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형 칼럼니스트
▸팟캐스트 <이이제이> 진행자
▸저서 <와주테이의 박쥐들> <김대중vs김영삼> <왕의 서재>등 다수

【투데이신문 이동형 칼럼니스트】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박심(朴心)의 지지를 받고 있던 이주영 의원이 당초 박빙으로 예상된다는 예측이 무색하게 ‘탈박’ 유승민 의원에게 완패하고 말았다. 새 원내대표를 뽑는 자리였던 새누리당 의원총회장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교육부총리, 김희정 여성교육부장관 등 국무위원들이 총출동했고 총리후보자에 지명된 이완구 의원까지 투표에 참가했다. 원내대표 경선이 예정되어 있던 2일은,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가 잡혀있던 날이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별 다른 설명 없이 국무회의를 하루 늦췄다. 친박 총동원령이 내려진 것이다. 청와대가 국무회의 일정까지 조정하면서 ‘친박계 표단속’에 나섰지만 결과는 친박의 패배로 끝이 났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청와대는 잘 파악해야 한다. 지금 대통령은 연일 계속되는 정책실패와 혼선, 국민적 요구인 인적쇄신을 거부하며 마이웨이식의 국정운영으로 취임 이후, 최저의 지지율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여당까지 박근혜 대통령에게 등을 돌려 내우외환에 빠져버렸다. 정권 말기에 나오는 현상들이 집권 3년차에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원내대표에 당선된 유승민 의원의 공약은 ‘국정운영의 변화’였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그런 후보에게 박심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표를 던졌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경고의 의미이다.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여론에 가장 민감한 사람들이다.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 온 현시점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대로 가다간 총선에서 필패한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그 위기의식은 어디에서 기인했는가? 아마추어리즘을 여실히 드러낸 정부와 대통령의 무능에서 나온 것이다. 불투명한 정책결정, 인사 시스템의 붕괴, 국민정서와 동 떨어지는 행보, 재벌위주의 경제정책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이 정부는 망가져 있다. 오죽했으면 여당까지 대통령에게 마음을 돌렸겠는가 말이다. 친박계는 지난해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도 비박계 에게 패배했고 당 대표선거, 이어지는 원내대표 선출에서도 모조리 비박계에 패하고 말았다.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유일한 위안거리라면 정부여당을 견제해야 할,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이 “정부와 청와대만큼 무능하다”는 것일 게다. 야당이 강력한 대안으로 존재하고 있었다면 지금의 박근혜 정부는 그 존재감마저도 상실했을지 모를 일이다. 여야가 “누가 누가 더 못하나?”라는 경쟁을 하고 있으니 국민들의 한숨은 절로 깊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 대통령의 임기는 3년이나 남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지금이라도 대통령은 결단을 내려 이제껏 보였던 어설픔을 버리고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상명하복식 당청관계가 아닌 토론과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당청관계를 만들어야 하고 야당과는 대화와 타협을 기본으로 건전한 비판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정부 내의 개혁이다. 특히 청와대의 인적쇄신은 무엇보다도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부터 청와대에서 내 보내라. “그들에게 무슨 죄가 있냐?”며 대통령이 감싸고돌아서는 안 된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인적쇄신을 단행해야 한다. 이들을 감싸다 보니, 국민 여론이 돌아서고 정부조직도 비대해지며 쓸데없는 옥상옥의 자리만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왜, 이런 사실을 대통령만 모르는가? 귀는 들으라고 있는 것이지. 닫으라고 있는 게 아니다. 말로만 ‘소통’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의지와 실천을 보여줘야 할 때다. 흔들리는 리더십을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란 걸 부디 깨닫길 바란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