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방송·강연으로 바쁜 그녀, 3년 만에 작가로 돌아오다

   
▲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

곽정은, “나는 카테고리화 하기에 애매한 ‘점’ 같은 사람”
신간 <혼자의 발견>, 일상의 ‘소소한 얘깃거리’ 담겨
연애와 사랑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 확고해
방송, 강연, 책…모든 분야에서 ‘종횡무진’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연애에 대한 고민 상담을 할 때 그냥 친한 친구들은 “그놈이 잘못했네. 울지마”라며 나를 위로하는데 급급하지만 나에 대해 뼛속까지 알고 있는 정말 친한 친구들은 “야, 이건 네가 잘못했네. 그러니까 걔가 화내고 싸우게 되지”라며 오히려 내 속을 긁을 때가 많다. 그런 친구들을 보며 순간 ‘얘가 나랑 진짜 친한 애가 맞나’라며 섭섭해 하지만 그 친구들이 밉지 않은 건 그 시간이 지나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 편이 아닌 제3자의 입장으로 내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 무조건적인 위로보다 도움이 될 때가 훨씬 많기 때문.

여기 정말 친한 친구처럼 연애 상담을 할 때 누구보다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얘기해주는 여자가 있다. 그는 바로 ‘곽정은’이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연애 상담 사연 중 남자가 연락이 되지 않아 고민이라는 여자에게 ‘남자가 연락을 하지 않는 이유는 옥중, 상중, 병중 그리고 아웃 오브 안중 이 네 가지 중 하나’라며 듣는 이가 눈물날만한 ‘돌직구’ 멘트를 날리지만 대중들은 그런 그녀를 밉게 보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따뜻하게 포장된 말은 아니지만 그것이 상담 사연을 보낸 이를 위하는 그녀의 ‘진심어린 돌직구’ 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러한 곽정은이 작가로서는 3년 만에 <혼자의 발견>이라는 책으로 대중들 곁에 돌아왔다. 책에는 평소의 그녀답게 읽는 이의 가슴을 콕콕 찌르지만 가만히 읽고 있자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내용이 가득 담겨 있다.

이에 <투데이신문>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든 그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남을 사랑할 수 있으며 남에게도 사랑 받는다’고 말하는 당당함이 매력적인 여자 곽정은을 강남의 한 카페에서 직접 만나 얘기해봤다.

◆ <혼자의 발견>으로 나를 되돌아보다

Q. 3년 만에 새로운 책을 출간한 기분이 어떤가.

: 책을 처음 냈을 때 내 글로만 채워진 온전한 나만의 결과물이라는 게 정말 감격스러웠는데 이번에 책을 내면서 그 때 그 감정이 다시 느껴졌다. 잡지사에서 십 몇 년이 되는 시간동안 매달 책을 만들어왔지만 그건 모두의 노력이 더해 만들어져 탄생한 것이기에 ‘내 책’이라는 느낌이 없었다. 그러다 내 글로만 책을 만들고 나니 그 기분이 정말 특별했다. 이번엔 그 순간을 빨리 맞이하고 싶어서 집에서 택배로 책을 받아보지 못하고 출판사가 있는 파주로 직접 가서 책을 받아왔다. 이번 책이 그 어떤 책보다 기다려질 만큼 좋았던 점은 내 얘기와 생각이 많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번 에세이 ‘내 사람이다’를 쓸 때는 책을 쓰면서 매우 힘겨웠는데 이번엔 모두 다 내 얘기들로 채우다 보니 책을 쓰면서 굉장히 행복했다. 그래서 책을 더욱 빨리 받아보고 싶었다.

Q. 책을 쓰면서 어떤 점이 행복했나.

: 나에겐 글을 모아 하나의 작업물을 만든다는 게 늘 해오던 일이었다. 그런 것들은 내가 워낙 잘하던 테크닉이었는데 이번 책 같은 경우 구성에 있어서 내가 그 동안 해왔던 일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어떠한 주제로 계속 글을 써서 책을 채웠던 게 아니라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글 중에 몇 가지를 선택하고 그 글들의 균형을 잡아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부족한 부분은 새롭게 써서 채워 넣었다. 그렇기에 이 책 속엔 나의 과거 생각과 현재 생각이 함께 어우러져 담겨있다.

