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잡지협회 김기원 신임회장

   
▲ 김기원 회장 ⓒ 투데이신문 임이랑 기자 

잡지산업, 디지털화 급속도로 진행 중
잡지업계에서 14년 동안 일해… 준비된 회장 
회원사에 실질적 도움주는 정책 펼칠 것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종이잡지를 잡는 사람들의 손길이 점차 줄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잡지의 디지털화도 빠르게 진행되는 요즘이다. 종이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잡지를 보는 게 더욱 친숙한 세대가 된 것이다. 이에 신문, 잡지 등 인쇄매체는 발행부수와 광고수익 감소로 생존 위기를 겪고 있다. 오죽하면 호주의 미래학자 로스 도슨도 ‘한국의 종이신문은 2026년이면 사라질 것이다’라고 예견했을까. 인쇄매체의 위기는 잡지 역시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백년이 넘은 역사를 꽃피우며 발간 수만 6천여 종에 이르는 잡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잡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는 곳이 (사)한국잡지협회다.

이런 잡지협회에서 최근 신임 회장이 선출됐다. 그는 바로 <월간배드민턴>의 발행인 김기원(59)회장이다.

지난 1962년 10월에 창립된 잡지협회는 잡지산업의 발전과 잡지인의 권익신장을 위해 노력해왔다. 뿐만 아니라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디지털매거진 플랫폼 구축사업인 ‘U-매거진’과 ‘K-매거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외에도 지상파 방송사의 전체 광고시간 총량을 규제한 ‘광고총량제’를 반대하는 등 잡지산업 관련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김 회장은 (주)스포츠피플 대표이사 겸 스포츠전문잡지 <월간 배드민턴>의 발행인과 편집인을 맡고 있다. 이 외에도 <배드민턴데일리>, <테니스 피플> 등을 발행하고 있다. 아울러 그는 지난 2003년부터 잡지협회 이사를 시작해 수석부회장, 인사위원회 위원장 등을 거친 그야말로 ‘준비된 회장’이었다.  

마냥 선하고 부드러울 것 같았던 김 회장. 그러나 인터뷰 내내 공약과 잡지산업에 대한 얘기만 나오면 화끈하고 냉철한 모습으로 돌변(?)했다. 때때로 인터뷰 중에서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실무자에게 적극적으로 묻는 성실한 그의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투데이신문>은 지난 13일 회장 취임 한 달째를 맞이한 김 회장을 만났다. 14년간 잡지만을 바라보며 올곧게 살아온 그의 인생과 잡지산업의 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김기원 회장 (사진제공= 한국잡지협회)

◆ 잡지산업, 여러 현안으로 힘든 상황… “회장으로서 책임감 느껴” 

- 한국잡지협회 제42대 회장 당선을 축하드린다. 지금껏 협회에서 14년간 이사, 부회장 등을 역임하다가 회장으로 선출돼 기분이 남다르실 것 같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감사하다(웃음). 회장으로 당선된 것이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잡지계가 여러 가지로 어려운 현안들이 있어 어깨가 무겁기도 하다. 요즘 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매체가 발달해 인쇄매체가 많이 힘들지만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해보려 한다”

- 현 잡지계의 상황이 어느 정도로 어려운지 궁금하다.

“최근 잡지가 디지털화되면서 인쇄매체들의 설 자리가 예전만 못하다. 우리 회원사들을 보면 실제적인 발행부수, 전체적인 매출의 감소가 이뤄지고 있다. 또 종합편성채널, 인터넷 등의 분야와 광고를 나눠야 하는 등 어려움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회원사들이 금전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협회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 어떤 공약을 내세웠는지 간단한 설명 부탁드린다.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단 제주도에 제2 잡지박물관 유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잡지협회 선정하는 ‘우수콘텐츠잡지 제도’ 신설과 잡지금고 이자율을 연 3%에서 2%로 인하하는 등 다양한 공약이 있다. 중요한 것은 형식적인 전시행정을 과감하게 철폐하고 협회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정책을 실현하는 일이다”

