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뒤흔든 갑의 횡포, 교복 시장까지 뒤덮여 
대리점주들 “일방적 계약 해지 등 갑질 당해”
스쿨룩스·엘리트 “점주들 주장, 사실과 달라”
 
【투데이신문 김두희 기자】2013년 남양유업의 대리점에 대한 불합리한 행위에 대해 ‘갑의 횡포’라는 말이 유행처럼 시작됐다. 그리고 2014년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으로 인해 ‘갑질’이라는 말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는 2015년 현재, 청소년들이 매일 입고 다니는 교복을 판매하는 대리점들도 갑의 횡포를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스쿨룩스 대리점주 “본사 일방적인 계약해지, 길가에 나앉을 판”
 
광주시에서 10년 동안 스쿨룩스 대리점을 운영하던 A씨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본사의 잘못으로 발생한 부채로 인해 미수금이 늘어났는데, 결국 미수금 때문에 계약해지를 당했다”며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본사에서는 미수금이 많아 계약을 해지한다고 했다”면서도 “스쿨룩스를 운영하던 초창기에는 미수금이 많지 않았는데 본사에서 이자를 올리면서 지금 5억 원이 넘는 미수금이 생겼다”고 말했다.
 
미수금이 발생하게 된 원인에 대해서도 A씨는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학생들이 교복을 사러 오는데, 주문한 교복이 본사에서 오지 않으면서 판매가 늦어졌다”며 “이 때문에 고객들을 다 뺏겨 판매를 많이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본사에 입금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뉴시스
이어 “교복이 이렇게 늦게 오면 판매가 어려우니까 본사에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빨리 보내달라는 의사 표시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본사에서는 제품을 빨리 보내주지 않았다”면서 “그리고 이렇게 판매를 못해서 발생하는 재고가 4억 원 상당으로 늘어나면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납품이 늦어서 제때 판매하지 못한 교복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미납금 때문에 이자와 A씨의 손해액은 계속해서 불어났다. A씨가 조금이라도 본사에 입금하기 위해 교복을 30%~40% 할인해서 팔다보면 출고가에도 미치지 못한 적도 많아 손해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본사에서 교복 안감과 사양을 주기적으로 교체하면서 출고가는 계속 오르는데 교복이 늦게 오면 또다시 출고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인하해 팔아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면서 “이로 인해 발생한 모든 잘못과 부채는 대리점에 떠넘겼다”고 말했다.
 
   
▲ A씨가 제공한 스쿨룩스 공정위 신고서.
결국 A씨는 본사가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본사와 민사 재판 중이기 때문에 재고로 쌓인 4억여 원어치(출고가 기준)의 교복은 압류돼 판매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임대료를 비롯한 금융 대출 이자 등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는 “본사가 계약을 해지했으면 재고를 가져가서 계산하고 계약을 마무리 지어야할 텐데 압류해버려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며 “집도 경매 개시 결정이 내려져 길 가에 나앉을 판”이라고 말했다.
 
A씨는 자신뿐만 아니라 익산에서 대리점을 운영했던 B씨도 본사로부터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B씨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대리점을 해지했다. 나처럼 미수금이 많다는 핑계도 못 댈 정도로 그 매장은 미수금도 별로 없다”면서 “B씨는 이제 64세이다. 대리점 운영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A씨는 “본사에서 일방적으로 주문하지 않은 판촉물을 대리점으로 밀어내면서 대금을 요구했다”면서 “판촉물이던 내피 조끼는 7살이 입을 만큼 작은 것이었다”고도 주장했다.
 
현재 A씨와 B씨를 비롯한 3명의 대리점주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본사를 상대로 불공정거래행위로 제소한 상태다.
 
   
▲ MBC 시사매거진 2580 캡쳐
엘리트학생복 대리점주들 “엘리트학생복 본사 심기 거스르면 불량 교복 납품받아”
 
이러한 교복 본사들의 갑질 논란은 스쿨룩스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28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 2580를 통해 패션그룹형지의 계열사인 에리트베이직의 교복 브랜드 ‘엘리트학생복’에서 벌어지고 있는 ‘갑의 횡포’가 보도돼 논란이 일었다. 
 