Q. 신간 <혼자의 발견>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

: 형식적으로는 잡지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내용적으로는 내 머릿속에 있었던 최근 일 년 동안의 이야기가 많다. 그렇기에 책을 통해 가장 최근의 내 생각과 느낌을 엿볼 수 있다.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문득 든 생각, 강아지를 기르면서 새롭게 깨닫게 된 사실, 일상 속에서 사람들과 떠들던 수다 등 다양하고 소소한 얘깃거리가 담겨있다. 이처럼 신간 <혼자의 발견>에는 2014년까지의 내가 정리돼있다. 그래서 책을 세상에 내보내기 전 혼자 읽었을 때 ‘그래, 내가 이 때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았지, 이 사람을 만나서 이 때 이 애기를 했었지’ 하면서 나를 되돌아보게 됐던 기억이 있다.

Q. 책의 반응이 좋다고 들었다.

: 출판하기 전에 출판사에서 마케팅을 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글 이미지를 떠서 올렸는데 ‘좋아요’ 클릭 수가 이틀 만에 2만명 가까이 됐다. 지금 세대가 긴 글을 보기엔 너무 바쁘고 시간이 없어 단문의 텍스트나 이미지에 반응하는 세대인데 그와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 SNS통해 이 책을 알게 돼서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글이 게재된 것을 보면 기분이 매우 좋고 신기하다. 책 시장이 많이 위축된 상황에서 정작 나도 책을 한 권 살 때는 매우 고민하는데 내 책을 사기 위해서 지갑을 열고 귀한 돈을 쓰고 그것을 다시 자신의 매체를 통해 전파하는 분들을 보면 내가 매우 뜻 깊은 경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Q. 수많은 책 중 특별히 반응이 좋은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 내 일상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20~30대 여성들 혹은 직장인들, 자기 삶을 사랑하고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연예인도 아니고 방송을 할 때는 화장도 하고 화려하게 입고 나오기도 하지만 실제로 내 삶이 화려한 것도 아니고 나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감성적인 면이 맞닿아 있을 수밖에 없다. 평소에 일하고 운동하고 쇼핑하고 연애하고 놀고 스트레스 받으면 맛집 찾아다니고 일반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그 안에서 내가 느끼면서 썼던 글들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는 것 같다. 그 외 일반적인 직장인들과 나의 차이가 있다면 ‘섹스칼럼을 쓸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부분인 것 같다. 그 부분은 나이기에 쓸 수 있었던 유일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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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를 쓰던 아이, 대한민국 대표 ‘섹스칼럼니스트’ 되다

Q.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나.

: 내가 어렸을 때 엄마는 늘 가게에 나가 일을 하시고 오빠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같이 놀지 못했고 언니는 매일 운동을 해서 항상 집에 혼자 있어야 했다. 그 때 유치원도 다니지 않아서 친구도 별로 없고 교류할 사람이 없으니 집에 있으면서 자연스레 책을 보게 됐다. 또 책을 아무리 읽어도 시간이 남으니까 혼자 동화를 쓰기도 했다. 그 때 처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은 엄마 아빠가 올 때까지 나를 버티게 해주고 혼자 상상에 빠지게 해주는 좋은 친구였다.

