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 ⓒ뉴시스
조기 통합하려던 하나·외환銀, 제동 걸려 
무죄 외환銀, 유죄 론스타에 430억 원 배상… 왜?
‘소통한다’던 김정태 회장, 알고 보니 ‘불통’ 회장님? 
 
【투데이신문 김두희 기자】법원이 올해 상반기까지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을 제한했다. 이러한 결과를 받아든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에 대해서 일각에서는 연임을 향한 발걸음이 묶였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먹튀 논란’의 대표주자 론스타에게 외환은행이 400억 원가량의 돈을 배상한 것이 알려지면서 다시 한 번 비난 여론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악재가 계속 겹치면서 김 회장의 경영 방식 및 리더십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이어지는 등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법원 “오는 상반기까지 외환·하나 통합 안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부(부장판사 조영철)는 외환은행 노조가 외환은행·하나금융지주를 상대로 낸 합병 절차 중단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이로 인해 외환은행은 오는 6월 30일까지 하나은행과의 합병 인가를 신청하거나 합병을 승인받기 위한 주주총회를 개최할 수 없으며, 하나금융지주도 관련 주주총회에서 합병 승인에 찬성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말, 올해 3월 1일로 합병 기일을 미뤘던 하나·외환은행은 다시 한 번 지난달 29일 합병 기일을 4월 1일로 연기한 상태였으나 올해 상반기까지는 어떠한 행동도 취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조기통합의 당위성으로 하나금융지주가 주장했던 외환은행의 생존 문제 등과 같은 핵심 논리에 대해 사실상 법원이 인정하지 않으면서 조기 통합에 대한 작업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재판부는 하나금융지주의 논리였던 ‘합병은 경영권의 문제’라는 것을 일부 인정했지만 “일정 기간 합병을 제한한 합의서 내용이 경영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외환은행의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한 ‘2·17합의서’의 구속력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합병이 양 은행의 실적 개선에는 도움이 될 수는 있다”면서도 “지금 당장 합병을 하지 않으면 외환은행의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이 초래된다는 결과에 이른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김 회장이 지난해 7월 열린 긴급 간담회에서 “지금 같은 금융 생태계에서 조기 통합을 하지 않으면 외환은행의 생존이 어렵다”고 말했던 명분에 금이 가게 할 수밖에 없다.
 
이번 결과를 외환은행 노조 측에서 놓치지 않으면서 그들의 통합 반대 입김이 세질 것은 당연하고, 더불어 통합을 반대하는 야당 측도 이번 법원 판결을 그들의 논리로 계속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통합의 길은 멀고도 험해 보인다는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 ⓒ뉴시스
“론스타·하나금융지주 사이 이면 계약?” 의혹 불거져
 
그러면서 최근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430억 원을 지급했다는 것이 전해졌다.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당시 외환카드의 2대 주주였던 올림푸스캐피탈에게 2012년 론스타가 손해배상금으로 718억 원을 단독으로 지급했는데 외환은행도 배상금을 분담해야 한다고 론스타가 주장한 것.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은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의 대주주였던 론스타가 외환카드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매각대금을 줄이려 외환카드 허위 감자설을 유포, 주가를 고의적으로 낮춘 사건이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을 론스타가 주도한 것은 맞지만, 당시 외환은행 이사회도 만장일치로 주식 매수를 결의하는 등 불법 행위에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니 배상금을 분담해야한다는 것이다. 결국 론스타는 싱가포르 중재재판소에서 이러한 판정을 받아냈고 외환은행은 론스타에 430억 원을 지급했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 2012년의 대법원 판결에 완전히 어긋난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론스타 및 론스타가 파견한 외환은행 이사들이 벌인 것으로 보고 론스타에 유죄, 외환은행에는 무죄를 선고했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에 배상금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 자체가 다시금 사회에서 큰 논란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외환은행은 시비를 가려보지도 않고 싱가포르 중재재판소의 판정문이 도착한 지 일주일가량 후 론스타에 배상금을 건넸다.
 
그리고 이렇게 외환은행이 이사회 의결도 없이 배상금을 론스타에 지급한 것을 두고 론스타와 하나금융지주 간에 이면계약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3일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는 금융위원회에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경영진에 대한 업무상 배임과 은행법 위반에 대한 조사 요청서를 접수했다.
 