방송에 따르면, 대리점이 본사로부터 교복을 납품받아 판매하면서 제품이 불량일 경우라 할지라도 본사는 대리점의 반품 요구를 받아주지 않는 등 부당한 대우가 계속됐다. 이에 대리점들이 모여 ‘엘리트학생복 대리점협의회’(이하 협의회)를 만들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본사가 협의회에 참여했던 대리점 30여 곳에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것이다.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대리점주들은 “팔다 남은 교복은 물론이거니와 불량 교복도 반품을 받아주지 않았고, 본사에서 일방적으로 디자인을 바꾸면서 학교 측에서 반발이 있자 판매할 수 없었던 교복마저 고스란히 대리점의 손실로 남았다”고 하소연했다.

이렇게 피해를 입었다는 일부 대리점주들이 본사에 항의를 하면서 본사 측은 처음에 협상을 하려는 듯 했지만 뒤로는 대리점 포기 각서를 요구했고 이러한 과정에서 본사와 대리점 사이에 있는 총판 사장과 직원들마저 ‘갑의 횡포’를 부렸다고 대리점주들은 폭로했다.
 
시사매거진 2580에서 공개된 녹취 파일에는 총판 직원이 한 대리점주에게 “마지막 경고다. 가만두지 않을 것이니 사장님한테 무릎 꿇고 빌어라”라고 하는 협박이 담겨 있었다. 이러한 협박을 받은 대리점주는 결국 총판 측에 찾아가 무릎을 꿇고 빌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대리점주들은 총판과 본사가 이렇게 계속해서 ‘갑의 횡포’를 부릴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계약 기간이 1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계약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본사 및 총판 등에 잘 보여야하고 본사의 심기를 거스를 경우 교복을 늦게 보내준다거나 불량품을 보내는 등 보복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본사로부터 피해를 입은 것은 대리점뿐만 아니라 교복을 생산하는 공장들도 있었다. 본사가 생산 공장을 개성공단으로 이전하면서 기존에 교복을 생산하던 공장들과 계약을 해지했고, 갑작스레 공장들은 일감이 없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결국 이렇게 피해를 입었던 대리점들과 생산 공장들이 함께 모여 ‘교복 조합’을 결성, 직접 교복을 판매하게 됐고, 이들은 중간에 총판 등이 끼어들지 않고 제품이 생산 공장에서 대리점으로 바로 가는 구조로 바뀌게 되니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생겼다. 이로 인해 ‘교복 조합’은 국·공립학교에서 실시한 ‘학교 주관구매’ 입찰도 따낼 수 있었다.
 
   
▲ MBC 시사매거진 2580 캡쳐
   
▲ 학생들에게 편법을 가르치는 교복브랜드 아르바이트생들. MBC 시사매거진 2580 캡쳐
그러나 엘리트 본사에서는 이들 조합의 대리점 바로 옆에 새 매장을 열면서 가격도 이들과 같은 17만 원 선으로 낮춰 판매하고 교복을 구입할 학생들에게 교복구매 신청서에 ‘입찰 교복 대신에 물려 입기 칸에 표시하라’면서 입찰 교복 대신 자사의 교복을 구입할 수 있는 편법을 가르쳤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입찰 교복을 구입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사를 묻는 통신문 등을 배포했는데, 실제로 다른 사람에게 교복을 물려 입는 경우 ‘물려 입기’에 표시하지만 브랜드 교복을 개인적으로 구입할 경우에도 이 칸에 표시하기 때문이다.
 
한편, 에리트베이직과 패션그룹형지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최병오 회장은 지난 2013년 패션그룹형지가 협력업체를 상대로 ‘갑의 횡포’를 부린 것이 드러나 직접 사과한 바 있다. 그러면서 “빠른 시일 내에 문제점을 해결할 것”이라고 최 회장이 직접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열사에서 이러한 ‘갑질’이 발생한 것에 대해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스쿨룩스 “일방적 계약 해지 아냐… 회사 손해 크다”
 