Q. 섹스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은 어떻게 가지게 됐나.

: 내가 섹스 칼럼니스트가 된 건 우연 혹은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엄마가 운영하시던 가게에서 두꺼운 여성지를 보게 됐다. 거기에 당시 섹스칼럼이라고 할 수 있는 갱지에 쓰인 야한 글을 몰래 읽었다. 어느 날은 글에서 ‘삽입’이라는 단어를 보게 됐는데 어린 나이에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지만 되게 야하고 읽지 말았어야 하는 단어라는 느낌이 왔다. 그러면서 ‘이게 뭔데 사람들은 왜 이렇게 비밀스럽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보니 내가 지금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 돼 있었다(웃음). 이전 직장인 잡지사 <코스모폴리탄>은 세계최초로 표지에 ‘sex’라는 단어를 언급한 잡지였다. 그런 매체에서 피쳐에디터로 있으면서 그와 관련된 얘기를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섹스칼럼을 쓰면서 ‘이런 글을 써서 내가 너무 야한 사람 취급 받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내가 매체의 안에서 글을 쓰는 사람이기에 그런 걱정 없이 자유롭게 잡지의 모토에 맞는 기사를 썼고 그렇게 이 분야에 대해 10년이 넘는 시간이 쌓이게 됐다.

Q.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섹스’라는 소재에 대해 민감한 것 같다.

: 아직도 나에게 ‘용감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말하는 내용이 사회에서 금기시되는 얘기들이기에 나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에게 소재 자체만으로 공격당하기도 한다. 내가 특별히 어디가 용감해서가 아니라 나는 내가 쓰던 글에 대해 얘기하는 것뿐인데 사람들은 나에게 ‘용감하다’고 말한다. 내가 기존의 대중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을 넘어선 내용의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기에 나는 이 부분에 대해 아직도 내가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Q. 섹스 칼럼니스트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일인가.

: 누구나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해 소명의식을 갖고 살아가는 것처럼 나는 10년 동안 섹스칼럼을 써왔고 이런 콘텐츠의 글을 쓸 때 내가 살아있다고 느낀다. 섹스칼럼을 쓰면서 ‘남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글을 쓰는 것 아니냐, 결국은 상업적인 글을 쓰는 사람 아니냐’라는 오해를 많이 받지만 그런 오해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또 다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에 오해가 나쁜 일이라고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내 스스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고 이런 일로 30대를 보내고 있다는 게 참으로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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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강연, 책까지…끊임없이 도전하는 그녀

Q. 10년 넘게 일해 온 직장을 그만뒀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 나는 무슨 일을 할 때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계속 받아야 하는 사람인데 계속된 직장생활 속에서 어느 순간부터 그게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많은 고민을 하고 있던 중 재작년 여름, JTBC 예능 <마녀사냥>이라는 방송을 하게 됐고 방송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직접 만나 얘기하면서 꼭 잡지가 아니어도 다른 매체를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러면서 다른 분야에서의 나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싶어 올 초 직장을 그만두게 됐다.

Q. 13년간의 기자생활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 <코스모폴리탄>에서 일하면서 일상이 너무 고단했다. 언제나 빡빡하게 짜인 스케줄 안에 생활해야 했기에 매우 힘들었다. 그러나 다행이었던 건 그렇게 힘든 일정 속에서도 ‘지금 내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를 항상 생각했었다.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 때 그에 대해 딱히 생각하지 않고 기계처럼 움직일 때가 많은데 나는 그러지 않았다. 예를 들어 대부분 운전을 할 때 어느 정도 숙달되면 무의식 속에서 운전하며 멍 때리거나 음악을 듣거나 그러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그러지 않고 머릿속으로 글을 써냈다. 돌이켜보면 문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항상 이러한 감각을 열어놨던 것이 일상생활 속에서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게 했을 뿐만 아니라 내가 책을 쓸 수 있는 직업적인 힘을 준 것 같다.

Q. 본인의 재능에 어떤 일이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하나.

: 나는 원래 글을 쓰던 사람이기에 아무래도 책을 쓸 때가 가장 편안하다. 그래도 방송과 강연 모두 각각 다른 재미가 있다. 먼저 강연은 내 눈앞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그 자리에 있는 분들하고 실시간으로 소통하면 그 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생생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그에 반해 방송은 내가 다듬어진 영상 속에 남아 영원히 기억된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나중에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고 해도 누군가가 인터넷에 나를 검색하기만 하면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Q. <마녀사냥> 방송 활동은 어떤가.