이들은 조사 요청서를 접수하면서 이번 일에 대해 “어처구니가 없다”며 “론스타와 하나금융지주 사이에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 배상금을 두고 뒷거래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정의연대 등에 따르면, 지난 2010년 론스타와 하나금융지주가 체결한 외환은행 주식 매매계약서 내에는 ‘책임 면책’ 조항이 있다. 올림푸스캐피탈과의 중재 소송에서 외환은행이 올림푸스캐피탈에 500억 원 이내의 금액을 배상하면 론스타는 하나금융지주에 별도로 배상하지 않아도 되고, 만약 500억 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의 51.02%에 대해서만 론스타가 하나금융지주에 배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외환은행이 무죄를 받았을 경우에 전혀 부담할 필요가 없는 것까지 배상하게 된다.
 
이들은 “그동안 이면 합의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왔다”면서 “금융위는 법령에 따라 하나금융지주와 론스타 사이에 주식매매계약서를 비롯해 중재판정과 관련한 자료를 입수해 면밀하게 조사해야할 것”이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 사진 제공 외환은행 노조
3월 재계약 앞둔 김정태 회장, 소통 아닌 불통 논란
 
지난달 26일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김정태 회장을 겨냥해 ‘월급 인상 절대 안 된다는 연봉 30억 회장님’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의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김 회장은 소통이 아닌 ‘불통’의 오명을 쓰고 있으며 임원들도 김 회장의 리더십에 대해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해당 글에 따르면, 평소에 소통을 중요시한다는 김 회장은 사실 사내에서 ‘불통’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게시자는 “김 회장이 ‘죽느냐 사느냐 위기 앞에서 임원들을 보면, 하나금융 어렵다’ 등 하나금융지주 임원들에게 쏟아낸 말은 결국 본인의 계약 기간이 다가오니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 아니겠냐”면서 김 회장의 발언에 대해 꼬집기도 했다.
 
또 신한금융과 비교하면서 ‘창피한 줄 알라. 이익은 별로 내지도 못하면서 월급만 올려달라고 하고 있다’던 김 회장의 발언에 대해 “2013년에 급여로 30억 원을 받아 가신 분이 할 소리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이 소통을 강조하면서 근무 외 시간에 직원들과 함께 등산을 가고 비전캠프 등 워크샵을 갔다”면서 “이런 것으로만 상반기에 30억 원?”이라는 말로 김 회장의 발언에 대해 비꼬기도 했다.
 
이어 “제발 소통 좀 하자. 외환은행 통합에 대해 임원들도 공감을 못하고 있는데 직원들한테 무조건 찬성하라는 것이 말이 되냐”면서 “차라리 연임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더 진정성 있겠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다.
 
외환銀 노조 “외환은행 실적 급락은 김 회장의 경영 실패”
 
외환은행 노조 측도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지주에 인수된 지난 2012년 2월은 김 회장의 취임 시기와 거의 일치하며, 이후 실적이 급락했다”면서 “이는 곧 김 회장의 총체적인 경영능력 부재와 경영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 측은 실적 급락의 이유에 대해 △김정태 회장과 하나지주의 경영능력 및 의지 박약 △외환카드 분리에 따른 수익 저하 △외환카드 분리에 따른 6400억 원 자본금 이탈 △영업현장 하나은행 우선 및 경쟁력 없는 지주 상품 우선판매 등 지난 3년간 지속적인 경영간섭 △최근 7개월 간 통합작업 빌미로 한 조직 흔들기(직원 900명 징계회부 및 영업점 인력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비전스쿨’, ‘비전캠프’ 등 통합관련 세뇌교육에 대대적인 평일 직원 동원 등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었음) 등을 대면서 결국 김 회장의 경영 능력 부재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의 경영 실패 및 외환은행 영업방해 등에 대해 철저히 해명하고 검증하라”고 요구했다.
 
하나금융지주와 론스타 간에 이면 계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하나은행이 돈을 준 것도 아닌데, 이면 계약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합병 절차 중지 결정 후 향후 일정에 대해 자세한 사항이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또 김 회장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그런 것에 대해 딱히 할 말은 없다”면서 말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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