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며칠 만에 ‘최저임금 인상’ 발언 바뀐 이유는?

최경환, 최저임금 인상 언급...불과 며칠 만에
디플레이션 우려에 결국 초이노믹스 급선회

내년 총선 고려한 고심에 찬 결단인 듯
재계의 반발 만만찮아...노동계 복잡미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저임금을 인상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것도 7%나... 7% 최저임금 인상은 신자유주의 정부에서는 파격적인 임금 인상이라고 할 수 있다. 내수 진작을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그런데 최 부총리는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최저임금은 충분히 인상됐다면서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런 최 부총리가 며칠 만에 확 바뀐 것이다. 왜 바뀐 것일까.<편집자주>

   
▲ 최경환 경제부총리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홍의락 의원의 질의순서에서 최 부총리가 최저임금에 대해 설명했다. 홍 의원이 묻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최 부총리는 “취약계층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쓰고 있다”며 “최저임금은 지난 정부에서 연 평균 5% 올린 것을 7% 올렸고, 올해도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 물가 상승률은 1.3%에 불과하지만 공공부문 임금은 3.8%라는 높은 인상율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낮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충분히 최저임금을 인상시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최저임금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것도 문재인 당 대표가. 최저임금이 전체 노동자 평균 임금의 50% 이상이 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가 최저임금을 매년 충분히 인상시키고 있다면서 반대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최저임금 갑자기 왜?

그런데 며칠 만에 최 부총리의 입장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의 수요정책포럼 강연에서 처음으로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속 경기침체) 가능성을 인정했다. 최 부총리는 디플레이션 가능성 때문에 큰 걱정이라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를 지속하다가 최근 0%대로 떨어졌다면서 2월 담뱃값 인상 효과를 제외하면 마이너스가 됐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최 부총리는 디플레이션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디스인플레이션(낮은 물가상승률 지속)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던 최 부총리가 디플레이션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난 후 최저임금 인상을 주문했다. 최 부총리는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발생하지 않고서는 내수가 살아나기는 힘들다면서 지난 2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률을 연평균 7%대로 올려왔고, 2015년에도 최저임금을 빠르게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주장했다. 즉, 7% 이상의 최저임금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은 세계적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일본의 아베총리도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이다. 정치권은 일단 환영의 모습을 보였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 부총리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함은 양극화를 해소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저임금 근로자 비중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환영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지금은 최저임금 인상과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며 “최경환 부총리의 한국경제 현실인식에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 역시 “최 부총리의 발언은 서민의 소득을 늘리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으로 가야한다는 우리 당의 인식과 함께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경환 부총리의 발언은 재계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올해 임금인상률을 1.6% 안의 범위에서 조정할 것을 회원사에 권고했다. 경총은 올해 임금을 국민경제생산성을 고려, 1.6% 안팎으로 조정한 것이다. 또한 1.6%에는 통상임금 확대·60세 정년의무화 등 노동시장 제도변화로 인한 임금상승분이 포함되므로, 최종 임금조정률은 이를 고려해 결정하라고 주문했다. 경총은 “제도변화에 따른 임금인상분이 1.6%를 초과하는 기업은 임금을 동결할 것을 권고한다”며 “과도한 임금 상승은 해당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할 뿐만 아니라 일자리 축소로 이어져 근로자 삶의 질을 저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기업·정규직 근로자와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 간 임금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임금 수준이 높은 대기업은 물론 성과가 좋은 기업도 임금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고 그 재원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는 동시에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 달라고 회원사들에 요청했다.

