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

   
 

돌아서는 친박들, 이제 누구에게 의지하나
새누리당 내부에 손 내밀 사람 없는 상황

스타급 정치인 길러내지 못한 환경이 문제
친박은 이제 씨가 말라가고 있는 상황


박근혜 대통령이 고립무원의 상태가 됐다. 박 대통령의 든든한 우군인 새누리당을 비박계가 장악하면서 당청관계는 새로운 양상으로 치닫게 됐다. 문제는 박 대통령을 든든하게 지원해줄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내각을 개편하려고 해도 새로운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친박계도 가장 큰 걱정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 모두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편집자주>

【투데이신문 어기선 기자】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연일 하락하고 있다. 30%대 선에서 간신히 턱걸이를 하고 있지만 언제 하락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주도하는 세력이 영남과 50대 이상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실망감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은 새로운 체제로 재편됐다. 바로 유승민 원내대표가 당선됐다는 것이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당선은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친박은 이제 끝났다’라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당청갈등의 문제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을 뒷받침해줄 인물이 이제는 소진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근혜정부가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청와대와 내각을 뒷받침해줄 인물과 더불어 새누리당 내에서도 뒷받침해줄 인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언제라도 자신있게 인적 쇄신을 단행할 수 있는 그런 인재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게는 그만한 인재풀이 없다. 그것은 당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친박은 어디로 갔나

박 대통령은 현재 고립무원의 상태이다.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연일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을 놓고 박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다. 대선 당시 ‘증세 없는 복지’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려는 것”이라면서 자신감을 보여줬다. 하지만 집권3년도 안된 시점에서 ‘증세 없는 복지’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집권여당에서 나오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급기야 국민을 속이는 정치인이라는 발언까지 나왔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발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나 청와대나 새누리당 모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기존 같았으면 “감히 대통령에게”라는 발언을 쏟아내는 친박 인사들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없다. 결국 박 대통령을 지원해줄 인물이 없다.

여기에 지지율도 계속적으로 하락하면서 박 대통령은 더욱 고립무원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집권 2년차 박 대통령은 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됐을까? 그것은 바로 인물난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집권을 했지만 새로운 인물을 발굴, 성장시키기 못했다. 이전의 다른 정권의 경우 새로운 인물을 발굴, 성장시킴으로써 정권의 뒷받침을 만들어줬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기존에 있었던 인물마저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사실 김무성 대표나 유승민 원내대표 모두 친박 출신이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누구보다 대표적인 비박 인사이다. 즉, 기존의 자신의 세력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셈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인물을 발굴, 성장시키지도 못했다. 김영삼정부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새로운 인물을 많이 발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게 만들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무성 현 대표이고,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 등이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4년에는 김문수, 이재오, 안상수 등 시민사회운동가와 노동운동가들을 영입하여 민주자유당에 입당시켰다. 이후 군사정권과 관련없는 홍준표·오세훈 등의 신진 관료출신과 법관출신들도 등용하였고, 군사정권에서 정치범으로 수감되었던 박노해·김남주 등 언론인과 문인들을 대대적으로 감형, 석방시키기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들 인물을 발굴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었다. 그 인물들이 현재 정치권 곳곳에서 활약을 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명박 전 대통령도 새로운 인물을 발굴, 성장시키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면서 386 민주화운동 세대를 대거 정치권에 영입시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재임 기간 중 친이계를 대거 생산했다. 그렇기 때문에 레임덕이 다소 늦게 찾아올 수 있었다. 대통령이 위기 때마다 인적 쇄신 카드를 꺼내들었고, 그것이 제대로 먹혀들어가면서 지지율 반등을 올렸다. 때문에 새로운 인물을 꾸준하게 발굴, 성장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2인자 키우지 못하더니

하지만 박 대통령은 새로운 인물을 발굴, 성장시키지 못했다. 친박의 경우에는 스타성 정치인을 만들지 못했다. 스타성 정치인으로는 호남에서 국회의원이 된 이정현 최고위원이 전부이다. 문제는 이정현 최고위원의 경우 이미 친박계 핵심이기 때문에 새로운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반면 비박계는 꾸준하게 새로운 인물을 발굴, 성장시키고 있다. 또한 친박계에서 넘어간 인물들도 많이 있다. 비박계는 인물이 넘치는 반면 친박계는 인물이 없다. 이는 폐쇄적인 구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 스스로 폐쇄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집권 2년 동안 새누리당을 청와대 거수기로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새누리당은 청와대만 쳐다보는 그런 상황이 됐다. 이에 새누리당은 새로운 인물을 발굴, 성장시키기보다는 청와대 눈치를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결국 친박계에 새로운 피가 수혈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피가 수혈되지 못하는 상황으로 내몰린 셈이다. 또한 친박계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의 새로운 맹주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저 박 대통령에게만 의지하고 매달리는 모양새였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새누리당 전략은 ‘한번만 도와주십시오’라는 읍소전략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 새로운 전략을 보여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대구·경북의 입지가 더욱 위축되면서 새누리당 내부에서 친박계의 목소리가 점차 약해진 것이다.

