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포스코건설

현장채용직 여직원 5년 간 109억원 횡령
진실규명 외면한 채 죄없는 직원 징계면직?
박 지부장 “횡령사건 연루…억울하게 누명 쓴 것”
사측 “소송 진행 중인 사안이라 답변하기 적절치 않아”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지난해 1월경 포스코건설 안양현장에서 근무하던 현장채용직 여직원이 현장직원 숙소 임차보증금을 빼돌리는 등의 수법으로 5년 동안 109억원 가량의 공금을 횡령한 사건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당시 포스코건설은 횡령 사실을 파악한 뒤 바로 자체감사에 착수했고 이 과정에서 관련 직원 4명을 징계면직하고 해당 여직원 김 씨를 인천지검에 고소했다. 김 씨의 단독범행으로 밝혀져 현재 복역 중이지만 이 사건에 대한 뒷말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포스코건설이 해당 횡령사건에 대해 최단시간, 최대금액의 회사 공금을 환수하다는 명목으로 진실규명은 외면한 채 죄없는 직원을 징계면직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징계면직을 당한 직원은 포스코건설노조 박민수 지부장과 노조간부 C씨 등이다. 이들은 부당해고 소송에서 승소해 복직 판결을 받았지만 복직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박 지부장은 횡령사건에 본인이 억울하게 연루됐으며, 징계면직 처분은 노조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포스코건설이 자체 감사를 하는 과정에서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기 위해 비윤리적인 행위가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포스코건설 측은 이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에 대해 <투데이신문>은 해당 포스코건설 여직원 횡령 사건의 전말을 분석하고 이를 둘러싼 논란을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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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현장 비정규직 여직원 횡령사건의 전말

논란의 씨앗이 된 안양현장 비정규직 여직원 횡령사건의 전말은 무엇일까.

포스코건설 현장채용직(비정규직) 여직원이었던 김 씨는 공문서위조 등을 통해 횡령을 5년 간 지속해왔다. 박 지부장에 따르면 처음 김 씨가 입사한 시기는 2007년 1월쯤이다. 김 씨는 당시 성남판교 하수처리장 공사현장에 포스코건설 P 상무의 추천으로 착공 시점인 1월 중순경 현장채용직 경리보조 여직원으로 채용됐다. 이후 김 씨는 2007년 1월부터 2009년 5월경까지 성남판교 하수처리장 공사현장에서 근무했으며 이후 다양한 공사현장을 옮겨 다니면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3년 1월경부터 횡령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전까지 안양 하수처리장에서 일했다.

김 씨가 성남판교현장에 최초 입사시점인 2007년 1월경부터 약 7년 간 함께 근무한 현장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김 씨는 당시 현장 직원들에게 자신을 P 상무의 조카라고 얘기했다. 김 씨는 평소 고가의 외제수입차를 몰고 다니는 등 많은 직원들이 김 씨가 부자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횡령사건이 터지고 감사 과정에서 부유한 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포스코건설 노조는 “김 씨의 주거래은행은 그의 통장에서 억대가 넘는 거액이 수시로 입출금되고 있는 상황들을 수상하게 여기고 회사 관련부서로 해당 사실을 2014년 1월 15일 통보했다”며 “그 때부터 횡령 사건에 대해 감사실의 지시로 사업본부와 현장에서 사실 확인이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다음날인 1월 16일 오전, 토목환경사업본부에서 연말정산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상 징후를 처음 발견했고 김 양을 본사로 불러 공금횡령 사실을 자백받았다”며 “그날 오후 해당 사건을 사업본부에서 정도경영실로 이첩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횡령사건에 대해 회사 내부에서는 연말정산이라는 통제 시스템으로 문제점을 찾아낸 것이라고 노조 측은 주장했다.

이후 포스코건설은 김 씨의 횡령사건과 관련해 내부 직원들에 대한 감사를 실시, 횡령사건과 관련된 직원을 47명으로 확정했다. 이 중 자진 사직한 임원 2명을 제외한 45명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이들 중 현장소장 1명과 관리팀장 1명 등 4명에 대해서는 징계면직, 나머지 직원에 대해서는 경중에 따라 정직, 감봉, 견책, 경고, 주의 처분이 내려졌다.

감사 과정서 ‘강압’ 있었다?

포스코건설노조 박 지부장은 “포스코건설 측이 최단시간, 최대금액의 회사공금을 환수한다는 이유로 사건 진실규명을 외면했으며 감사 과정에서 강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박 지부장에 따르면 회사 경영층은 여직원 횡령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감사업무가 착수되기 전, <회사공금 최대환수>와 <비위관련자 전원 징계면직>이라는 회사방침을 정하고 정도경영실 감사인에게 이 방침에 따라 감사를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 사건의 실체 규명 보다 공금 환수와 관련자 징계면직을 우선시한 것으로 비춰진다.

당시 공금횡령 사건의 당사자인 여직원과 직접적인 금전거래가 있었다고 의심받은 박 지부장은 감사를 받을 때 ‘환수동의서’와 ‘채권양도계약서 서면동의’에 사인을 하라는 강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박 지부장이 환수동의서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하자 회사 측은 감사거부 확인서에 서명날인하라고 요구했다. 확인서 서명마저도 거부하자 포스코건설이 경영층 보고 조치, 인사위원회 즉시 회부 등을 언급했다고 박 지부장은 주장했다.

그는 “(감사거부 확인서 서명 요구는)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강제 등 자백의 증거능력 배제법칙에 의거 설사 동의를 받았다 하더라도 향후 다툼의 여지가 있는 부당한 감사행위”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윤리경영을 선도하는 정도경영실에서 비윤리적 협상제안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한 감사인이 박 지부장에게 ‘횡령 여직원이 주장하는 금전대차 금액을 회사에 입금하면 회사 경영층이 정상참작해 징계면직만은 면하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는 것.

