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스타케미칼 해고자복직투쟁위 ‘화요문화제’

   
▲ 목동CBS 건물 앞 스타케미칼 해복투 노숙농성장 ⓒ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지난달 27일 오후 7시, 서울 목동CBS 건물 앞에서 스타케미칼지회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이하 스타케미칼 해복투)의 화요문화제가 열렸다.

스타케미칼 해복투는 지난해 11월 19일 스타케미칼의 모기업인 스타플랙스 영업부가 있는 목동CBS 앞에서 노숙 농성에 돌입해 80일 동안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농성을 하면서 올해 1월부터 매월 첫째 주 화요일마다 화요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화요문화제는 굴뚝에서 260여일 째 무기한 고공농성 중인 차광호 위원장을 응원하고, 스타케미칼 해복투 11명의 3승계(고용승계, 노조인정, 임단협체결권)를 촉구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 화요문화제 현장 ⓒ 투데이신문

스타케미칼 해복투 “먹튀자본 김세권 사장, 3승계 보장해야”

“화요문화제, 동지들의 힘찬 함성과 박수로 시작하겠습니다”

이날 오후 7시, 사회를 맡은 스타케미칼 해복투 박준하 상황실장이 문화제의 포문을 열었다. 사람들의 함성과 박수가 이어졌고 민중의례가 시작됐다. 온 몸이 오들오들 떨릴 정도로 굉장히 추운 날씨였음에도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차디찬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손을 흔들며 구호를 외쳤다.  

화요문화제에는 전국민주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회, 쌍용자동차지부 정비지회, 노동과학연구소, 전국공공운수노조 서경지회 등 많은 이들이 참석해 자리를 지켰다.

한 참석자는 “날씨가 추울 때는 굴뚝에 올라간 차광호 위원장이 더욱 염려된다. 이처럼 스타케미칼 노동자들이 외롭고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며 “함께 연대하고 함께 옹호하면서 이 싸움 반드시 승리로 갈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타케미칼 해복투가 이렇게 힘겨운 투쟁하는 이유는 일터로 돌아가기 위해서다.

원래 스타케미칼은 구미의 폴리에스테르 원사 제조업체였다. 스타케미칼의 전신인 한국합섬은 조합원 8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했던 공장이다. 스타케미칼 해복투에 따르면 한국합섬은 내부 비리, 화섬업계 공급과잉, 박노철 사장의 무리한 경영 확대 등으로 2007년 5월 파산했다. 이후 2011년 한국합섬을 인수한 스타케미칼 공장을 다시 가동한 것이다. 

하지만 스타케미칼은 적자와 경기침체 등의 이유로 1년 8개월 만에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결국 2013년 1월 23일 스타케미칼 이사회에서 법인 해산 결정을 내렸다. 총 근로자 228명이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받았다. 사측은 근로자들에게 권고사직을 요구했으나 이를 거부한 노동자 28명은 그해 2월 19일 스타케미칼 해복투를 구성하고 고용승계를 주장했다. 반면 새로 구성된 노조집행부는 1인당 평균 800만원씩 위로금을 받으며 권고사직안을 받아들였고 이듬해 5월 26일, 회사 자산 매각과 관련해 투쟁 등 일체의 행위도 하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쓰고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차광호 대표를 비롯한 스타케미칼 해복투 11명은 3승계(고용승계, 노조인정, 임단협체결권)를 요구하며 계속해서 싸우고 있다.

   
▲ 화요문화제 현장 ⓒ 투데이신문

스타케미칼 해복투에 따르면 김세권 사장은 900억원이 넘는 공장을 399억원에 인수하고 18개월 만에 가동을 중단했다. 이에 스타케미칼 해복투는 김세권 사장이 헐값에 인수한 스타케미칼을 비싼 값에 되팔아 차익을 챙기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사장이 공장 분할매각 과정에서 기계설비를 팔아 300여억원 이상을 챙기고 고철과 전선 매각대금 200여억원을 챙기려 하고 있다고 해복투는 주장했다. 또한 400억 가량의 공장부지 대금 등을 통해 막대한 차익을 거두려 한다는 것이다.  

이날 문화제에서 만난 스타케미칼 해복투 관계자는 “당시 김세권 사장은 스타플렉스라는 음성 공장을 지금까지 매번 흑자를 내는 알짜배기로 회사를 운영했었다”며 “그런데 욕심을 부려 한국합섬을 헐값에 인수해 1년 8개월 만에 경영상의 문제로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후 분할매각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하기 때문에 먹튀(먹고 튀는)자본이라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굴뚝농성을 벌이고 있는 차광호 위원장에 대한 걱정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해복투 동지 10명은 대표가 마음을 굽히지 않고 힘들게 투쟁하는 것에 대해 고마우면서도 짠한 게 있다”며 “가족도 못 보고 부모님이나 아내가 걱정 될 텐데 볼모 아닌 볼모가 된 게 마음 아프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측은 다른 내용을 가져온다면 만날 조건이 되지만 해복투에서 주장하는 ‘3승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해복투 관계자는 말했다.

현재 사측은 다른 교섭안이 아닌 스타케미칼 해복투 측의 기존 교섭안으로는 협상 자리를 마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한국합섬 공장 인수 당시 400억원이 들어갔고 공장 재가동 비용 200억원, 경영비용 350억원 등 총 950억원이 투입돼 현재 분할매각을 할 경우 500~600억원도 찾기가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절대 먹튀 자본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수백억원의 적자로 어쩔 수 없이 공장문을 닫은 것이며 개인차가 있지만 희망퇴직을 한 사람들에게는 1인당 1400만원~1500만원 가량의 위로금을 지급했다고 해복투의 주장에 맞서고 있다.

   
ⓒ 투데이신문

“투쟁없는 곳에 열매 없어”… 모두의 관심 필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박준 씨의 노래로 분위기는 한층 더 뜨거워졌다. 1시간 30분에 걸쳐 많은 이들의 발언과 노래가 이어졌다. 여기에 수많은 시민들의 목소리와 응원도 함께 했다.

현장에서 만난 회사원 이응덕(47)씨는 “나 역시 노동자이기 때문에 스타케미칼 해고자들의 문제가 남일같지 않게 느껴진다”며 “우리 모두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고 꼭 승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박제민(38)씨는 “스타케미칼 해복투 동지들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먹먹하다. 그런데 사실 주변을 둘러 봐도 삶의 현장이 이렇지 않나. 좀 분하다”며 “계속 투쟁하고 싸우게 되는 상황이 이제 종료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한 목동시민 방영희(65)씨는 “투쟁이 없는 곳에 열매가 없다. 힘 닿는 데까지 투쟁하셔서 목적을 달성하시기를 바란다”고 외쳤다.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니 굴뚝 위 차광호 위원장이 떠올랐다. 스타케미칼 해복투의 지겹고 긴 싸움이 언제 마무리될지는 자본의 손에 달려있다. 

   
▲ 화요문화제 현장 ⓒ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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