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
정준양 포스코 前 회장 등 전·현직 임원 출국금지
기업 혁신하려던 권오준 회장, 계획에 차질 빚나?
 
【투데이신문 김두희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부정부패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뿐만 아니라 이완구 국무총리도 “부패 없는 깨끗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정부의 모든 권한과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면서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렇듯 정부 차원에서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뜻을 표명한 가운데, 포스코건설은 100억원대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의 역풍을 강하게 맞으면서 논란의 한가운데 놓였다.
 
지난 13일 검찰은 인천 송도에 위치한 포스코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또 이번 사건에 연루된 정준양 前 포스코 회장 등을 출국금지시키고 비자금 조성 현황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출국금지를 당한 정 前 회장의 경우 지난 이명박 정권 실세들에 의해 포스코 회장에 임명됐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된 인물로, 포스코건설을 향하는 것처럼 보이는 검찰의 칼날이 사실 이명박 정권을 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권 회장이 그동안 긴축경영, 내실다지기 등을 강조하며 포스코의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영업이익이 회복되고 있었는데 이번 논란으로 인해 포스코에 다시 한 번 위기가 닥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에 들어간 날은 공교롭게도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권 회장이 포스코에 오랫동안 몸담아 왔으며 정 前 회장에게 상당한 신임을 얻어왔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정황을 살펴봤을 때 권 회장도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마냥 자유롭지만은 않다는 이야기까지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는 판국이다.
 
비자금 조성 의혹받는 포스코건설, 압수수색
흥우산업·동양종합건설, 해외 비자금 공모했나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검찰은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 의혹을 받고 있는 포스코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했으며 추가적으로 17일에는 비자금 조성을 공모한 혐의로 포스코건설 하도급 협력업체인 흥우산업과 그 계열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1976년 부산에서 설립된 흥우산업은 포스코건설의 베트남 건설공사 하도급업체로, 포스코그룹에 정준양 前 회장이 자리하고 있을 때 포스코건설의 베트남 공사를 연이어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연이어 수주할 수 있었던 이유가 경쟁이 아닌 수의계약 때문이었다는 것이 포착되면서 포스코건설과 흥우산업이 사전에 공모한 후 베트남 공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를 받게 됐다.
 
검찰은 포스코건설이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베트남 고속도로 공사에 참여한 하도급업체 흥우산업에 지급한 대금을 부풀려 40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 현지법인인 흥우비나와 용하비나를 갖고 있던 흥우산업은 이 공사에 콘크리트와 자재를 납품했다.
 
이 공사에 앞서 흥우산업은 포스코건설의 공사 수주를 계속해왔다. 지난 2001년 포스코건설의 전신인 포스코개발이 진행한 ‘영일만신항 어항시설 축조’ 공사를 수주하면서 두 회사의 인연이 시작됐고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세종시 건설 공사 및 4대강사업에도 참여하면서 포스코건설의 주요 협력업체로 자리했다.
 
사실 원청에서 하도급업체에게 수주를 줄 땐 경쟁입찰을 통해 업체가 정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포스코건설이 흥우산업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흥우산업은 포스코건설과 지난 4년 동안 가장 많은 수의계약을 한 업체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흥우산업은 533억원가량의 포스코건설 국내 하청 공사를 수주했으며 해외 공사에서도 베트남의 노이바이 고속도로 사업을 900억원에 수의계약했다. 이렇게 4년 동안 흥우산업이 포스코건설에서 따낸 사업규모는 대략 1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포스코건설과 흥우산업의 계속된 수의계약은 정 前 회장과 흥우산업 이철승 대표의 특별(?)한 관계를 유추할 수 있게 한다는 뒷말도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가 경북고-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정관계에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이 대표의 매형이 이명박 정부 시절 검찰 고위직을 지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포스코건설과 흥우산업의 관계에 대한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는 것.
 
특히 정 前 회장이 재임하던 시절에 상당한 규모의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을 미뤄볼 때, 포스코건설의 일방적인 일감 몰아주기를 받고 있는 흥우산업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검찰이 압수수색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주시하고 있는 업체는 흥우산업뿐만이 아니다. 
   
▲ 정준양 前 포스코 회장
업계에 따르면, 포항에 위치한 동양종합건설도 수사 명단에 올랐다. 지난 19일 <이투데이>는 동양종합건설도 정 前 회장이 재임하던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포스코건설 등의 인도·인도네시아 법인으로부터 7건의 공사를 수주했다고 보도했다. 7건의 공사비는 총 2억3332만550달러, 우리 돈으로 약 2400억원의 규모다.
 
포스코건설의 해외 현장 레미콘 공사를 대부분 동양종합건설이 수의계약으로 해왔고, 이에 동양종합건설의 해외공사 매출은 지난 2010년 28억원에 불과했지만 2013년에는 176억원으로 6배 이상 올랐다.
 
