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욱 칼럼니스트
▸저서 <삼국지인물전>, <역사, 어제이면서 오늘이다> 외 4권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설날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을미년이 시작된다. <투데이신문> 독자 여러분 댁내에 만복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아울러 소박한 나의 소망을 말해 보고자 한다.

국민의 생사가 경각에 놓였는데 몇 시간 동안 자리를 비우고도 그 잘못을 모르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물론 그 전에 위험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무슨 일만 벌어지면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보다 실무자 몇 사람만 문책하는 관행을 없앴으면 한다.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았으나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대선에 불법으로 개입한 일이 만천하에 드러났으니 납득할 만큼의 판결이 나오기를 바란다. 우리나라는 아직 선진국이 아니므로 큰 벌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진 않고 있다. 북한한테 심리전을 펼쳐야 할 국군이 더 이상 우리나라 국민을 향해 보이지 않는 총을 겨누는 일도 없어야 하겠다. 국군이 국민을 공격하는 일은 5.18 한 번으로 족하고도 남음이 있다.

멀쩡한 강바닥에 수십조를 쏟아 넣고, 있지도 않은 자원을 캐낸다며 외국에 나랏돈을 퍼주고도 버젓이 행세하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 여전히 그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작태를 옹호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국가적으로 불행을 넘어 재앙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며 산다. 역시 우리나라는 아직 선진국만큼의 의식이 없으므로 이것이 실수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나라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안다. 그러니 대놓고 자랑을 하는 것이다.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차마 자랑까지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국민의 의식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기를 바란다.

말을 바꾸는 일이 줄어들었으면 한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담배 가격을 인상하여 담배 소비량을 줄이겠다고 하여 하루에 두 갑을 피우던 담배를 한 갑으로 줄였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요 근래 돈 없어서 담배를 피우기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저가 담배’를 판매할 계획이라는 말을 들었다. 정녕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어르신들은 이 나라 국민이 아닌 것인가? 더 나아가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은 망가져도 좋다는 것인가?

공자(孔子)가 말했다.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부모는 부모답게, 자식은 자식답게”라는 뜻이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해야 나라가 평안해 진다는 말이다. 현재는 ‘임금’이 없으므로 그 자리에 ‘지도자’를 넣어야 할 것이다. ‘임금’ 노릇을 하려는 시도를 하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신하’도 지금은 없어졌으니 ‘신하’라는 생각을 버려주었으면 좋겠다.

대구와 경북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부적합한 인물’이라는 여론이 우세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승리한 것’이라 말하며, 앞장서서 언론의 자유를 짓밟았으면서 ‘언론의 자유가 소중하다’고 한다. 한 사람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데 큰 역할을 하고는 ‘그 분을 존경한다’며 머리를 조아린다. ‘증세 없이 복지가 가능한가’고 물었더니 ‘할 수 있다’고 하고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이와 같은 유체이탈 화법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대국민 사과까지 한 기업이 여전히 대리점 주인들한테 횡포를 부린다. 비행기를 돌려세운 큰 죄에 겨우 징역 1년을 선고했는데도 억울하다며 항소를 한다. 앞에서는 눈물을 흘리며 사과하고는 뒤에서 음험하게 보복을 일삼는 갑들이 응분의 대가를 치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가난한 사람이 빵 하나 훔친 작은 죄에는 가차 없이 중형을 선고하면서 부유한 사람이 저지른 큰 죄에는 ‘정상참작’을 해주는 이러한 비정상이 하루빨리 정상화 되어주기를 바란다.

누구인지, 무슨 일인지 밝히고 쓰더라도, 애써서 주어를 생략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는 것을 굳이 이렇게 써 놨으니 독자들은 무척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답답함을 느꼈기를 바란다. 이것도 을미년을 맞이하면서 가지는 소박한 소망들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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