◆ 우수잡지제도 통해 회원사 수혜 늘릴 것 

- 회장님이 제안한 핵심 공약을 살펴 보면 협회가 선정하는 <우수잡지제도>를 신설해 우수콘텐츠잡지에서 제외된 잡지사도 지원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나와있다. 이런 공약을 제안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잡지협회 회원사들은 인쇄매체의 매출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해마다 <우수콘텐츠>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올해에는 약 321종의 잡지사가 신청했으며 최종 심사를 거쳐 올해 2월, 100종이 우수콘텐츠로 선정됐다. 우수콘텐츠 100종에 뽑히면 정부에서 우수콘텐츠에 선정된 잡지를 구매하고 해당 잡지를 소외된 지역, 관련된 단체 등에 준다. 참고로 1월에 심사와 선정 작업을 거친 뒤 2월부터 12월까지 11개월 동안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협회 차원에서 우수잡지제도를 신설하려는 이유는 지원 종수를 늘리는 등 회원사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 제도로 회원들이 좀 더 좋은 콘텐츠와 좋은 잡지를 만드는 것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우수콘텐츠제도를 통해 우리 협회에서는 321개 잡지사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그런데 아쉽게도 100종밖에 선정을 못했다. 계산해보면 결론적으로 탈락한 잡지사가 200여개 이상 된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협회가 따로 우수콘텐츠 제도를 마련해 (탈락한) 이들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일정 지원금을 따로 주고 싶었다. 물론 올해 예산편성은 지난 회장이 진행해 별도의 예산이 없기에 이를 당장 실행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예산을 마련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 우수콘텐츠 100종에 선정이 되면 어떤 혜택이 돌아가나.

“심사비용 등을 빼면 한 회원사에 대략 한 달 기준, 100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 돌아간다. 올해도 그 정도 수준이 될 것이라 본다. 상당히 큰 금액이 아닌가. 앞서 얘기했지만 올해 100종을 뽑았지만 만약 그 수가 150여종으로 늘게 되면 탈락자가 50%밖에 안 되지 않나. 더 많은 회원사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

- ‘전시정책은 지양하고 회원사에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정책을 실시하겠다’는 회장 당선소감이 참 인상 깊었다. 여기서 말씀하신 ‘실질적인 혜택’이란 무엇인가.

“잡지협회에서는 매해 11월 1일 잡지의 날을 맞아 10월 말에서 11월 1일 사이, 광화문에서 <매거진 페스티벌> 행사를 개최한다. 이 행사에 들어가는 예산이 1년에 1억 정도가 된다. 물론 협찬 이런 것 때문에 절반 정도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전국민을 상대로 잡지를 홍보하는 것도 좋지만 협회 회원들에게 실질적으로 ‘우수콘텐츠 지원’과 같은 혜택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회원들한테 한 달에 몇십만원이라도 지원해주는 것 등이 실질적인 혜택이 아닐까 싶다”

- 제주도나 제주관광공사와 MOU를 체결해 제2잡지박물관을 제주도에 유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일각에서는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는데.

“회장에 당선되자마자 제주도 쪽 사람과 접촉해봤다. 이 부분은 제주도 관광공사하고 MOU를 해서 풀어야 할 문제인 듯하다. 예산은 대략적으로 200억~300억원이 되리라 본다. 이 사업은 우리가 자금을 지원하기는 어렵고 제주도에서 여러 가지 박물관을 하고 있으니 이를 정책적으로 실시해줬으면 한다. 요즘 제주도에 야간 전시문화가 발달돼 있는데 이런 추세에 맞춰 제주도 측과 잘 협의해 박물관 건립을 추진해보고 싶다. 물론 내 임기 2년 안에 당장 실현하기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청사진을 그리면서 의지를 갖고 도전해볼 생각이다. 절대로 실현 불가능한 공약은 아니라고 본다. 열심히 해보겠다”

- 잡지박물관을 제주도에 유치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좀 더 자세히 듣고 싶다.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할 수 있지만 제주도는 관광의 특수성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도가 적합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것이다. 또한 최근 제주도에 있는 여러 박물관들이 야간 개장을 하고 있으니 그것도 장점이 될 듯하다. 거리면에서 접근이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다른 도에 유치하는 것보다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본다. ‘죽어도 제주도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하는 건 아니지만(웃음).”

- 발행인들을 위한 잡지금고 이자율을 현행 연 3%에서 2%대로 대폭 인하하겠다는 공약을 펼치기도 했는데 ‘잡지금고’가 어떤 제도인지 설명 부탁드린다.

