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형 칼럼니스트
▸팟캐스트 <이이제이> 진행자
▸저서 <와주테이의 박쥐들> <김대중vs김영삼> <왕의 서재>등 다수

【투데이신문 이동형 칼럼니스트】2012년, 경상남도 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한 홍준표 후보는 TV토론에서 “무상급식이 국민의 뜻이라면 그대로 실행하겠다.”는 공약을 했다. 선관위 주최 토론에서도 “무상급식에 반대하지 않는다. 전면 확대는 김두관 전 지사와 고영진 도 교육감이 합의한 사항이므로 해야 한다.”고 무상급식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선거 하루 전날인 12월 18일 기자회견에서도 “무상급식과 노인 틀니 사업 같은 복지예산이 삭감되는 일이 없도록 재정건전화 특별대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당선되고 나서 취임사에서도 같은 발언을 했다. 이랬던 홍준표 지사가 갑자기 180도로 자신의 입장을 바꾸고 ‘무상급식 전면중단’을 외친다. 왜, 그는 짧은 시간에 이렇게 자신의 입장을 바꾼 걸까? 그가 올 초 신년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을 살펴보자.

홍 지사는 기자들 앞에서 “도정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만큼 천천히 대권준비를 하겠다. 우호세력을 결집해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대권도전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홍준표가 애들 밥그릇을 걷어 찬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거론되고 있는 잠룡가운데 지지도가 가장 낮은 측에 속하는 홍 지사가 ‘우호세력 결집’이라는 명분으로 튀어보고자 하는 얕은 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홍 지사가 “대권욕심에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했을 것이다.”라는 예측은 그가 차기 대권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와의 만남자리는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경상남도의 박종훈 교육감의 만남 제안은 거절한데에서도 드러난다. 박 교육감하고의 만남 보다는 문재인 대표를 만나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도 받고 자신의 몸값도 올릴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늘이 낸 다고 하는 대통령 자리가 이런 꼼수에 의지하는 정치인에게 까지 자리를 내어 줄 일이 없다는 것을 홍 지사는 알아야 할 것이다. 이는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리얼미터가 지난 9일 발표한 월간 정례조사 결과에도 확연히 드러나는 사실이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잘못한다”는 부정평가를 48%나 받아 시도지사 중 가장 부정평가가 높았으며 긍정평가보다 부정평가가 높은 유일한 시도지사가 되었다. 압도적 몰표를 안겨 준 경남의 유권자들마저 홍 지사의 행보에 찬성하지 않는데, 애들 밥그릇 뺏어 그것을 발판으로 언감생심 대권을 꿈꾸다니, 꿈도 참 야무지다.

복지에 선별적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는 그 뻔뻔함이 기막힐 따름이다. 선별적으로 하면 그것이 복지인가? 시혜인가? 혜택인가? 적선인가? 복지의 기본 개념도 모르는 사람이 300만 명이 넘는 인구를 가지고 있는 경남의 수장이라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교육이 의무교육으로 무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여기에 대고는 왜, 선별적 복지 운운하지 않는가? 65세가 넘으면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왜 “부자 노인들은 무료로 못 타게 하자”고 말 하지 못하는가? 군인들에게는 왜 공짜로 밥을 먹이나? 복지는 인권이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끔 하는 것이 복지의 기본인데, 지금 홍준표 지사가 하고자 하는 일은 부자아이와 가난한 아이를 편 가르기 해서 어릴 때부터 마음의 상처를 주고 인성을 파괴시켜 아이들의 미래를 피폐하게끔 만드는 행동이다. 애들 밥 줄 돈이 없어서 무상급식을 못한다면 홍 지사가 세금으로 쓰고 있는 업무추진비 등 쓸데없는 예산을 줄이면 된다. 홍 지사 본인은 국민세금으로 밥 사먹고 애들 밥은 돈이 없어 못 준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아무리 대권에 대한 욕망이 강력하다고 해도 이런 치졸한 방법으로 자신의 몸값을 높이려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정치 지도자가 가지고 있어야 할 최소한의 덕목인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되지도 않는 몽니는 그만 부리고 국민 한사람, 한사람을 생각하는 참 정치인으로 다시 태어나길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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