: 재밌기도 하고 힘겹기도 하다. 왜냐면 방송은 대화자체가 맛깔나게 살려면 나 혼자 잘해서도 안 되고 누가 내 얘기를 받쳐줘야 하고 전체 맥락이 있어야 하기에 내가 중요한 얘기를 했어도 편집돼 오해를 사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방송은 누구에게나 양날의 검인 것 같다. 누군가의 존재를 알리기에 매우 좋은 수단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만큼의 유명세 때문에 본의 아니게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방송을 함에 있어서 긴장도가 매우 높다. 출연진들과 웃고 떠들면서 재밌게 녹화하는데도 끝나고 나면 다른 약속을 못 잡을 정도로 에너지 소모가 심하다. 이렇듯 굉장히 긴장도가 높지만 그 안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은 정말 좋다.

Q. 방송활동 하면서 악성댓글도 많이 보게 됐을 것 같다.

: 처음에는 악성댓글을 보게 되면 울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누구나 ‘그런 의견은 싫어, 저런 표현은 나빠’와 같이 감정을 배출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고 자유지만 말도 안 되는 글을 유포하고 댓글로 욕을 남기는 행동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제는 그런 사람들에게 시간을 쓰는 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아예 그런 글은 보지 않는다. 모든 일에는 책임이 따르고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으려면 선이 지켜져야 한다. 그렇기에 인신공격도 용인될 수 있는 마지노선이 있다고 생각한다.

Q. ‘곽정은’이 핫한 이유, 본인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 내가 어디에 카테고리화 하기에 애매한 '점' 같은 사람이라 그런 것 같다. 따지고 보면 내가 연예인도 아니고 현재 기자라 하기에도 그렇고 섹스에 대해서 나처럼 잘 얘기하는 집단이 있는 것도 아니고 범주화하기가 어려운 사람인 것 같다. 내가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된 건 <마녀사냥> 프로그램을 통해서인데 내가 다른 출연진들처럼 연예인도 아니고 나와 함께 앉아있는 연예인들이 각자 재밌는 얘기를 풀 때 나는 내 방식대로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다 보니 사람들을 그들과 다른 화법에 나를 두고 ‘저 사람을 어떤 사람으로 받아들여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Q. 유명인이 되면서 생긴 좋은 점 & 나쁜 점이 있다면.

: 좋은 점은 많은 곳에서 얘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방송을 통해 유명해지면서 사람들의 요청에 강연을 하는 일이 굉장히 많아졌다. 수, 목, 금요일은 거의 계속해서 강연을 다녔던 것 같다. 이렇듯 내가 유명해짐으로 인해 많은 기회를 갖게 된 것은 정말 감사하지만 대중들에게 알려졌기 때문에 힘든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연예인이 아닌데도 과거 사진이 유포된 적이 있다. 그 때 그 사진 때문에 사람들에게 조롱당하면서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내가 만약 음주운전과 같은 잘못을 한다면 그 부분은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내 과거모습 같은 부분은 비난 받을 일이 아님에도 알려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된다는 게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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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정은이 생각하는 ‘진짜 연애’가 궁금하신가요?

Q. 연애의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요즘 사람들은 연애는 하면 좋은 거고 안하면 나쁜 거고 하면 정상이고 안하면 루저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연애는 지금보다 행복해지기 위해 하는 선택일 뿐이다. 지금도 썩 괜찮지만 둘이 있으면 서로의 행복을 나눠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서 하게 되는 게 연애의 올바른 목적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지금 외롭고 마음이 추워서 연애를 선택하기도 한다. 내가 출연하고 있는 <마녀사냥> 프로그램에 ‘그린라이트 꺼라’라는 코너가 있는데 들어보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사실 지금 연애를 안 하는 게 좋다는 걸 알면서도 혼자 하는 게 외로워서 억지로 시작한 연애 때문에 힘들어한다. 모두 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연애를 시작하지만 아무나 행복한 연애를 할 수 없는 이유는 연애 전에 내가 지금 연애를 해도 되는 사람인지 그 부분을 신중하게 생각해보지 않고 일단 연애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Q. 연애와 결혼은 어떤 상관관계에 놓여있다고 생각하나.

