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총리’ 이완구 카드로 돌아선 민심 잡히려나
책임총리 기대 커…‘대통령에 쓴소리’ 실행할까

차남 병역‧가족 재산 등 청문회 검증대 오를듯
“경제 살리고 국가기강 바로잡겠다” 각오다져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비선 실세 논란, 연말정산 파동 등으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민심 수습카드로 ‘소통총리 이완구’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 대통령이 정홍원 국무총리 후임에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내정함으로써 국정운영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는 한편 꼬인 당청‧대야관계 실타래를 수월하게 풀어가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권 출범 후 박 대통령은 총 4명(김용준, 정홍원, 안대희, 문창극)의 총리 내정자를 지명했지만 정홍원 국무총리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이 낙마함으로써 번번히 ‘깜깜이 수첩인사’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러한 질타가 다섯 번째로 꺼내든 ‘이완구 카드’로 어느정도 면피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박 대통령의 구원투수로 나선 이완구 총리 내정자의 면면을 살펴보자.

이완구 내정자는 누구

지난 1월 23일 신임 국무총리 내정자로 내정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40년 공직생활을 거치면서 정치는 물론 경제, 치안, 지방 행정까지 골고루 섭렵한 인물이다. 박근혜 정부의 첫 정치인 출신 총리내정자인 이완구 내정자는 여권 내에서 친박(친박근혜)으로 분류되고 ‘포스트 JP(김종필 전 국무총리)’로 통할 만큼 충청권의 대표주자이다.

충남 청양 출신인 이 내정자는 서울 양정고와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74년 행정고시(15회)에 합격한 후 홍성군 사무관을 시작으로 공직생활에 들어갔다. 이후 경제기획원 사무관, 충남 홍성경찰서장, 충남경찰청장 등을 지내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1997년 대선 당시 김종필 전 총리가 수장인 자유민주연합(자민련)으로 당적을 옮겼고, 2000년 16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다시 한나라당으로 옮겨 2006년 3선에 도전하는 대신 지방선거에서 충남도지사에 당선됐다. 2009년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크게 반발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세종시 원안 고수’를 주장했다. 그리고 마침내 “충남도민의 소망을 지켜내지 못한 책임을 지겠다”며 도지사에서 물러났다. 이러한 과정이 박 대통령과 가까워진 결정적 계기가 됐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국회 입성을 노렸으나 그해 1월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골수종에 걸려 출마를 접어야 했다. 8개월의 투병 끝에 완치되었지만 이 내정자는 이 시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하곤 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3년 4·24 재보선에서 80%에 가까운 득표율로 재기에 성공했다.

또한 이완구 내정자는 올곧은 성품과 정확하고 깔끔한 주변 관리로 주변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의 깔끔함을 보여주는 한 예로 첫 월급명세서를 지금까지도 보관하고 있고, 큰아들 혼사와 장모상을 치를 때에도 주변 지인 뿐만 아니라 비서진에도 알리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충남도지사 시절 도청 이전 후보지 일부를 과거 증조부가 사들여 아버지에게 상속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보상금을 국가에 기증하기도 했다.

‘책임총리’ 역할 기대

정치인으로서 3선 국회의원과 여당 원내대표를 지냈다는 강점을 지닌 이완구 내정자는 박근혜정부 출범 후 지명됐던 4명의 총리 내정자(김용준, 정홍원, 안대희, 문창극)들에 비해 중량감에서 앞선다는 평가다. 따라서 정가안팎에서는 이 내정자가 책임총리로서 적절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박 대통령이 현 시점에서 ‘관리형 총리’ 대신 ‘실세형 총리’를 지명한 것은 정국 상황과 관련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근 비선 실세 논란과 연말정산 파동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청와대는 국정 운영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등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껴왔다.

또한 박근혜 정부는 집권 중반기인 3년차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경제부진과 계층간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고, 당청정간 소통과 협력시스템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등 국정전반에 난맥상을 보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 활성화와 국가 혁신 등을 추진해 나가려면 정무적 감각과 소통 능력이 뛰어난 정치인 출신이 총리 역할을 맡는 것이 적합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 적임자로 이 내정자가 낙점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혁신과 국가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당정과 국회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 총리 내정자는 여당 원내대표로서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고 그동안 야당과 원만히 협조하며 국회의 정상적인 운영에 기여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효과적인 추진과 공직사회의 기강 확립, 대국민 봉사와 소통의 적임자”라고 발탁 이유를 설명했다.

헌법상 국무총리는 내각을 통할하는 역할을 맡게 돼 있고 국무위원 임명제청권과 해임건의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지만 대통령 중심제인 우리나라에서는 총리의 실질적 권한은 크지 않았다. 형식적인 지위에 불과하다는 뜻으로 ‘대독 총리’, ‘의전 총리’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과거 김종필 총리(김대중 정부)와 이해찬 총리(노무현 정부)가 ‘실세 총리’로서 역할을 한적이 있으나, 이회창 전 총리(김영삼 정부)의 경우는 헌법상 총리에게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려다 대통령과 마찰을 빚고 4개월 만에 사퇴하기도 했다.

