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그동안 판례 토대로 처리할 것”

   
 
동부화재, 보험 가입할 땐 ‘폭 넓게 된다’면서…
보험 약관에 없는 ‘50% 이상 혈관 협착’ 주장해
민원 차단하려고 보상 결과 통보 전에 소송 제기?
 
【투데이신문 김두희 기자】최근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받으려는 가입자를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보험사의 경우 소송에서 지더라도 별다른 피해가 없을뿐더러 승소할 경우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가입자에게 ‘일상적으로’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금융소비자연맹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501건에 불과했던 손해보험사의 소송제기 건수는 지난해 3/4분기까지 637건으로 27% 증가했으며, 4/4분기까지 합치면 연간 70%가량 늘어났다. 이처럼 손해보험사의 소송제기가 나날이 늘어나는 가운데 지난해 소송제기가 가장 많았던 곳은 동부화재로, 가입자에게 132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2014년 3/4분기 기준)
 
동부화재가 손해보험사 중 소송 제기 1위라는 오명을 쓴 와중에 ‘동부화재가 약관을 제멋대로 해석하고 있고 이에 대한 민원 제기도 못하게 소송을 제기했다’는 가입자의 주장이 나오면서 다시 한 번 논란이 되고 있다.
   
▲ 동부화재의 허혈성심질환 관련 약관 내용
“동부화재, 약관대로 합시다”
 
지난 2006년 동부화재 무배당 컨버전스보험에 가입한 A씨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동부화재가 보험약관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지난 1월 12일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비후성심근증과 관상동맥 폐쇄성질환 최종 진단을 받은 A씨는 본인이 가입한 보험들을 확인하다 동부화재에서 가입한 무배당 컨버전스보험에서 ‘허혈성심질환’을 보장해준다는 것을 확인했다.
 
동부화재 약관에는 ‘최초로 허혈성심질환으로 진단 확정된 경우에 이 약관에 따라 보상해드린다’고 적혀있었으며, A씨는 동부화재 상담센터에 문의하기 위해 이날 전화를 걸었다. 상담직원은 ‘약관에 해당되는 것 같다. 이왕 전화했으니 접수하라’며 보상팀을 연결해줬고 A씨는 바로 동부화재에 병원치료비와 허혈성심질환에 대한 진단금을 청구했다.
 
며칠 후 15일, A씨에게 동부화재 직원 B씨가 방문해 A씨는 확인서와 진료 기록 열람을 비롯한 각종 개인정보 수집 이용 제공 동의서 등을 작성했다. 
 
   
▲ A씨의 허혈성심질환(관상동맥 폐쇄성 질환) 진단서
그리고 같은 달 19일 B씨는 A씨에게 전화해 ‘병원 진료기록과 소견서 등이 객관적으로 작성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동부화재 측) 자문의에게 의뢰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A씨는 B씨에게 ‘신촌 세브란스 병원이면 우리나라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대학병원 아니냐. 신뢰도에 있어서 객관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일축하자 B씨는 ‘자료를 검토해보고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다.
 
그로부터 2주가량이 지난 후 B씨는 A씨에게 ‘의사와 이야기할 때 환자가 입회해야한다’고 해 A씨는 B씨와 또 다른 동부화재 직원 C씨 그리고 세브란스 의사와 함께 지난 2월 4일 면담을 실시했다. 이때 B씨가 의사 소견서를 받아가면서 A씨에게 ‘혈관이 50% 이상 협착이 돼야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데, 지금 협착이 50% 이상 되지 않은 경도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하면서 ‘회사의 최종적인 입장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부터 일주일이 지나도 동부화재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한 A씨는 동부화재에 보험금을 지급해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 증명을 같은 달 12일 보냈고, 23일 C씨는 A씨에게 전화를 걸어 ‘혈관이 50% 이상 협착되지 않아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최종 통보했다. 이에 A씨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답했고 이날 바로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었다.
 