“잡지금고는 협회 회원들을 위한 대출제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얻어 42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만든 제도다. 잡지금고 제도의 본래 목적은 잡지제작비 지원을 위한 것이다. 잡지협회에서는 협회 회원들에게 일정한 이자를 받고 빌려주며 한 회원사가 신청할 수 있는 금액은 최대 1억원이다”

- 이자율 인하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현 금리가 작년 10월 기준으로 연리 3.6%에서 3%로 내린 것을 보면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한국은행 기준 금리가 2%로 점점 내려가고 있다. 잡지금고는 회원들에게 혜택을 주겠다며 만든 제도인데 이자율이 은행하고 별 차이가 없으면 어떻겠나. 이 때문에 이자율을 2%대로 내리겠다고 한 것인데 당장 실현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협회 운영비 중에서 이자수익도 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당장 다음달부터 2%로 내리면 협회 예산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부분도 임기 2년 동안 한 해에 전부 1%를 내리는 게 아니라 2년에 걸쳐 0.5%씩 내린다든지 해서 공약을 이행하려고 한다”

- 정부로부터 433억원을 지원받게 되는 잡지산업진흥 5개년 계획이 3년 간 제대로 실천되지 않았다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정부는 2011년경에 정부가 ‘잡지진흥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잡지산업에 5년간 433억원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433억원을 5년으로 나누면 1년에 80억원에서 90억원 사이가 된다. 하지만 우리가 1년에 받는 금액은 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누락된 부분에 대한 데이터를 뽑아 계산을 다시 하려고 한다. 2012년도에는 총 433억원 중에서 문화체육관광부나 언론진흥재단에서 얼마를 지원했는지 그 금액을 세부적으로 다 살펴 봤는데 지난 3년 동안 433억원 중 실질적으로 지원을 받은 것이 100억원이었다. 앞으로 2년 남았는데 그 안에 나머지 부분을 지원해달라는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겠나. 앞서 이런 부분이 간과돼 정확한 수치나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것 같다. 그동안 받은 금액, 앞으로 지원돼야 할 부분 등을 잘 따져보고자 한다. 이는 정부가 약속한 대로 실행해달라는 촉구이자 의지의 표현이다”

◆ 잡지협회 회원들 만나면서 공약 생각… 평소 메모 생활화 

- 당선 공약이 다양하면서도 구체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약을 내걸기 전에 어떤 부분을 중점으로 생각했으며 준비는 어떻게 했는지 알고 싶다.

“협회의 임원 경력이 12년 정도 돼 준비된 회장이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웃음). 부회장을 해오면서 잡지협회를 이끌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했다. 부회장이 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다. 부회장을 하면서 실천하지 못하고 반영하지 못했던 공약에 대해 내 나름대로 데이터베이스화 했다. 그리고 나는 항상 우리 협회 회원들과 만나면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휴대전화를 꺼내 메모장 기능에다가 글을 써놓기도 하고 누워있다가도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벌떡 일어나 메모를 했다. 협회 일을 하면서 우리 회원들에게 실질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한 내용을 토대로 공약을 냈다. 내가 낸 공약은 앞으로 내가 협회를 위해 일할 기회가 생기면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다.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공약 준비를 더 철저히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잡지협회는 디지털환경이 변함에 따라 U-매거진(모바일)과 K-매거진(인터넷)을 통해 모바일과 인터넷 환경에 발맞추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이 사업의 진행 방향이 궁금하다. 

“우리나라에서 매거진을 디지털화해서 운영하고 있는 메이저급 잡지사들이 있다. 헌데 그들도 시행한 지 3~4년 정도 됐는데 투자한 것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디지털매거진을 볼 때 500원, 1000원을 지불하는 것에 굉장히 인색하다. 우리나라에서 디지털화된 매거진을 유료화하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종이잡지에서 발생하는 매출 감소와 적자를 디지털 매거진으로 메우기 위해 U-매거진 사업이나 K-매거진 사업을 지난 2013년경 시작했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의 디지털이나 인터넷 시장 특성을 볼 때 유료화로 수익을 내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디지털매거진 개발을 개별 잡지사에 맡기는 것은 비용적인 측면에서 무리가 있다. U-매거진과 K-매거진 사업의 효과가 금방 나오긴 어렵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디지털화 작업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고 본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시작한 U매거진과 K매거진이 최근 2년 동안 투자 대비 효과를 내지 못해 아쉽지만 더욱 열심히 뛰어 회원사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게 하고 싶다”

   
  김기원 회장 ⓒ 투데이신문 임이랑 기자

- 최근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 금지에 관한 법률인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과 관련, 잡지협회에서는 유감을 표명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김영란법 통과가 잡지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치리라 보나.

