니다. 매장 곳곳에 비치된 이 설탕 시럽도 정제되지 않은 프랑스산 천연 설탕을 이용해 만든 거였어요. 이렇게 모든 메뉴가 전반적으로 타 카페들보다는 건강한 맛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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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취향 맞춰 커피 제공
넓고 깔끔한 매장, 여유로워

수원에 단 한 곳, 접근성 떨어져
일반 커피류 높은 가격대 형성
 
제가 느낀 파사드 커피의 장점을 말하자면, 무엇보다도 정말 뚜렷한 개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맛 본 ‘샤키소’, ‘태양의 서커스’, ‘폴라리스’는 색깔부터 맛까지 전부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원두 본연의 뚜렷한 색깔을 갖고 있었거든요. 항상 마시던 커피의 맛에 질렸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파사드 커피에 방문해서 가지각색의 맛을 즐기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커피 맛이 거기서 거기지’라는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도 이곳에서라면 커피들의 개성을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맛도 맛이지만, 분위기도 상당히 좋아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온라인 쇼핑몰에서 촬영을 올 정도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갖고 있거든요. 천장을 높고 매장 한 쪽은 전부 통유리로 돼있기 때문에 주말에 커피 한 잔 주문하고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에 참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역시 수원 AK&에서만 파사드 커피를 만날 수 있다는 거죠. 서울에서 주로 만날 수 있던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을 수도권에서도 만날 수 있는 것은 참 반가운데 수원에서만 만날 수 있다니 좀 아쉽습니다. 구로 본점을 비롯해 여러 군데에 AK플라자가 있으니 그곳에서 조만간 파사드 커피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또 약간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원두의 맛이 굉장히 훌륭하지만 그래도 ‘싱글오리진’이 아닌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가 5000원인 것은 아무래도 좀 비싼 편이죠. 수원역 인근에는 주로 학생들과 20대가 많이 모이는데 이들의 지갑을 열기에 파사드 커피의 가격은 약간 비싼 편이라고 봅니다.
 
그래도 이렇게 서울 아닌 곳에서 기업이 론칭한 스페셜티 커피전문점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메뉴 구성도 훌륭한 맛을 지닌 기본 메뉴들로 충실하게 채우고 있고요. 오히려 이런 곳에서 여러 가지 달콤한 시럽을 사용한 메뉴를 만든다면 그것대로 실망스러울 것 같습니다.
 
추웠던 날도 이제는 점점 풀리고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을 바라보고 있는 계절입니다. 이럴 때 파사드 커피에서 따뜻하고 향긋한 커피와 싱그러운 생과일주스 한 잔 마시면서 휴식을 즐기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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