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실종자 유가족 마용성 씨

▲ 사조산업 앞 오룡호 가족대책위원회 노숙농성장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임이랑 기자】지난해 12월 1일 오후 2시경에 사조산업 501오룡호가 러시아 베링해에서 침몰했다. 오룡호에는 총 60명이 탑승해 있었는데 이 중 한국인은 11명으로 6명이 목숨을 잃고 5명은 실종됐다.

선장도 없이 선박이 고장 난 상태에서 무리한 조업을 벌이다 발생한 사고였다. 사조산업의 관리 감독이 철저했으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며 유가족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세월호 이후 대참사로 볼 수 있지만 사조산업은 분향소 설치, 정당한 합의금, 실종자 수색과 같은 유가족의 요구에 소극적 태도로 대응하고 있어 유가족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사측은 사고 발생 초기 사조산업 본사 3층을 유가족에게 내주면서 사고해결에 의지를 보이는 듯 했으나 사회적인 관심이 사라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유가족을 길바닥으로 쫓아냈다.

설날 이후 사조산업 본사 앞에서 노숙하며 슬픈 명절을 보낸 오룡호 유가족. 노숙농성을 열고 있는 유가족을 찾은 지난 24일에도 쓸쓸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비닐천막 안에서 농성 중이었다.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가족은 이제 다섯 가족 뿐이다. 추위는 이제 어느 정도 지나갔지만 유가족의 마음은 아직도 차갑기만 하다.

<투데이신문>은 차디찬 겨울 바다에 동생을 잃어 보낸 실종자 유가족 마용성(62·남)씨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 오룡호 실종자 유가족 마용성(62)씨 ⓒ투데이신문

Q. ‘오룡호 사건’으로 동생을 잃었는데.
: 오룡호 침몰 사고로 동생을 잃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소식을 듣고 황당하고 당황스러웠습니다. 지금도 우리한테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입니다. 지금 동생의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참담한 상황입니다.

Q. 사실 이번 사고는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을 받았다.
: 오룡호는 선장도 없이 고장난 배로 출항해 무리한 작업을 벌였습니다. 말도 안 되지 않습니까. 사측은 선박직원법을 위반한 채로 운항 했습니다. 선장 대신 관리자 1명으로 배를 운항했고, 고장이 있던 배였는데도 불구하고 고치면서 어업을 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7월 1일에 오룡호가 부산항에 입항해서 7월 10일 제 동생과 함께 선원들을 태우고 출항했습니다. 그 사이에 안전교육도 없었고 배도 제대로 수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경 조사에서도 사조산업의 잘못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당당합니다. 선장 없이 출항한 배가 침몰하면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사고’가 아닌 이유가 있어서 발생한 ‘사건’ 아닙니까. 그렇기 때문에 남에게 끼친 손해를 갚는 의미의 ‘보상’이 아닌 상대의 권리를 침해한 사람이 손해를 물어주는 ‘배상’이 되어야 합니다. 사측이 법을 위반했는데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법적으로 하자며 협상에 대해서도 소극적입니다. 어디다 하소연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Q. 유가족 측과 사측의 갈등이 심각해 보이는데.
: 사조산업 측은 오룡호가 침몰하면서 손해를 봤고 정부의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이 오히려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지난해 12월 1일 사고가 났는데 조사는 벌써 다 끝났습니다. 죄를 물어야 하는데 죄를 물을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데 사측에 의하면 벌금 500만원이면 끝난다고 합니다. 53명을 죽이고 위법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벌금으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억울합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힘이 너무 없다 보니 이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사측이 제시한 합의금의 기준이 무엇인가.
: 사측이 설날 전 오룡호 사고로 목숨을 잃은 기관사 유가족과 5000만원에 합의했습니다. 이달 23일 사측과 만났을 때 사조산업 김정수 사장이 자신의 입으로 직접 말했습니다. 최근 사조소속의 선박을 타고 어업을 하다 선원이 한명 더 죽었는데 그분 유가족과는 2000만원에 합의 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측은 계속 같은 이야기입니다. 우리에게 지금 엄청난 금액을 제시했다고 주장합니다. 사측에서는 경제적인 손실이 났는데 오룡호는 엄청난 사측의 손해를 감수하고도 우리 유가족에게 큰 금액을 제시했다고 말합니다. 사측은 본인들이 손해를 더 많이 보았다는 이야기만 계속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유가족에게 개별 합의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Q. 사측의 개별 합의제의를 받았나.
: 네. 하지만 거절했습니다. 그러한 제안을 하는 사측에게 황당할 뿐입니다. 저는 동생이 실종됐는데 가족들 중 누가 죽든지, 제대로 진상규명이나 실종자 수색도 안 해주는 상황에서 돈을 주고 없던 일로 하자면 얼마나 허탈하겠습니까. 오룡호에 타있던 고인들은 모두 다 가족을 먹여 살렸던 부양자들입니다. 부양자가 죽었는데 이런 식의 합의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를 제외한 여기 남아있는 유가족 분들은 이러한 사측의 개별적인 합의를 거절했습니다.

▲ 오룡호 가족대책위원회 노숙농성장 내부 ⓒ투데이신문
Q. 정부 혹은 사측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제 동생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묘지조차 없어 바다에서 떠돌고 있는 실종자를 기리기 위해 추모비라도 세워졌으면 합니다. 최근 사측과 추모비 건립과 관련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하지만 되돌아온 대답은 ‘검토해 보겠다’ 는 것뿐입니다. 유가족도 많고 실종자 가족도 있으니 심적으로 위로 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 주면 좋겠습니다. 이젠 제 마음 속에 추모비를 세워줬으면 하는 바람이 제일 큽니다. 그리고 유가족들도 추모비는 꼭 하자고 합니다. 1년에 한 번씩 만나서 위로를 하고픈 것이 지금 유가족의 마음입니다.

Q.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국민들의 관심이 점점 낮아지고 사회적으로 점점 잊혀져가는 것이 서운합니다. 저 뿐만 아니라 여기 계신 분들이 고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이것밖에 없어서 이러고는 있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답답합니다. 여기 남아계신 분들도 이젠 많이 지쳐가고 있습니다. 저는 탈세를 해본 적도 없고, 사람을 죽인 적도 없습니다만 저희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사측이 안전에 투자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투자 없이 안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안전을 위해 투자를 이끌어 내고 싶습니다. 또한 사람을 중시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사람이 중시되면 침몰하는 배가 우선이 아닌 선원이 우선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동생은 이러한 대우를 받았지만 나중에 배를 타는 선원들에게는 이러한 일이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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