장관들 역시 스타 장관이 없었다. 유일하게 스타장관은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다. 진도 팽목항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어루만지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했다. 하지만 다른 장관들은 별다른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집권 초반부터 장관들은 받아쓰기에만 충실했다. 그리고 그 장면을 공중파를 통해 계속 보여줬다. 장관이 소신과 배포를 갖고 대통령과 함께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장관의 이미지가 미미하고 유약한 모습으로 비춰졌다.

박근혜정부에 기대를 걸었던 인물 중 한명이 바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하지만 최근 ‘증세 없는 복지 논란’을 통해 입지가 많이 위축된 모습이다. 한때는 차기 대권 주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을 비롯해 수많은 정책 혼선 등으로 인해 야권에서는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승자박된 상황

새롭게 부상되는 인물로는 이완구 국무총리 내정자이다. 이완구 국무총리 내정자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대권 주자 중 김무성 대표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완구 총리 내정자를 제대로 활용하면 친박계가 살아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이완구 총리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제대로 치러낼 것인지도 의문이다. 그 이유는 부동산 투기 의혹 및 삼청교육대 관련설 등이 있기 때문이다. 야권에서는 사실상 사퇴시키겠다는 입장으로 벼르고 있다. 만약 인사청문회에서 새로운 의혹들이 계속 제기된다면 결국 낙마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완구 총리 내정자 마저 낙마를 하게 된다면 친박계는 사실상 몰락하게 되는 것이다. 그와 함게 박근혜정부도 몰락하게 된다. 이완구 총리 내정자는 그렇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나 친박계에게는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역대 정권을 살펴보면 스타급 장관들이 많이 배출됐다. 가까이에는 이명박 정부부터 살펴봐도 스타급 장관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에서는 스타급 장관이 없다. 이는 결국 박근혜정부에게는 가장 큰 독이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 친박계 인사가 씨가 마른 이유 중 하나는 인재풀이 협소하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를 ‘수첩인사’ 혹은 ‘밀봉인사’라고 부른다. 즉, 박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을 발탁한다는 것이다. 이는 박 대통령의 강력한 집권에 다소 도움이 되겠지만 단기적인 처방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폐쇄적인 인사시스템은 낙마로 연결된다. 제대로 된 인사검증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낙마 사태가 발생하게 되고, 그것이 결국 또 다시 폐쇄적인 인사시스템으로 만드는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폐쇄적인 인사시스템을 버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내부 역시 친박계 인물이 씨가 말라가고 있다. 새로운 친박 인사들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초재선 의원들 중 친박계 인사를 발굴, 성장시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친박계 초재선 의원들의 목소리를 높여 새로운 스타정치인을 만들어야 하는데 친박계는 그런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 주변에 인물이 없고, 친박계에서도 인물이 씨가 마른다는 것은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내각을 받쳐줄 인물이 부족하다는 것은 앞으로 남은 3년을 어떤 식으로 국정을 운영할 것인지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장 박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을 위해서는 인적 쇄신이 과감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물난을 겪으면서 이를 제대로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인적 쇄신이 계속 늦춰지게 되고, 이로 인해 지지율은 계속 하락하게 되는 것이다.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완구 총리 내정자를 내정할 당시 청와대와 내각도 함께 개편해야 하는데 인물이 없어서 그러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그만큼 청와대 내부의 인재풀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인사청문회라는 난관을 뚫어야 한다는 두려움을 안게되면서 인재풀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당장 내년 총선에서 과연 누가 친박계로 공천을 받으려고 하겠는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공천을 받으려고 한다는 것은 당선이 된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줄서기를 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공천을 줄 수 있고, 당선도 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을 때이다. 문제는 친박계가 공천을 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당선시킬 수 있을지도 의문인 상황이라면 새로운 인물들은 친박계 대신 비박계에게 줄을 설 수밖에 없다. 즉, 친박계 입지는 점점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친박계가 씨가 말라간다는 것은 박 대통령에게도 상당한 위기감이 될 수밖에 없다. 국정 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 집권여당인데 집권여당에 자신의 지원군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된다.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연일 ‘증세 없는 복지’가 불가능하다고 외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는 친박계 인사가 없다. 앞으로 친박계 인사가 더욱 없어지면 박근혜정부를 보호할 수 있는 보호막 자체가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박 대통령이나 친박계 모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새로운 피의 수혈이다. 지금처럼 폐쇄적인 상황이라면 새로운 피의 수혈은 없다. 그렇게 되면 결국 친박계는 씨가 마를 수밖에 없다. 그것은 박 대통령이나 친박계 모두에게 문제가 된다. 때문에 친박계 내부에서도 스타급 정치인의 영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과연 누구를 영입할 것이냐는 것이다. 지난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영입을 언급했다. 하지만 반기문 사무총장이 대권에 관심이 없다고 입장을 밝히면서 결국 좌절됐다. 친박계에 이제 진정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친박계 인사가 “인물이 없다는 것에 공감한다. 하지만 친박계라는 것이 사실 너무 폐쇄적이다. 새로운 인물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 오로지 박근혜 대통령만 바라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폐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대로 가면 모두 몰락할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기 때문에 두렵다”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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