: 옛날엔 연애를 하면 결혼을 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사회가 그렇지 않다. 나는 두 가지의 영역 자체가 아예 다르다고 생각한다. 결혼을 하는 것은 사랑하지 않아도 목적에 의해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결혼 후 주어지는 경제적 이득 같은 것을 취하기 위해 감정 없이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연애는 연애감정 자체가 목적이 된다. 결혼처럼 확실히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부분에서 굉장히 위태위태하고 연애하면 오히려 돈을 쓰면 썼지 경제적으로나 이득 될 게 없는데도 사람들은 연애를 한다. 이처럼 연애는 필요에 따라서 선택할 수 없는 감정의 영역이지만 결혼은 필요에 따라 선택하는 프레임이라 생각한다.

Q. 요새는 연애를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겨날까.

: 예전에는 결혼을 빨리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한명의 마음을 얻는 게 묵직한 의미였다. 사람들이 예전에는 삶의 목적으로 ‘결혼해서 애기 낳고 잘 사는 것’을 성공의 지향점으로 봤다면 지금은 내 나름대로의 행복이 있다면 꼭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에 연애의 의미가 변하게 된 것 같다. 현대 사람들은 옛날 같이 ‘내가 빨리 한 명을 정해야 안정될 수 있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어차피 결혼이라는 게 자신의 생활에 확실한 이익을 주지 않고 결혼의 여부가 불확실하다면 누군가를 만나는 일에 대해서도 묵직한 느낌을 덜어내고 가볍게 만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다른 한편으로는 결국 연애의 목적이 결혼이 아니기에 연애를 함에 있어서 불안정하게 느끼는 것 같다. 이 사람을 선택하면 저 사람을 놓치게 되는데 그건 싫고 이 사람을 선택했지만 저 사람과 감정은 계속 나누고 싶고, 보험을 하나 드는 것 보다는 두세 개 들어야 더 안정적이라고 느끼는 것처럼 요즘 사람들은 ‘나는 이사람 짝이야’라고 인증이 돼버리는 것보다 도덕적으로 잘못되는 걸 피해서 세 명을 다 만나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렇기에 가볍게 여러 사람과 ‘썸’을 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Q. 본인이 생각하는 ‘건강한’ 연애란 어떤 것인가.

: 내가 생각하는 진짜배기 연애란 그 사람에게 완전히 빠져들어서 나를 탐구하고 그 사람을 탐구할 수 있는 연애다. 연애가 매력적이고 좋은 건 마음을 빼앗겨버린 상대와 마음으로 또는 몸으로 얘기를 나누면서 나를 깨닫게 되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그것이 확장돼서 둘이 함께 세상을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면적으로 둘 다 건강한 사람끼리 만나면 가장 이상적인 연애가 되겠지만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상처가 하나쯤은 있지 않은가. 세상사람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상처에 대해 나와 몸을 섞고 같이 잠을 자는 사람에게는 나의 내면의 꾸겨져 있던 부분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이런 상처가 있고 상대방은 저런 상처가 있을 때 나의 건강한 부분으로 상대방의 꾸겨진 부분을 펴주고 또 그 반대가 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좋은 연애라고 생각한다.

Q. 연애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스스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잘못을 했을 때 ‘내가 초라하게 느껴져서 그랬어. 내가 질투를 했어’ 라고 인정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 이유는 그걸 숨기고 싶어 하면 나의 감정을 숨기기 위해 상대방을 공격하고 깎아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내가 질투가 났어. 너를 무시하려 한 게 아니고 내가 별로인 것 같이 느껴 질까봐 너를 공격했어. 미안하다’라고 털어놓아야 한다. 그렇게 스스로 인정하는 순간 내 자신이 좀 더 나은 사람이 돼가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하루 24시간 중에 가면을 쓸 일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한테까지 내 감정을 속인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이지 않나.

