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형 칼럼니스트
▸팟캐스트 <이이제이> 진행자
▸저서 <와주테이의 박쥐들> <김대중vs김영삼> <왕의 서재>등 다수

【투데이신문 이동형 칼럼니스트】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불어터진 국수를 먹는 우리 경제가 불쌍하다”며 장기불황의 책임을 야당에게 전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지난번 부동산 3법도 어렵게 통과됐는데 비유하자면 아주 퉁퉁 불어터진 국수”라고 말했는데, 대통령의 이 말에는 “야당의 비협조 때문에 경제관련법안이 늑장 처리되었고 그것으로 인해 경제 활성화의 발목이 잡혀있다”는 대통령의 현재 상황인식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누구인가? 서민 생활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건 누구에게 책임이 있나? 국민들은 뭣 때문에 대선 때, 박근혜 에게 표를 줬을까? 이러한 질문에 박 대통령이 무어라고 답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줄줄이 후퇴하는 공약, 현실에서 불가능한 ‘증세 없는 복지론’을 주창하면서 경제민주화를 없애 버리고 재벌 밀어주기를 주구장창 실시하고 있는 것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이다. 그런데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가? 유체이탈화법도 이 정도면 최고수준급이다. 마치 먼 남의나라 이야기 하듯이 우리 경제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고 밤늦게까지 보고서와 씨름한다는 대통령의 상황인식이 이 정도이니 앞으로 남은 박근혜 정권의 3년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국민정신건강을 위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놀라운 것은 저 발언 뒤에 이어진 이야기이다. 우리 대통령은 무슨 말을 하든지 상상 그 이상의 것을 보게 하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는 듯하다. 박 대통령은 계속된 발언에서 “그것을 그냥 먹고도 부동산이 힘을 좀 내 가지고 꿈틀꿈틀 움직이면서 활성화되고 집거래도 많이 늘어났다”고 했는데 이 발언 역시 현재 돌아가는 경제상황을 대통령이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부동산 거래가 약간 늘어난 것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해서 뛰고 있는 ‘미친 전세 값’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을 사는 국민들이 늘어서 그런 거지, 부동산 3법 때문이 아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전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종암SK 아파트 전용면적 59㎡는 (18평) 지난달 6일 최고가인 전세보증금 2억4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달 이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2억4900만원이었다. 즉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차이가 900만원밖에 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집값대비 전세가가 90프로를 넘는 일은 전세품귀 현상과 더불어 서울 도처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통령은 자화자찬하며 부동산3법 때문에 그나마 부동산경제가 살아나고 있다고 믿고 있으니 이 얼마나 딱한 노릇인가?

이와 같이 매매 값 대비 전세 값 비율(전세가율)이 계속해서 올라가면 서민들은 극심한 전세난과 함께 ‘깡통주택’(집을 팔더라도 대출금이나 세입자 전세금을 다 갚지 못하는 주택) 피해 가능성까지 높아져 우리 경제의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또한, 무리하게 대출을 해서 집을 샀을 경우, 혹시라도 집값이 떨어지면 하우스 푸어가 양산되고 이자와 원금을 갚지 못해 파산자가 속출하는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일본과 미국이 겪은 태풍이 우리만 비껴가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말이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돈 빌려 줄 테니 집사라’는 정책을 고수하며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으니 이는 대통령이 무능하든가, 대통령에게 경제상황을 알려주는 참모들이 대통령을 속이고 있거나 둘 중에 하나이다. 대통령이 무능하다고 권좌에서 끌어내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박근혜 찍은 손가락을 탓할 수밖에 없지만, 보좌하는 사람들이 대통령을 속이고 있다면 ‘쇄신’이라는 카드로 얼마든지 위기를 극복할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이 정권에는 그것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국민들, 야당, 심지어는 여당 내에서조차 요구하고 있는 청와대 내 인적쇄신을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니 무얼 기대하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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