A씨는 “약관을 아무리 뒤져봐도 혈관이 50% 이상 협착되어야 한다거나 경도가 아닌 고도 수준으로 아파야 한다는 내용이 없다”며 동부화재에서 보험금을 주지 않으려 자의적으로 약관을 해석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금융감독원에서 민원을 제기하면 결론이 나기까지 2~3개월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며칠 지나지 않은 지난 6일 처리가 완료됐다고 문자가 왔다”며 “일이 너무 빨리 끝난 것이 이상했다”고 말했다.
 
민원 차단 위해 결과 통보 전에 소송 제기?
 
민원을 처리하기 위해 2~3개월 걸린다고 했는데 고작 11일 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처리 완료’라는 연락이 온 것이다. A씨는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동부화재에서 A씨에게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A씨에게 ‘동부화재에서 2월 12일 법원에 소송을 진행했기 때문에 민원처리를 할 수 없다’고 전했다.
 
   
▲ 금융감독원에서 A씨에게 전달한 답변
동부화재가 A씨에게 소송을 제기한 2월 12일은 A씨가 동부화재에 보험금을 지급해달라고 내용증명을 발송한 날이다. 그로부터 11일 후에서야 동부화재에서는 A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결과를 통보했다.
 
간단하게 말해 A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결과를 통보하기도 전에 먼저 소송을 제기해둔 것이다. 보험사와 가입자 사이에 소송이 진행되면 가입자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한다고 하더라도 금융감독원에서 해당 사안을 해결해줄 수가 없다.
 
또한 민원 건수가 많은 보험사는 금융감독원 등 당국의 규제를 많이 받게 된다. 그러나 가입자에게서 민원이 제기되기 전에 소송 등을 걸면 민원 제기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민원 건수 관리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황당한 결과를 받아든 A씨는 “‘최초 진단 확정이 되면 보상해준다’는 약관대로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아무리 찾아봐도 ‘50% 이상 협착이 돼야 한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며 “만약 내가 나중에라도 50% 이상 혈관이 협착된 진단을 받아 제출하면 ‘최초’ 진단이 아니라면서 보상금을 안 줄 것이 뻔하다”라며 동부화재에서 제멋대로 약관을 해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다른 회사 상품은 협심증과 급성심근경색, 혹은 급성심근경색만 보장한다. 그러나 동부화재는 허혈성심질환을 보장한다고 했으니 처음부터 타 상품과 달리 폭 넓은 보장을 하겠다면서 가입자를 모집한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A씨는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면 가입자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고, 여기서 나온 결과를 승복할 수 없을 때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일반적인 단계 아닌가”라며 “동부화재는 처음부터 보험금을 주지 않으려 소송을 걸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동부화재에서 자의적으로 약관을 해석해 가입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 동부화재에서 A씨에게 제기한 소송
동부화재 “법적인 결과대로 할 것”
 
이러한 A씨의 주장에 대해 동부화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문의사 등에게 확인해보니 (허혈성심질환이)경증으로 나와 보상팀 쪽에서 소송을 건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동안의 판례를 토대로 법적인 결과대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입자에게 최종 통보를 하기 전부터 민원 제기를 막기 위해 소송을 건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관계자는 “보상팀에서 실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진단서 발급된 것을 보고 내부적으로 심사 등을 자체적으로 다시 한 번 진행하고 있다”면서 다소 질문과는 동떨어진 답변을 내놓았다.
 
동부화재가 손해보험사 중 소송 제기 1위에 올랐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번 건과 비슷한 건도 있지만 다른 내용으로 소송을 하고 있는 것이 많다”고 답변했다.
 
한편, 최근 이러한 손해보험사 등의 가입자를 상대로 한 소송 남발에 대해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보험사에게 주는 페널티를 강화해야 한다. 보험사가 패소했을 경우, 가입자에게 보상을 더 늘리는 등의 페널티를 줘야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또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민원 조정을 거치도록 하고, 금융감독원에 민원이 들어가면 소송을 못하게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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