“‘김영란법’의 당초 취지는 공무원 등 공직자들의 금품수수와 부정청탁을 막는 것이었다. 법 적용 대상이 공무원에 준하는 사람들까지 였는데 여야가 협의하는 과정에서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 쪽으로 이어진 것 같다. 우리가 김영란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잡지인들이 부정청탁을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잡지 광고라는 개념이 단순히 어떤 제품을 광고하고 돈을 받는 부분도 있지만 요즘은 직접 광고 보다는 기사형 광고도 있다. 헌데, 이런 부분에 대한 결제가 인정되지 않으면 안 그래도 어려운 광고시장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비공식적이고 비정상적인 것을 옹호하는 건 아니다. 어쨌든 잘못하면 김영란법으로 인해 광고시장이 위축되거나 할 수 있다”

“언론인으로서의 역할을 김영란법이라는 공직자에 대한 청탁 금지에 묶어 놓으면 잡지가 언론으로서의 활동과 잡지 발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정상적인 청탁 금지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즉, 잡지가 가진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이런 법이 통과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우리로서는 잡지가 갖고 있는 특수적인 환경이 법에 반영됐으면 한다. 원래 법을 만든 취지에 맞게 그 범위가 적용됐으면 좋겠다”

◆ 광고총량제 시행될 경우, 잡지광고 급감할 것    

- 잡지협회는 광고총량제 도입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광고총량제가 시행될 경우 잡지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지.

“지금 광고총량제는 현재 프로그램, 토막, 자막광고 등 광고 형태별로 시간을 정해 규제하는 대신 지상파 방송사의 전체 광고시간 총량만 규제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상파로 광고를 몰아주는 셈이 된다. 광고총량제가 시행되면 지상파 방송사가 하루에 광고할 수 있는 ‘시간’의 총량만 지키면 된다. 이렇게 되면 광고주는 본인들이 선호하는 프로그램 골든타임에 맞춰 광고를 넣으려고 할 것이다. 한 조사를 보면 광고총량제를 실시할 경우 지상파 광고를 지금보다 더 많이 하겠다는 광고주가 80%를 넘었다고 한다. 광고주들이 새로운 광고비 확대를 계획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상파에 더 많은 광고를 하겠다는 건 결과적으로 잡지나 신문으로 가는 광고비를 줄여서 그쪽으로 주겠다는 얘기 아닌가. 그럼 잡지 광고가 줄어드는 것이 불보듯 뻔한 일이 된다”

- 한편으로 우리 국민들에게는 어떤 나쁜 영향을 끼칠까.

“예를 들어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의 TV광고가 광고총량제 시행 전에는 20개였다고 가정해보자. 하지만 광고총량제가 시행되면 골든타임을 제외한 시간의 광고까지 끌어다주기 때문에 광고가 20개에서 40개로 늘어난다는 조사가 있다. 즉, 시청자들도 광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나 역시 TV를 보다가 광고가 나오면 다른 프로그램을 보다가 광고 끝날 때쯤 다시 돌린다. 결과적으로 국민들도 광고의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많은 압박을 받게 되리라 본다. 간접광고가 TV를 보다가 불쑥 불쑥 나오면 짜증나지 않겠나. 이는 우리 협회의 입장이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걱정되는 부분이다. 광고 스트레스가 많이 쌓일 것 같아 우려스럽다”

- 그렇다면 우리나라 광고시장이 활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좋아져야 한다. 경기가 활황이 되면 기업에 대한 투자나 이익이 일어나고 그 부분에 대한 광고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체 시장에서 잡지가 감소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인터넷이다. 잡지산업 역시 디지털에 잠식돼 광고가 줄어들고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최근 잡지산업의 광고 수주가 급속히 감소함에 따라 경영 위기에 처해 있는 잡지사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잡지산업의 광고 실태가 궁금하다.

