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상사, 說만 무성하던 범한판토스 인수
구광모 상무, 본격적 경영 승계 움직이나
LG상사 인수로 기존 주주 돈방석 앉아(?)
 
【투데이신문 김두희 기자】LG상사의 범한판토스 인수가 ‘설’이 아닌 실제로 확정됐다. 지난달 20일 LG상사는 범한판토스를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범한판토스는 이전부터 LG그룹이 ‘일감 밀어주기’로 성장한 회사라는 문제 지적이 계속됐던 곳으로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와 관련해 LG家 4세들의 경영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또한 기존에 범한판토스의 지분 46.14%를 갖고 있던 구본호씨는 지난 2012년 자신이 미국 시민권자라는 이유로 양도세 20여억 원을 돌려달라는 조세심판을 청구, 승소하면서 ‘검은머리 외국인’, ‘국부유출’이라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에 LG상사가 그의 주식을 인수하면서 구씨에게 상당한 금액이 돌아가게 되는 것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LG상사, 범한판토스 인수 확정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상사는 지난달 20일 범한판토스의 지분 51%(102만 주)를 주당 30만8550원(총 3147억2100만 원)에 인수했다.
 
이번에 인수된 범한판토스는 故구인회 LG창업주 동생, 故구정회씨의 셋째 아들인 故구자헌 회장이 설립한 곳으로 1977년 범한흥산으로 출발해 지난 2006년 지금의 범한판토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현재 설립항공화물운송주선업, 항공화물운송대리점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2조417억9230만 원, 영업이익 592억4011만 원, 당기순이익 683억7240만 원(연결재무제표 기준)을 기록했고 꾸준하게 성장해온 알짜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범한판토스의 대주주는 故구자헌씨의 부인 조원희 회장과 그의 아들 구본호씨로, 각각 50.86%, 46.14%를 보유하고 있었다. 곧 구본호씨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6촌 동생이 된다.
 
범한판토스의 지분은 조 회장과 구씨가 97%를 갖고 있으면서 범한판토스는 이들의 개인 회사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 LG상사의 지분 인수 이후 조 회장과 구씨는 97% 중 14.9%의 지분만 남겨두고 82.1%를 판 상태다. LG상사가 이들의 지분 전체가 아닌 51%만 인수한 것에 대해서는 무리하게 지분을 갖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만 인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LG상사는 범한판토스를 ‘사업 경쟁력 강화 및 안정적인 신규 수익원 확보’를 위해 인수했다고 지난달 20일 공시했으며 앞으로 범한판토스를 자회사로 운영할 계획이다.
 
구광모 상무, 범한판토스 지분 인수…본격 승계 움직임?
 
LG상사가 인수하고 남은 31.1%의 지분은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장남인 (주)LG 구광모 상무 등 특수 관계인들이 나눠서 인수했다. 이중에서 7%가량은 구 상무가 직접 사비를 들여 인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꾸준한 매출과 성장으로 알짜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범한판토스 매출의 대부분은 LG계열사에서 발생했다. 범한판토스는 LG그룹의 방계 회사로 불리지만 계열사가 아니기에 LG그룹 계열사들과의 거래가 회계 상 내부거래로 기록되지 않는다. 이에 LG계열사에서 일감을 밀어줘도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 것.
 
   
▲ 구광모 LG상무. ⓒ뉴시스
이렇게 LG계열사에서 발생하는 매출을 토대로 꾸준하게 안정적인 성장을 해온 범한판토스의 지분을 LG상사와 LG家 특수관계자들이 인수한 것에 대해서 일각에서는 LG家 4세들의 경영 승계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범한판토스의 경우 그동안 꾸준히 후한 배당을 해왔다. 2010년부터 범한판토스의 감사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총 100억 원에서 250억 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꾸준히 지급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범한판토스는 주당 5000원, 총 100억 원의 배당을 진행해 조 회장은 50억8570만 원, 구본호씨는 46억1430만 원의 배당금을 챙길 수 있었다. 이렇게 꾸준하고 높은 배당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LG상사가 인수한 범한판토스가 앞으로 LG家 4세들의 실탄 창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라는 이야기다.
 
LG상사의 오너일가 지분율은 27.88%로, 곧 공정거래법 상 과징금의 대상인 30%가 되지 않기 때문에 범한판토스를 비롯한 계열사 간의 내부거래가 늘어나더라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결국 계열사들의 탄탄한 지원을 바탕으로 회사가 더욱 성장하면 여기서 매해 발생하는 배당금으로 인해 경영 승계를 위한 자금 마련이 가능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구 상무의 경우 LG상사의 지분 2.11%를 갖고 있고,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범한판토스의 지분 7%를 개인 돈으로 인수했다고 전해졌다. 게다가 지난해 말 구 상무의 친부인 희성그룹 구본능 회장이 구 상무에게 (주)LG 주식 190만 주를 증여하면서 구 상무는 법적인 아버지인 LG그룹 구본무 회장과 LG전자 구본준 부회장에 이어 (주)LG의 3대 주주 자리에 오르게 됐다. 이러한 상황을 봤을 때 구 상무가 본격적인 경영 승계를 위한 움직임을 보인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LG상사가 인수한 범한판토스에서 나오는 고액의 배당금이 결국 LG家 4세들의 승계 자금 마련이 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 LG상사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배당금에 대해서는 어떠한 코멘트를 주기 어렵다”면서 답변을 피했다.
 
‘국부 유출’ 논란 일던 구본호씨, 5000억 원 돈방석 앉나
 
범한판토스의 기존 대주주였던 구본호씨에 대해서도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에 구씨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각이 그다지 곱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지분 인계에 대해서도 구설수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0년대 후반 구씨는 ‘증권가 미다스의 손’이라고 불렸다. 구씨가 손을 대는 주식마다 ‘대박’이 난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구씨가 주가를 조작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주가 조작으로 인해 약 165억 원가량의 이득을 얻은 혐의로 구씨는 2008년 구속됐고 2011년 주가 조작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그 후 구씨는 범한판토스의 사내이사로 부임해 경영수업을 받았으나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앞서 설명한 것처럼 구씨는 지난 2012년 본인의 주식 일부를 범한판토스에 팔고 난 후 낸 양도세 20여억 원을 돌려달라는 조세심판을 청구하면서 여론의 비난이 이어졌다.
 
구씨가 조세심판을 청구한 이유는 본인이 2000년에 미국 시민권자가 됐기 때문에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당시 국세청은 구씨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이유는 병역 기피 때문으로 보이고 대부분의 재산도 국내에 있다고도 반박했다. 그러나 납세의무자는 최근 5년 간 1년의 절반 이상을 국내에 체류한 사람이라는 소득세법 시행령 규정에 따라 5년 간 2년가량 체류했던 구씨가 승소하게 된 것이다.
 
이 일로 인해 구씨에게 국내에서 부를 축적하고도 미국 시민권을 이용해 정당하게 부과되는 세금을 피해갔다면서 ‘국부 유출’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번 LG상사 등이 조 회장과 구씨의 지분을 인수한 이후 이들은 14.9%의 지분만을 남겨뒀다. LG상사에 주당 30만8550원에 51%의 지분을 넘겼고 나머지 지분도 이와 같은 금액으로 인계했을 경우, 조 회장과 구씨는 50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를 향한 여론의 곱지 못한 시선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범한판토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구본호씨는 부사장으로 일하고 계신다”는 것 외에 별다른 답변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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