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마크 호텔 공모전 공고

씨마크호텔 공모전, ‘호텔 홍보·시안 확보 수단’ 논란
수상작 無, 브랜드 방향성과 맞지 않다?…가이드라인 샘플도 없어
참가자 A씨, “수상작 발표 ‘구정 당일’, 결과 숨기려 했다”
씨마크호텔, “심사 기준 넘어서는 작품 없었다”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현대중공업 계열사 호텔현대가 새롭게 선보이는 씨마크호텔이 공모전을 호텔 홍보 이용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씨마크호텔은 호텔현대경포대가 새로운 이름으로 론칭하는 ‘SEMARQ’라는 이름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씨마크호텔 광고 공모전’을 개최했다.

그러나 해당 공모전에서 수상자를 한 명도 선정하지 않으면서 애초에 수상을 줄 마음 없이 공모전을 호텔 홍보에 이용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수상작 발표 날짜가 구정 당일이었다는 점과 공모전과 관련한 공모요강이 부실했다는 점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며 의혹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씨마크호텔이 공모전에 제출된 광고 시안을 확보해 마케팅비를 줄이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며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공모전은 있으나 수상작은 없다?…‘홍보성 수단’ 의심돼

현업 디자이너인 A씨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대상작이 없었던 공모전은 있었지만 수상자가 단 한명도 나오지 않은 공모전은 이번 공모전이 처음”이라며 “오히려 참여자의 노고를 생각해서 본상 밑에 원래 없었던 가작이라는 작은 상까지 만들어 진행했던 공모전들도 있었는데 너무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씨마크 호텔에서 자사 호텔을 홍보하고 다양한 형태의 인쇄물 시안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공모전을 이용해 이득을 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씨마크호텔은 현대중공업 계열 호텔현대가 운영하는 현대호텔경포대의 새로운 이름으로 지난 2013년 7월 기공식 후 리뉴얼 및 신축 공사에 착수했다.

호텔현대는 지난달 11일 현대호텔경포대의 새로운 이름인 ‘씨마크호텔’을 발표하며 호텔의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하는 6성급 호텔로 거듭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리뉴얼을 마치고 오는 6월 오픈을 앞둔 씨마크호텔의 론칭 사실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지난해 12월 ‘제 1회 씨마크호텔 시리즈 광고 공모전’을 개최했다.

해당 공모전과 관련해 대상 1팀에게는 상금 500만원과 호텔 숙박권 2매, 금상 1팀에게는 상금 100만원과 호텔 숙박권 2매, 은상 2팀에게는 상금 각 50만원을 제공하기로 돼있었다.

이에 총 146팀이 공모전에 참가했으나 수상작은 단 한 팀도 없었다.

씨마크호텔 측은 “참가자들의 열정과 우수한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으나 씨마크가 지향하는 브랜드 방향성에 적합한 출품작이 없다고 판단돼 이번 공모전 수상은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씨는 “공모전 요강 아래쪽에 수상작 수상에 대해서 규모에 따라 수상인원이 조정될 수 있다는 조항이 달려있기는 했으나 (씨마크호텔 공모전과 같이) 실제로 단 한 명도 수상을 하지 않았던 공모전은 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알렸고, 많은 누리꾼들이 A씨의 의견에 동조하며 ‘공모전에 참여했던 사람을 바보로 만들었다’는 등 씨마크 호텔 공모전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수상작 無, 당연한 결과?…가이드라인 샘플도 없어

A씨는 씨마크호텔 공모전은 기존 광고나 가이드라인으로 참고할 수 있는 샘플도 제시하지 않아 참가자들이 공모전의 브랜드 방향성을 읽지 못했던 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주최 측에서는 출품작들이 자신들이 지향하는 브랜드 방향성과 맞지 않았다며 수상작을 주지 않았는데 공모요강에 있는 것만으로는 참가자들이 방향성을 읽어내기 어려웠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존 공모전의 경우 샘플로 참고할 수 있는 광고를 알려주며 가이드라인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주는 반면 씨마크호텔 공모전의 경우 공모전과 관련해 단 몇 줄의 설명만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공모전 모집 요강에는 ▲전 객실이 스위트룸인 최고급 호텔로 이에 맞는 고급스러움이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한 광고시안을 제작할 것 ▲소재나 내용에 대한 제한은 없으나 시리즈물의 경우,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도록 내용에 연계성이 있어야 할 것 ▲ 호텔이라는 틀에 한정되지 않는 자유롭고 획기적인 발상으로 많은 사람들의 인식에 SEMARQ를 각인시킬 수 있는지가 중요 ▲ 조감도는 사용하지 말 것 등의 내용이 담겨있을 뿐 가이드라인으로 참고할 수 있는 샘플 광고는 첨부돼있지 않았다.