▲ JTBC 예능 <마녀사냥> 출연 중인 곽정은

Q. 실제로 연애를 많이 해봤나.

: 내가 불안정하거나 외로웠을 때 그런 나의 상태를 바꾸기 위해 만났던 사람들까지 합한다면 많은 사람들을 만난 건 사실이다. 그렇게 잠시 만났던 사람들을 제외한다면 내게 정말로 영향을 끼친 사람은 몇 명 안 된다. 내가 지금까지 쓴 대부분의 글들은 좋게 만났다가 좋게 헤어진 사람들로부터 나왔던 것 같다.

Q. ‘예쁜 여자가 연애를 많이 한다’는 편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예쁜 여자여야만 연애를 잘 할 거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실제로 예쁜 여자보다 말을 먼저 잘 거는 여자가 훨씬 더 연애를 잘 시작한다. 내 경우에도 그랬다. 나는 글을 잘 쓰게 되면서 자연스레 생각을 잘 정리하는 사람이 됐고 그렇다보니 그 생각이 말이 터져 나오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누군가를 만나 상대방에게 ‘뭘 좋아해요? 어떤 때 행복해요? 이거 해보지 않을래요?’와 같이 내가 상대방에게 말하는 게 작업멘트와 유사했기 때문에 내가 딱히 감정이 없어도 연애로 이어진 적이 많았다. 못생길 수도 있고 키가 작을 수도 있다. 내 못난 부분 때문에 아무도 날 선택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그 에너지가 연애를 잘 못하게 만드는 거 같다.

Q. 그 동안 연애를 함에 있어서 방법론에 대해 많이 얘기했는데, 나와 잘 맞는 연애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사람들은 흔히 연애를 할 때 ‘이런 사람과 연애해야지’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화살표의 에너지가 상대방을 발견하는 쪽으로 치우쳐있다. 그러나 상대방을 찾을 때 에너지가 밖으로 쏠려있으면 행복한 연애를 할 수 없다. 나에게 맞는 연애를 하기 위해서는 내가 누군지를 바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20대 내내 내가 누군지를 모르고 연애를 했다. 누군지를 몰랐기 때문에 대학교 때는 세 명을 동시에 만나기도 했다. 나를 제대로 몰랐기 때문에 그렇게 하면 행복해질 줄 알았지만 거짓말의 연속인 연애였고 그 속에서 나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이처럼 화살표가 내 자신에게 향해 있지 않고 남들을 향해 있으면 나에게 맞는 연애를 할 수 없다. 나에게 맞는 사람을 찾으려 하지 말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먼저 깨닫는 게 중요하다.

Q. 이상형이 있나.

: 누군가가 나를 이상형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하는 게 싫어서 일까, 나는 이상형이 없다. 이상형을 따로 정해놓는 순간 이상형이 아닌 사람들은 제외할 수밖에 없다. 그 사람 자체만으로 이 사람은 이래서 매력적이고 저 사람은 저래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면 연애를 훨씬 쉽게 시작할 수 있다. 내 경우에도 내 앞에 있는 사람을 매력적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따로 정해놓은 이상형이 없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나만의 조건은 있다. 나는 돈을 적게 버는 건 상관없지만 의미 없이 하루를 보내는 사람은 사랑할 수 없다. 이렇듯 ‘이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가 아니라 ‘이런 점은 꼭 본다’라고 생각하는 나만의 관은 정해져 있다.

Q. ‘모태솔로’인 사람들은 어떻게 연애를 시작해야 할까.

: 모태솔로인 사람일수록 무참히 깨져봐야 한다. 나도 대학교 1학년 때 저도 처음 좋아해 본 오빠한테 거절당한 기억이 있다. 동기랑 둘이 같이 좋아했는데 내 동기와 이루어졌다. 그러나 나는 선택받지 못한 느낌 속에서도 내 스스로에 대한 사랑과 자존감을 잃지 않았다. 그렇기에 짝사랑도 계속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짝사랑하고 그런 것들이 인생의 한 과정으로 여겨졌다면 지금은 그런 게 촌스러운 것으로 여겨지는 세상이 된 게 안타깝다. 왜 잠깐 좋아하면 바로 커플로 연결돼야 하고 혼자 좋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지, 요즘은 사람들이 사랑을 인생에서 주식투자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Q.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다면 말해 달라.

