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그룹 구본무 회장(上), 범한판토스 구본호 부사장(下). 사진 뉴시스(上)/YTN캡처(下)
LG그룹 구본무 회장·범한판토스 구본호 부사장
6촌 형제의 연이은 간접 갑질 논란 
乙이 乙에게 소송 및 압박…오너家는 슈퍼甲?
 
【투데이신문 김두희 기자】LG그룹 오너일가가 계속된 ‘갑질’ 논란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와 같은 갑질 논란은 그룹의 수장인 구본무 회장부터 구 회장의 6촌 동생인 범한판토스 구본호 부사장까지 대상이 되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구 회장과 구 부사장 밑의 사람들이 대리 소송을 하거나 대신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간접 갑질’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 더욱 논란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희망연대노조 “상습적 대리 소송 의심돼”
 
LG유플러스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인터넷 설치기사(희망연대노동조합 소속)들은 지난 1월 말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자택에서 일하는 고용인들로부터 가처분신청을 받았다. 가처분신청의 이유는 희망연대노조들이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면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한 업무방해를 막아달라는 것이었다.
 
지난해 9월부터 희망연대노조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그들의 고용 조건을 개선해달라는 요구를 내건 채 노숙농성을 진행해왔다.
 
인터넷 설치기사들에게 사실상 업무 지시를 하고 있는 곳이 하청업체가 아닌 LG유플러스이기 때문에 이들의 소속이 LG유플러스가 되어야 한다고 희망연대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희망연대노조는 구 회장의 자택 앞까지 찾아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집회를 통한 의사 전달은 얼마 가지 않아 막히고 말았다. 구 회장 자택에서 일하는 고용인들이 그들의 집회를 제한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냈기 때문.
 
<한겨레>에 따르면 구 회장 자택에서 일하는 가사도우미 두 명과 구 회장 부인인 김영식씨의 운전기사, 자택 시설관리인 등 6명이 희망연대노조 및 해당 노조의 LG유플러스 지부장 등 3명에 대해 서울서부지법에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뿐만 아니라 LG유플러스 측도 이들에게 명예훼손 금지 가처분신청도 함께 냈다. LG유플러스가 낸 가처분신청은 ‘집에서 30미터 이내에 2명 이상이 접근해선 안 되고 직접 사용자가 아닌 LG, LG유플러스, 구본무 회장을 포함한 구호를 외치지 못하게 해달라. 위반할 때마다 100만원씩 지급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구 회장의 자택 고용인들과 LG유플러스의 가처분신청에 대해 희망연대노조는 “을(乙)을 이용해 또 다른 을(乙)을 압박하는 사례”라면서 지난 2013년에도 이번 가처분신청과 비슷한 소송이 있었고 이는 곧 ‘대리 소송’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3년에도 구 회장 자택 근처에서 집회를 열던 LG전자 하청업체를 상대로 가사도우미, 운전기사, 시설관리인이 등장하고 있으며 채권자도 3명이나 겹친다”며 “구 회장이 이들의 명의를 자신의 소송에 상습적으로 이용해온 것이 아닐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LG유플러스는 희망연대노조원들이 LG, 구본무라는 단어를 언급할 때마다 100만원씩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전면 파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조합원들의 월급은 사측의 일감 빼앗기로 반 토막이 나서 100만원가량 받거나 그마저도 못 받을 때가 있었다”며 “우리가 우리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원청의 책임을 한 번 묻기 위해서 우리의 한 달 월급을 쓸 각오를 해야만 하는 누가 봐도 과도한 제한이다”라고 꼬집었다.
 
또 “채권자들이 중점으로 요구하는 것은 구 회장에 대한 비방을 금지시켜달라는 것인데, 이를 봤을 때 실질적 채권자는 구 회장이고 또 구 회장을 향한 비판을 막으려는 소송임이 명백하다”며 “LG그룹과 구 회장의 슈퍼 갑질은 사회적 지탄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LG그룹 “구 회장의 대리 소송 절대 아냐”
 
자택 고용인 등이 구 회장을 대신해 대리 소송을 하고 있다는 희망연대노조의 주장에 대해 LG그룹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회장님이 자택에 계시는 시간은 별로 길지 않다”면서 대리 소송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자택에서 일하는 분들은 하루 종일 그곳에서 머물고 있고, 본인들이 하는 업무에 심하게 방해를 받기 때문에 그분들이 소송을 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세 올려주거나, 건물에서 매장 빼거나’
구본호 부사장 대리인, 세입자 협박
 
범한판토스 구본호 부사장을 두고도 간접 갑질을 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지난달 22일 <SBS뉴스>는 구 부사장이 소유한 건물 관리인 A씨가 해당 건물 1층에서 철물점을 운영하고 있는 B씨에게 지속적으로 협박과 위협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이러한 압박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12년 건물의 소유주가 구 부사장으로 바뀌면서부터였다.
 
구 부사장으로 건물주가 바뀐 이후부터 건물 관리인 A씨가 기존 세입자들에게 세를 올려 받기 위해 압박을 가하거나 혹은 세입자들을 건물에서 쫓아내기 위해 협박하고 영업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자 지하 1층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세입자는 견디지 못하고 건물에서 나갔지만, 1층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B씨는 계약 기간이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버틸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B씨에게 구 부사장은 같은 해 10월, 명도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B씨의 손을 들어주었고 그 뒤로 구 부사장의 대리인인 A씨의 횡포는 더욱 심해졌다.
 
사실 구 부사장이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하더라도 상가임대차보호법상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세입자들을 건물주가 강제로 나가게 할 수는 없는 상황.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관련된 법을 구 부사장이 몰랐을 리가 없기 때문에 B씨를 압박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아니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구 부사장은 지난 2010년 투자를 미끼로 10억원이 넘는 돈과 외제차 등을 받아갔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지난달 말 사기 및 횡령 혐의로 피소됐다. 지난 2011년에는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하는 과정을 조작해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게다가 구 부사장은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다는 논란에도 휩싸이기도 했다. 최근 그는 주식 양도세 20억원을 낼 수 없다며 조세심판 청구소송을 냈고, 승소하면서 ‘검은머리 외국인’에 의한 국부 유출이라는 비난이 이어지며 재벌가의 ‘논란의 아이콘’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범한판토스 “대리인이 월권 행사… 도의적 책임 통감”
 
구 부사장의 간접 갑질 논란에 대해 범한판토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구 부사장이 건물주는 맞지만, 업무 등의 이유로 미국에 있을 때가 많기 때문에 A씨에게 건물 관리를 맡긴 것으로 안다”며 “A씨가 월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앞으로 건물 관리만 할 뿐 그렇게 세입자들을 압박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구 부사장이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하고 정신적, 물질적인 보상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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