“지금 잡지쪽의 광고가 매년 줄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2014년 신문‧잡지산업 실태조사를 살펴 보면 2011년에서 2013년 총 광고 구성비에서 잡지가 2012년 5.4%, 2013년 4.8%였다. 이처럼 잡지의 총 광고비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 이처럼 광고시장도 점차 줄고 독자도 감소하는 등 종이 잡지가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야 한다고 보나.

“현재 잡지산업이 위기인데 이런 상황을 구해내는 것이야말로 회장의 능력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잡지의 디지털화를 위해 유료 수입을 창출해야 하지 않나 싶다. 국민들도 인터넷에서도 돈을 주고 콘텐츠를 봐야 한다는 인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인터넷이라는 것 자체가 무료라는 개념에서 시작됐기에 유료화하는 작업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우리 스스로가 콘텐츠를 앞으로 지켜야 한다. 내가 재임하는 동안 디지털 쪽에 무료로 공급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 회원들을 잘 설득해 대비책을 마련하고자 한다. 아무 계획도 없이 콘텐츠를 인터넷 등에 무료로 배포하면 우리 발목을 스스로 잡는 꼴이 될 수 있다. 즉, 콘텐츠 무료 배포를 줄여나가지 않고 무료 공급이 만연돼 있으면 콘텐츠 유료화에 어려움이 닥치게 될 것이다. 그게 우리에게 족쇄가 될 수 있다. 이런 부분을 앞으로 계몽해나갈 생각이다. 결과적으로 U-매거진이나 K-매거진도 결국 무료로 공급하는 게 아니고 잡지를 디지털화해서 유료화로 바꾸는 시스템이다. 무료화로 하면 U-매거진이나 K-매거진을 돈 들여서 해놓고 잡지사에 수익이 안 돌아가게 되지 않나. 오프라인에 일어날 수 있는 부족분을 앞으로 디지털 쪽에 채우겠다는 생각이다”

- 회장님에게 있어 ‘잡지’란 어떤 의미인가.

“한 학자는 ‘인류가 의복을 입는 이상 인쇄매체는 계속 존재한다’고 말했다. 물론 잡지는 매체 특성상 속보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잡지의 장점은 ‘심층취재’나 ‘전문성’이다. 일상생활에서 깊이있는 전문지식을 얻는 것은 잡지만한 게 없다. 물론 요새는 워낙 인터넷이 발달돼 있어 인터넷에서도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잡지만이 갖고 있는 특성이 있다. 예를 들어 똑같은 사진이 있다면 인터넷에서 보는 것과 종이재질로 된 잡지를 통해 보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우리가 어떤 풍경을 감상할 때 인터넷 모니터상으로 보는 건 잔상이 빨리 사라지지 않나”

“요즘에는 크리스마스 카드도 모바일로 보내는 세대다. 하지만 직접 펜으로 종이에 써서 보내는 카드가 더 의미있다. 종이잡지는 모바일이나 인터넷이 대신할 수 없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잡지는 앞으로 오래 갈 것이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과 포부 한 말씀 부탁한다.

“회장을 맡는 동안 과도하게 일하기 보다 몇 가지 중요한 사안을 골라 우선순위를 정해 일하고자 한다. 과다하게 벌려 놓으면 처리하는 과정과 마무리 짓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나. 집중과 선택을 갖고 회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일을 하겠다는 게 나의 포부다. 보여주기식보다는 실질적으로 회원들한테 도움되는 정책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겠다”

인터뷰가 끝나자 김 회장은 기자를 향해 “잡지산업에 관심주셔서 감사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야구선수 박찬호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꾸준함’이라고 했다. 이처럼 김 회장은 14년 동안 쉽지 않은 잡지의 길을 우직하고 꾸준히 걸어왔다. 회장으로서의 포부를 묻자 그는 “어렵다고 침체돼 있지 않고 적극적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며 굳은 각오를 다졌다.  

“회원들을 먼저 생각하며 일하겠다”고 외치는 김 회장. 그의 잡지를 향한 애정은 앞으로도 쉬이 꺼지지 않을 것 같다. 인쇄매체의 생존 경쟁이 치열하게 일어나는 ‘밀림의 왕국’에서 ‘밀리는 판국’이 되지 않기 위한 그의 고민도 앞으로 계속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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