공모전의 경우 브랜드 방향성이 중요하기에 가이드라인을 자세하게 정해주는데 씨마크호텔 공모전은 그렇지 않아 애초에 호텔 홍보만을 위한 공모전을 주최하려 한 것 같다고 A씨는 지적했다.

A씨는 “공모전은 보통 취업준비생이나 학생들이 이력서에 한 줄이라고 더 쓰기 위해 참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호텔 홍보를 위해 공모전을 진행했다면 이를 가만히 두고 봐서는 안 된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례가 조용히 묻힌다면 거액의 상금을 내걸고 또 다시 마땅한 수상작이 없다는 이유로 수상작을 선정하지 않는 사례가 생겨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모전, 시안 확보 위한 ‘수단’이었나

A씨는 수상작 발표 일정도 수상쩍었을 뿐만 아니라 공모전 출품작을 확보해 마케팅비를 줄이려고 했던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 공모전 수상 발표 안내 메일

그는 “애당초 공모전 사이트도 없었던 점과 대부분의 회사들이 연휴 시작인 18일부터는 업무를 하지 않는데 설날 당일인 19일, 메일로 수상작을 발표한다는 일정도 의심스러웠다”면서 “수상작 발표 당일, 개별적으로 메일을 준다고 했는데 연락이 없어 회사로 전화하니 받지도 않고 메일을 보내도 답장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수상작 발표 날짜가 명절 당일이라는 점을 악용해 수상작이 없다는 결과를 공모전 참가자들이 알기 어렵게 하려는 것 아니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지고 있다.

또한 수상작 없이 공모전을 마감하려고 한 점과 이번 공모전은 단편 광고 시안이 아닌 시리즈물 광고를 요구한 것을 미뤄봤을 때, 공모전 시안을 모아 씨마크호텔 측이 추후 홍보물 제작에 참고하려 한 것 같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씨마크호텔 공모전에는 SEMARQ 론칭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시리즈물 광고(6개까지 가능) 또는 단편 광고 시안 공모을 모집하며 시리즈물로 제출할 시 가산점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게재돼 있었다.

A씨는 “씨마크호텔 측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공모전을 개최한 것 같다”며 “공모전을 통해 시안을 확보하고, 이를 가지고 홍보물을 제작함으로써 마케팅비를 줄이려 한 것 같다는 의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사건을 계기로 공모전이 기업의 단순 홍보비 절감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이번 사례는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또 다른 갑의 횡포이며 열정페이의 변형된 형태”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청년유니온 오혜연 사무처장은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공모전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얻는 과정에서 꼭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한 개의 수상작도 발표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상 발표 안내문을 보면 해당 호텔에서 참가자들의 열정과 우수한 역량을 확인했다고 하는데, 그 말대로 (열정과 우수한 역량을) 확인 했으면 어떻게든 시상을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무처장은 “단 하나의 수상작도 발표하지 않는 것은 청년들의 노력과 열정을 홍보수단으로 이용한 것밖에 되지 않는 꼴”이라며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하기 위해 그 시간에 쏟아 부었던 노력과 열정에 대해서 어떻게든 시상을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씨마크호텔 “A씨의 주장 사실과 달라” 

한편, 씨마크호텔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모전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모전이라는 것은 일정을 잡고 예산을 편성해 진행되는 것이기에 수상작을 주지 않으려는 생각으로 개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는 작품에 대해 내부심사팀을 꾸려 심사를 진행했다”며 “그러나 일단 출품작들이 브랜드의 방향성에 맞지 않았으며 이 점을 제외하고도 심사 기준을 넘어서는 작품들이 없다고 판단돼 수상작을 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모전과 관련해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 샘플이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새로운 이름으로 새롭게 론칭되는 만큼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출품작들을 모집하기 위해 최소한의 설명만을 첨부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수상작 발표 당일 연락이 되지 않았다는 비판과 관련해 “발표 당일 실무와 관련해서는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으나 당시 공모전 심사를 진행했던 내부심사팀은 명절로 인해 부재중이었기에 답변이 늦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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