또 동양종합건설은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사업도 포스코건설과 함께 했다. 앞서 흥우산업도 참여했던 4대강사업에 동양종합건설도 이름을 올린 것. 당시 포스코건설은 낙동강 30공구 대표사였으며 동양종합건설은 낙동강 22·30·33 공구 공사에 들어갔는데, 낙동강 5개 공구 중에서 절반이 넘는 3개 공구에 동양종합건설이 참여하자 특혜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검찰은 이렇게 오랫동안 포스코건설과 동양종합건설이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상황을 토대로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건설 외 타 계열사에서도 비자금 조성 의혹
포스코, 파이시티 특혜 의혹… MB정권 실세 덕분?
 
하도급 업체들만 비자금 조성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16일 <이투데이>에 따르면 지난 2013년 포스코플랜텍을 합병하고 합병법인을 포스코플랜텍이라는 이름으로 바꾼 성진지오텍에서도 위장법인을 통해 해외 수익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성진지오텍은 포스코가 회사를 인수한 직후인 지난 2010년 중순부터 2011년 말까지 미국 위장법인을 통해 50억원가량의 해외 수익을 빼돌렸으며, 이 자금이 흘러간 곳은 일진성진이라는 곳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전정도 성진지오텍 前 사장의 형인 전영도 일진에이테크 회장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으며 일진성진은 일진에이테크의 해외 위장법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실 이미 지난 2012년 포스코의 정도경영실(감사실)에서는 성진지오텍의 비자금 조성 혐의를 포착하고 해당 임원을 보직 해임했으나, 다소 가벼운 징계를 받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찰은 현재 성진지오텍의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에 들어선 복합유통센터인 파이시티와 관련해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본래 이곳은 도시물류 기본계획에 따라 화물터미널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짓는 것이 목표였으나 이명박 前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지난 2006년에 서울시에서 파이시티에 대형마트 및 백화점과 같은 대규모 점포가 들어올 수 있도록 시설변경을 허가했다.
 
이 시설변경의 배경에는 이 前 대통령의 핵심 측근 중 한 명인 박영준 前 지식경제부 차관(당시 서울시 정무국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은 이정배 前 파이시티 대표의 로비로 인해 내려질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후 사업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파이시티 사업권은 정준양 前 회장이 재임하던 포스코에게 넘어갔다.
 
이때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국내의 내로라하는 대형 건설사들이 사업설명회에 참여했는데, 모두 포기하고 포스코건설이 단독으로 사업제안서를 제출, 승인받은 것에 대해 특혜 의혹이 일었던 바 있다. 그리고 박영준 前 차관 등은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받은 돈으로 인해 구속됐다.
 
   
▲ 권오준 포스코 회장
정준양 前 회장 재임 후 포스코 가치 폭락
검찰 수사 칼날, 권오준 회장까지 노리나
 
이러한 부정부패가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정준양 前 회장이 재임할 당시 포스코의 재정상태도 다시 한 번 조명되고 있다.
 
지난 2009년 2월 27일 정 前 회장이 대표이사 자리에 취임한 후,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기 전 포스코의 성적은 굉장히 좋았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 2008년 매출액 30조6425억원, 영업이익 6조5400억원, 당기순이익 4조4469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정 前 회장이 운영한 마지막 해인 2013년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매출액은 30조5435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나 영업이익(2조2151억원)과 당기순이익(1조5826억원)은 급감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세계적인 기업을 망가뜨렸다’, ‘이명박 정권 실세들이 회장 자리에 앉히고는 시장 질서를 어지럽혔다’고 비난했다.
 
한편, 정 前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의 전·현직 경영진 대다수가 출국금지를 당하면서 현재 검찰의 수사망이 포스코건설을 넘어 포스코그룹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먼저 권오준 회장이 포스코 기술연구소장, 포항산업과학연구원장, 기술총괄장까지 차근차근 밟아온 내부 인사이며, 정 前 회장의 신임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이번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자유롭지는 않다는 의견들이 제기됐다.
 
또한 일부에서는 권 회장이 내부 감사 후 베트남 공사 관련 비리사건을 보고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형사고발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의문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비리 사건에 대해 포스코 정도경영실에서 비리 임원에 대한 형사고발조치를 건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인사조치로 사건을 마무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룹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번 비리를 은폐하려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앞서 나온 흥우산업 이철승 대표와 권 회장이 서로 잘 알고 있는 사이며 같은 TK출신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이렇듯 검찰이 민간기업 포스코를 넘어 이전 정권 인사들까지 수사망을 넓히고 있는 가운데 권 회장은 지난 16일 주요 임원단 회의를 열고 이번 압수수색과 관련해 유감이라는 입장을 표했다.
 
권 회장은 “최근 계열사들의 압수수색 등 검찰 수사와 관련해 국민 및 주주들에게 심려를 끼쳐 유감으로 생각한다”면서 “검찰 수사에 대해 성실하게 협조해 조기에 의혹을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 회장은 포스코 직원들에게 ‘업무지침을 철저하게 지키고, 기업윤리를 최우선으로 지킬 것’을 요구하며 각자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자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권 회장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포스코의 경영 개혁에 대해 ‘브레이크’가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부에서 여전히 나오고 있다. 또한 정 前 회장 등의 출국금지 등으로 앞으로의 검찰 수사에 정재계가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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