박 지부장은 자신이 횡령 사건에 연루된 사안과 관련해 특별감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측에서 추천하는 사내직원 2명과 노동조합에서 추천하는 사내직원 2명, 사측과 노조 측이 합의해 추천된 사외감사로 구성하며 감사총괄은 사외감사가 맡도록 해 현재까지 진행된 모든 감사과정을 원점에서 재조명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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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부장 “횡령사건 연루 억울”

포스코건설지부 박민수 지부장이 포스코건설 정도경영실로부터 공금횡령 사건의 당사자인 여직원과 직접적인 금전거래가 있었다고 의심받는 까닭은 무엇일까.

박 지부장은 횡령 여직원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었고 금전거래 역시 없었다며 공금횡령에 대한 억울함을 외치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김 씨가 입사할 당시 자신은 해외파트의 업무를 맡고 있어 업무 연관성이 없었다고 전했다.

박 지부장에 따르면 그는 2009년 11월경 고금리의 가계자금을 대환대출하기 위해 8000만 원 정도가 급하게 필요했다. 이에 박 지부장은 당시 포스코건설의 김포시 하수도시설 민자사업 공사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던 친동생 박모 씨에게 8000만 원 가량을 빌렸다. 금액이 박 지부장에게 몇 차례에 걸쳐 입금됐는데 그 중 동생의 이름이 아닌 다른 이의 이름으로 들어온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박 지부장은 ‘심부름하는 사람이 대신 보내는구나’라며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것이 횡령사건의 불씨가 됐다.

사실은 이렇다. 2009년 11월경 당시 여직원 김 씨는 박 지부장의 동생 박 씨 직속 부하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김 씨가 박 씨에게 접근해 ‘부모와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돈이 있는데 그 돈을 갖고 투자 할테니 사업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김 씨는 이를 의심하는 박 씨를 안심시키기 위해 몇 천만원의 돈을 송금했다. 이에 박 씨는 김 씨를 믿고 사업을 계획하며 다음해 1월경에 퇴사했다. 사업을 준비하던 박 씨는 형인 박 지부장이 돈을 빌려달라고 하자 김 씨의 이름으로 박 지부장의 계좌로 900만 원 가량을 보내게 된다. 또 12월 3일에 추가로 6100여만 원을 송금했다.

그로부터 5년여가 지난 2014년 1월 16일 김 씨의 공금횡령이 드러났고 계좌를 추적하던 중 박 지부장의 통장에 김 씨의 이름으로 돈이 입금된 것이 확인됐다.

박 지부장은 “김 씨 이름으로 돈이 들어오긴 했지만 동생에게 빌린 8천만 원을 이미 다 갚았으며 자신은 김 씨와 아는 사이도 아니고 횡령 사건에 연루돼 있지 않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한 포스코건설 측은 박 지부장이 내부감사 자료를 무단으로 유출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박 지부장은 “지난해 1월 22일 박 씨가 자신과 관련된 내부감사 자료 중 문답서 등 일부 자료를 복사해 변호를 맡은 변호사 사무실에 보낸 것”이라며 “회사가 요청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본인 방어를 위해 보낸 것이지 언론에 자료를 유출한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후 박 지부장은 김 씨와 공금횡령을 공모한 사실도 없고 동생에게 빌린 돈을 다 갚았다며 자료를 다 보여주며 정도경영실 측에 자신의 깨끗함을 주장했다. 하지만 포스코건설은 박 지부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감사에 비협조적이다, 회사 문건을 무단 복사해 유출시켰다 등의 이유로 그해 4월 4일, 박 지부장를 징계면직시켰다.

부당해고 심판서 ‘승소’했지만…

지난해 2월 14일, 해당 여직원은 정식 기소됐고 이 사건에 대해 공모혐의가 있다고 지목된 직원 4명과 함께 김포현장에서 PJT계약직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박 지부장의 동생 박 씨는 횡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박 지부장 역시 그해 2월 6일, 검찰에서 한 차례 소환조사를 받았으며 2월 17일 검찰에서 최종적으로 무혐의 통보를 받았다.

이후 박 지부장은 공무담당 책임자로서 전산상 결제 비밀번호를 부하 여직원에게 알려줘 대규모 횡령을 가능토록 한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징계면직 당한 노조간부 C씨와 함께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 심판을 청구했다. 그해 8월 20일, 심판에서 전부 승소해 복직명령과 임금상당액 지급판정을 받았으나 포스코건설은 이에 불복, 서울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다.

같은해 12월 5일, 중앙노동위원회로는 그해 4월 4일자 해고처분을 취소하고 해고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근무했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포스코건설 측에서는 현재까지도 임금 지급과 복직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포스코건설이 노동조합을 탄압하려는 목적으로 두 사람을 징계면직하고 복직을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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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피아’ 구축에 대한 우려

박 지부장은 “이번 횡령 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근본원인에 대해 직원들은 PI 1기와 PI 2기를 통한 회계시스템 프로세스 설계오류, 현장과 본사 재무관리 담당자들의 업무과실, 정도경영실의 업무감사 감독기능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관피아, 철피아 등 국가차원에서 비리를 척결하고 비정상을 정상화하겠다고 하는데 포스코건설이 국민의 정서와는 먼 포피아를 구축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노조가 주장하는 내용 등에 대해 대부분 소송이 진행 중인 사항이라 답변하기가 적절하지 않다”며 공식입장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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