최경환의 고민은

이처럼 경총은 최저임금 가이드라인을 1.6%로 제시했다. 이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는 다른 입장이다. 때문에 재계와 최 부총리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동안 최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충분히 인상했다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런데 며칠 만에 갑자기 최저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것도 인상 폭도 획기적이다. 그간 최경환 부총리의 계획은 거의 언제나 ‘부동산 경기부양’이 핵심이었다. 그런데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면서 새로운 경기부양책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수요가 촉진되고 이로 인해 물가가 상승하게 되면 그로 인해 공급이 늘어나는 선순환 형태의 경기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만큼 디플레이션이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가상승률이 현저히 낮다. 즉, 물건 구매 의욕이 상당히 떨어진 것이다. 물가상승률이 낮다는 것은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한정될 경우 물가는 상승한다. 하지만 한정된 공급에서 수요가 부진할 경우 물가는 상승하지 못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디플레이션이다. 시장에 디플레이션은 시장에 돈이 돌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에 돈이 돌지 않는다는 것은 소비자의 지갑이 얼어붙었다는 얘기다. 소비자가 지갑을 열어야 하는데 지갑을 열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과도한 양극화와 더불어 비정규직 문제 때문이다. 소위 ‘열정페이’라는 명분으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생활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삼포세대’를 넘어 ‘오포세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제적으로 핍박받고 있는 시대이다. 이런 시대에서 지갑을 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지갑이 일단 두둑해야 하는데 월급은 쥐꼬리도 못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복지 역시 OECD에서 꼴찌에 해당한다. 더욱이 청년의 일자리는 거의 없다. 때문에 소비는 얼어붙게 되고, 이로 인해 내수가 얼어붙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경제학자들 중에는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임금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재계의 입장만 대변해 오면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런데 최경환 부총리가 며칠 만에 완전히 바꾼 것이다. 그것은 경기지표가 그만큼 좋지 않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상황이라면 최저임금을 현실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인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 부총리가 최저임금의 현실화를 언급한 또 다른 이유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이다. 초이노믹스는 단기부양책이다. 즉, 시장에 돈이 풀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경기 부양이 일어나고, 그것을 바탕으로 부동산 경기 활성화가 일어나면 초이노믹스는 완성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맥락으로 봤을 때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는 부동산 구입을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수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과연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은행에 최저금리를 적용할 것을 종용했다. 그리고 은행은 초최저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출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동산 구입을 위해서는 대출을 해야 하는데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수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입이 어느 정도 있어야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그것이 부동산 구입으로 이어지고, 그래야만 초이노믹스가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어찌해야 하나

또한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국민적 시선을 돌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현재 550조 원이라는 사내유보금이 쌓인 상황이다. 대기업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안이 있다. 야당은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은 법인세 인상은 절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 상황에서 일단 사내유보금을 어떤 식으로든 국민에게 돌려줘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한 최선의 방법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생각해낸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사내유보금을 사회로 환원시키는 작업을 하겠다는 의중으로 해석된다.

최저임금 인상을 생각한 또 다른 이유는 내년 총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정부 들어서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박근혜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60% 이상이 넘은 상황이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이러다가 내년 총선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상당수 나오고 있다. 벌써부터 대선 패배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단 성난 민심을 달래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극화 해소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을 언급한 것으로 보여진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성난 민심을 일단 달래보겠다는 것이다.

또한 이완구 국무총리 역시 최저임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때문에 최경환 부총리 입장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사실 며칠 만에 갑자기 최저임금 인상을 꺼내든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완구 국무총리와의 조율이 있었지 않았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6일 국회 대정부질문 당시 최경환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 이완구 총리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총리와 부총리가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어 며칠 사이에 의견 조율이 있었지 않았냐는 것이다.

어쨌든 최저임금 인상은 정부에 이어 정치권까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최저임금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재계의 반발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결국 사내유보금 문제 때문에 불거진 것이라면서 사내유보금이 550조 원이라는 것은 오해라고 해명했다. 사내유보금이라고 하면 보통 현금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유동성이 약한 부동산 등으로 돼있기 때문에 당장 현금화 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현금 역시 만약의 사태를 위해 준비한 것이지 기업이 일부러 쌓아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사내유보금을 갖고 최저임금을 인상시키는 방안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최저임금의 갑작스런 인상은 내수진작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자영업자를 몰락시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자영업자의 입장에서 최저임금의 갑작스런 인상은 가게를 운영하는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저임금이 갑작스럽게 인상하게 되면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자영업자 상당수가 생계형 자영업자이라는 것. 그 자영업에 온가족의 목숨이 왔다갔다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영업이 문을 닫게 되면 그 가족이 전부 길거리에 나앉게 된다. 때문에 최저임금의 갑작스런 인상은 우리나라 경제를 폭삭 주저앉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는 현재 자영업이 제대로 운영이 되지 못하는 것은 과도한 임대료와 권리금 때문이며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본사의 과도한 갑질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수요 역시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비자의 지갑이 얇아졌기 때문에 소비를 가급적 줄이고 이로 인해 자영업자만 고통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소비자의 지갑을 두둑하게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해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이제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들어갈 것이다. 다만 재계와의 대립이 불가피해 보인다. 재계는 우리나라 경제가 무너진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를 할 것이다. 특히 자영업자의 한숨소리는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여론은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여기에 노동계까지 개입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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