만약 이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하고 정식으로 임명되면 김종필·이해찬 총리처럼 정치적 영향력과 대통령과의 친밀도 등을 고려할 때 ‘실세 총리’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 내정자가 밝힌 소감에서 엿볼 수 있듯이 ‘대통령께 쓴소리와 직언을 하는 총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내정자가 박 대통령에게 할말을 하겠다는 의지를 제대로 실천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자칫 쓴소리와 직언이 대통령과 총리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비춰질 경우 국정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수도 있다.

청와대의 이번 인사로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와 함께 여당 원내대표 출신 3인이 내각을 이끄는 보기드문 광경이 연출됐다. 최경환 부총리는 이완구 내정자 직전에 원내대표를 했고, 황우여 부총리는 최 부총리의 원내대표 시절 당대표를 지냈다. 물론 황 부총리도 당대표 전에 원내대표를 지냈다.

만약 여당 원내대표 경력으로는 ‘후배’인 이 내정자가 총리가 되면 두 부총리의 ‘상사’가 되는 꼴이 된다. 일단 3명 모두 정무적 감각이 뛰어나고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 성격이라 꼬인 ‘서열’과는 상관없이 원활한 국정운영을 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명의 부총리가 경제와 사회 영역을 책임지고 있는 가운데 총리와 부총리의 앞으로 역할이 어떻게 조화를 이뤄갈지가 관건이다.

청문회 통과 쟁점은

박 대통령 집권 3년차 내각 수장으로 나선 이완구 내정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관문 통과 여부가 주목된다. 지난해 2기 내각 총리 내정자였던 안대희, 문창극 후보자가 전관예우 및 역사인식 논란으로 잇따라 낙마하는 사태를 겪은 청와대와 여권은 이번 이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무사통과’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내정자에 대한 능력과 정책비전, 청렴·도덕성 등을 철저히 검증해 ‘책임 총리’로서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지를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는 차남의 무릎연골 파열로 인한 병역 면제 및 재산문제, 동생의 뇌물수수 사건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81년생인 이 내정자의 차남은 2000년 3급 현역 입영대상으로 판정받았지만 대학 재학과 유학을 이유로 3차례 입영연기를 했고 2005년에는 4급 공익근무요원 소집대상 판정을 받았다. 이후 2006년에는 ‘불완전성 무릎관절’ 판정으로 5급을 받아 병역을 면제받았다.

또한 지난해 총 14억1200만원의 재산을 신고한 이 내정자는 외가로부터 십수억원에 이르는 땅을 물려받고 5억원 상당의 증여세를 낸 것으로 알려진 차남에 대한 재산 신고를 거부해왔다. 아울러 이 내정자의 동생은 지난 2011년 충남개발공사의 아파트 건설과 관련해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받도록 해주고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구속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내정자는 지난 24일 “한 사람이 60여 평생을 살고 많은 가족 거느리고 있으니까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것”이라면서 “가족들에게 얘기해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정확하게 근거에 의해 발표하겠다”면서 본격적인 인사청문회 준비에 들어갔다. 한편 이 내정자 측은 다음달 4~5일 인사청문회 개최를 야당에 제안한 상태다.

일련의 논란의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내정자의 ‘무사통과’에 대한 기대감 역시 크다. 이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철저히 견제’하겠다면서도 ‘정치력은 검증됐다’고 상대적 호평을 한 것에서 알 수 있다. "국민과 함께 뒹굴고 함게 웃고 우는 자세로 현 난국을 풀어가겠다"는 이 내정자의 국무총리 임명까지 순탄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통 총리’ 되겠다

이완구 내정자는 국무총리가 되면 경제를 살리고 소통을 강화해 무너진 국가기강을 바로잡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우선 이 내정자는 “우리나라 경제가 많이 어려워 국민들이 대단히 고통스런 상황”이라며 “대통령은 고통 받는 국민을 위해 경제상황을 해결하려고 온 몸을 던지고 있는데 정치권만 심각한 상황을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식으로 총리가 된다면 경제살리기에 온 몸을 바치겠다. 이것이 이 시대가 총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닌 가란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또 이 내정자는 “국민의 말씀을 부모님 말씀과 같이 경청하고 존중하며 그 뜻을 헤아리지 않으면 난국을 헤쳐나가기 어려운 만큼 소통을 강화하겠다”면서 “(국민 외에)소통의 중요한 대상인 야당을 이기려 하지 않는 정부, 야당을 이해하는 정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와 더불어 “무너진 국가기강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경제살리기 등 대통령이 추구하는 개혁과제가 동력을 받을 수 있다”며 “(공직기강을)철저히 점검해 대비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인식을 갖고 확실히 잡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 내정자는 또 “야당과 언론의 목소리를 정리해서 대통령에게 직접 말씀드리고 함께 논의해 현장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쓴소리의 본질”이라며 대통령에게 직언과 쓴소리도 마다않는 총리가 되겠다고 역설했다.

‘소통 총리’로서 국가기강을 바로잡고 침체된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완구 국무총리 내정자의 의지가 형식적인 소감인사로 끝나지 않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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