이러한 ‘교복 갑질’에 대해 스쿨룩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학생복 시장은 다른 시장과 다르게 대리접 완사입 형태(지역 대리점이 판매 수량을 예측해 주문한 후, 본사가 납품한 물량 및 재고는 대리점 소유가 됨)로 진행된다”면서 “전국에 5300여 곳의 학교의 디자인에 따라 제때 납품하기 위해서는 약 10개월간의 생산 기간이 필요하고 그래서 매년 3~4월에 생산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사가 사전에 비용을 투입해 교복을 생산하고 대리점에서는 그 다음해 소비자에게 교복을 판매한 후 대금을 지급하는 과정으로 회사가 운영되고 있다”면서 “A씨의 매장과 본사는 2005년부터 거래를 시작했는데 4~5년 전부터 대금 입금이 원활하지 않아 지속적으로 채무가 불이행되면 계약이 해지될 수 있음을 내용증명을 통해 통보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제때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A씨가 채무를 이행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시즌마다 교복 발주를 했고 그때마다 본사는 채무 이행에 대해 지속적으로 통보하면서도 판매에 어렵지 않도록 교복을 납품했다는 것.
 
그러다가 결국 지난해 여름 시즌, A씨로 인해 회사에 누적된 손실이 커져 계약 해지를 정식적으로 통보했는데 A씨가 본사에 ‘가을 시즌까지 판매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해와 한시적으로 2개월 계약을 연장한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주장했다.
 
또 “A씨의 요청대로 가을 시즌까지 판매해 제품을 현금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사에 대한 대금 지급 의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본사에서는 재고품을 압류하고 경매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면서 “교복의 경우 학교마다 디자인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팔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회사”라고 해명했다.
 
이어 “제품을 대리점에서 판매한 후 대금을 본사에 납부하는 교복 시장의 특성상 대리점마다 미납금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면서 “A씨가 악용해 공정위에 고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판촉물 밀어내기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볼펜이나 휴지 같은 기본 판촉물은 본사에서 지원하지만, 이것 외의 판촉물은 전부 대리점주들이 요청해서 만든 것들이다”라면서 “A씨가 주장한 것은 과장됐으며 해당 내피 조끼는 중학교 1학년들을 대상(스쿨룩스에서는 12가지 사이즈로 만들어 판매 중이라고 설명함)으로 한 사은품이었다”고 밝혔다.
 
엘리트 “이중 브랜드 운영 허용 안 돼 계약 해지한 것”
 
엘리트학생복을 운영하는 에리트베이직 관계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리점주들의 주장이 과장됐거나 허위적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그 점주분들과 10년 이상 거래해왔었는데 문제가 생겼으면 그 당시 클레임을 걸었겠지 않느냐”면서 “오히려 그 점주들이 엘리트랑 계약이 된 상황에서 다른 교복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일방적인 계약 해지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피해를 주장하는 점주들이 설명한 것처럼 계약 해지를 당하고 조합을 만든 것이 아닌 조합에 가입한 상태에서 두 가지의 브랜드를 운영할 수 없으니 본사에서 계약을 만료시켰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교복 조합을 만들면서 처음에 70군데의 대리점이 그 조합에 참여했었는데, 40군데가 넘는 점주분들은 결국 다시 엘리트로 돌아왔고, 29개의 대리점만 우리와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교복 브랜드를 운영한 것이다”라면서 “일반적으로 계약이 7~8월 만료돼 갱신하는데 만료 1~2달 전에 통지를 보내 계약이 만료될 것을 알렸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을 1년만 유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것은 엘리트뿐만 아니라 교복 시장 전반적으로 1년 계약을 한다. 이것으로 갑질을 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운영함에 있어서 잘못된 사유가 없으면 항상 계약 갱신을 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그 점주들이 계약이 해지된 이후에도 엘리트 상표를 사용하면서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반품에 있어서도 “물건이 잘못될 경우 감가 형태로 처리하거나 수선도구를 무상 지원해서 현장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점주들과 합의해서 처리하곤 했다”면서 교복 불량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도 7~8년 동안 거래를 계속 이어왔다고 해명했다.
 
총판 직원들의 갑질과 공개된 녹취와 관련해 이 관계자는 “앞뒤 사정이 제대로 나온 것이 없지 않느냐”면서도 “그렇게 심한 말을 한 것에 대해서는 총판에 주의를 주고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도록 시정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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