: 상처받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누군가가 좋으면 아주 가볍게 추파를 가볍게 던져봐라. 그건 저렴한 것도 아니고 내가 없어 보이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면 내 눈앞에 보이는 남자의 팔이 두꺼워서 맘에 든다면 지금 든 마음을 일단 표현하고 보는 거다. 거절당할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좋으면 좋다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상대방이 먼저 다가오길 바라면서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 살기에는 인생은 너무 짧다. 그렇기에 먼저 추파를 던지는 것이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게 인생의 목표라면 말리지 않겠지만 나는 그게 저렴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대단한 용기라고 생각한다.

   
▲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

◆ 곽정은, “늙는 것이 행복한 사람이고 싶다”

Q. 책 속에 인간관계에 대한 얘기도 많이 담겨있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가.

: 상대방 입장이 돼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내가 뱉은 말에 상대방이 기분 나빠할 때 ‘왜 기분 나빠?’라고 생각하는 건 내 입장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그래, 기분 나빴겠지’라고 생각하는 건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비로소 그 순간 상대방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상대방 입장을 미루어 짐작해 보고 그에 따라 맞게 행동하는 것, 그런 게 상대를 위한 진정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Q. 책을 보면 어딘가에 속박당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존중하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 같다. 인생에서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자유’인가.

: 13년을 매일 똑같이 같은 직장에서 매달 일정한 시간에 책을 냈었기에 이제는 좀 자유롭게 살고 싶다(웃음). 매달 월급이 들어오는 안정적인 삶보다는 자유로운 삶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의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쪽을 택하게 됐다. 누구에게나 자유는 일생을 걸고 꿈꾸는 일 아닌가.

Q. 현재 생활에 굉장히 만족스러워 보인다. 앞으로 어떻게 늙어가고 싶은가.

: 내 나이가 이제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보다는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더 가까운 나이라고 생각하기에 스스로에게 어떻게 늙고 싶은지 많이 묻는 편이다. 나는 늙는 것을 행복하게 여기는 사람이고 싶다. 서른 중반이 넘어가면 여자는 늙어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삶으로 접어드는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뭘 바를까, 뭘 먹을까, 어떤 시술을 받을까’ 그런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시간이 생기면 내 주변의 많은 친구들은 시술을 받으러 간다. 나도 그런 친구들을 보며 시술의 유혹을 받았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술을 받고 며칠 동안 아무것도 못한 채로 얼굴의 상처 때문에 괴로워하면서 집에서 지내게 된다면 그 시간이 너무 아까울 듯 했다. 그래서 그 대신 여행을 가자고 마음먹었다. 여유가 생겼을 때 내 경험에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이 되기로 한 것이다. 시술을 받는 것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둘 중에 택하라면 늙는 게 두려워서 시술을 받는 것보다 늙어가는 모습을 인정하고 죽는 순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쪽을 택하고 싶다. 시술을 받으며 연휴를 다 보내는 삶은 나중에 죽을 때 분명 후회할 것 같다(웃음).

Q. 2015년 계획이 있다면.

: 미래에 대해서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크게 보자면 ‘어느 시점이 되면 나의 삶의 터전을 특정한 나라로 옮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얼마정도의 부가 필요하니 그 때까지 여기서 행복하게 일하자’라는 계획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원한다고 계획이 다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그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부터 더욱 건강관리를 잘하겠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더 많이 쓰겠다, 방송이나 강연은 기회가 되면 더 많이 하겠다’ 정도로 생각할 뿐 무언가를 특별히 이뤄보겠다는 계획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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