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합동양조 노조, 327일째 파업 중
연장수당‧연차수당 체불에 휴일도 근무

파업 진행하자 일요일은 쉬게 해줘
사측 “노조의 허위사실·명예훼손으로 손실”

“어용 노조 활용해 노조 와해 시도”
비리 폭로에 거액 손배소 폭탄 맞아

【투데이신문 임이랑 기자】전국에서 2번째로 가장 많이 팔리는 막걸리이자 부산시민의 오랜 사랑을 받아온 부산합동양조의 ‘생탁’. 연간 매출만 200억원, 생산량은 6000만병으로 업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지만 ‘생탁’ 노동자들이 말하는 노동 현실은 참담하다. 쥐가 득실대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수년째 오르지 않은 월급으로 휴일에도 쉬지 못하고 노예처럼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탁’ 노동자들은 인간답게 일하고 싶다며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 벌써 1년 가까이 파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회사에 불만을 제기한 노동자에게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12억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며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투데이신문>은 ‘생탁’ 파업을 둘러싼 사측과 노동자들의 갈등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생탁’ 사장 월급은 2000만원‧직원은 130만원

1970년대 부산지역의 막걸리 양조장 43곳이 모여 지금의 부산합동양조를 만들었다. 이때 모였던 사장들은 부산합동양조에서 동업자 형태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부산합동양조에서 만드는 막걸리 ‘생탁’은 연간 6000만 병을 생산한다.

부산 출신 방송인 왕종근 씨가 광고모델인 부산의 막걸리 ‘생탁’은 부산에서 시장 점유율이 50%, 경남에서 35%에 달한다. 연매출도 무려 200억원이다. 서울 장수막걸리에 이어 업계 매출로만 전국 2위다. 여기에 천연암반수와 우리 쌀로 빚어서 만든 막걸리라는 점도 부산과 경남의 애주가들에게 사랑을 독차지하게 만든 바탕이 됐다.

현재 부산합동양조에서 ‘생탁’ 막걸리를 만드는 제조장은 두 곳이다. 연산제조장과 장림제조장이다. 두 제조장 중 노조가 있는 제조장은 장림제조장이다.

장림공장과 연산공장을 합하면 사장이 41명이다. 장림공장만 해도 사장이 25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장은 매월 1인당 2000만원 상당의 배당금을 챙겨가고 있으며 이는 전체 총매출액의 1/3이라고 한다.

하지만 120여명 정도인 노동자의 급여는 여성이 130만원, 남성은 220만원이다. 전체 직원의 2/3가 비정규직인 것으로 전해졌다.

“열악한 근무환경 못견디겠다” 파업선언

민주노총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이하 노조) 소속 장림제조장의 조합원들은 부당한 근로 환경의 개선을 요구하며 부산합동양조에 대해 파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4월 29일부터 시작된 파업은 3월 23일 현재 무려 327일차에 돌입하고 있다.

노조는 주 5일 근무는 고사하고 월 1회 휴식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휴일특근수당을 비롯한 연차수당, 추가근무수당 등은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휴일에도 근무하지만 휴일근무수당은 꿈도 꾸지 못했다. 휴일에는 점심도 먹지 못한 채 고구마나 계란을 먹으며 일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직원들의 100인분 식비는 9만원으로 1인당 450원을 가지고 식사를 꾸렸다. 샤워실은 회사가 쓰다버린 술탱크에 지하수를 받은 물로 샤워를 했다. 밤 근무자가 눈을 붙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 휴게실에는 곰팡이뿐만 아니라 쥐와 바퀴벌레가 득실댔다”고 말했다.

파업이 진행되자 회사는 직원들에게 일요일은 쉬게 해줬으며, 식비는 12만원으로 올렸고 휴게실은 개‧보수가 되는 수준 정도로만 바꿨다. 그동안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연장수당, 연차수당 체불금액 (10명, 약 1억4000만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교섭창구단일화 절차 악용 우려

장림제조장에서 노조출범식을 할 때만 하더라도 조합원이 45명이었다. 하지만 파업이 8일을 넘어가면서 생탁 노조의 조합원들이 흔들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노조에 따르면 당시 파업에 참여했던 현장 간부가 전부터 회사와 긴밀하게 관계를 유지하면서 노조원 30여명을 이끌고 회사에 복귀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복귀한 노조원들에게 월임금과 상여금을 인상해서 지급했다”며 “예를 들어 월 임금이 100만원이었다면 20만원을 인상해주었고 여기에 2배를 더 얹어 240만원을 지급했다. 하계휴가와 명절 때는 인상된 상여금에 50만원을 더 지급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생탁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조합원은 이제 9명. 회사 측이 파업 노동자를 회유해 조합원들을 와해시켜 더 이상 투쟁이 어려운 상황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고 노조 측은 지적했다.

더욱더 조합원들을 힘들게 만드는 것은 회사와의 대화 중 언성이 높아지면 회사에 복귀한 사람들이 몰려와 조합원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노조는 주장했다.

노조는 지난해 7월 복귀한 직원들이 한국노총에 가입해 노조를 만들어 제2의 노조가 생기면서 회사는 더욱더 현재의 조합원들을 회피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회사와 노조 사이의 갈등에 있어 쟁점이 된 부분을 어느 정도 회사가 수용하게 되면 한국노총 소속의 노조가 반발을 하고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등 회사를 압박하는 것처럼 행동해 노조가 제시한 안건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노조는 복수노조법을 악용해 교섭을 고의적으로 미뤘다고 지적했다. 현행 복수노조법에 의하면, 기존에 있던 노조가 1년 동안 교섭단체협약을 마무리 하지 못하면 또 다른 노조가 있을 때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한다. 1년 만 기존 노조와 교섭을 회피 지연시켜 교섭단체협약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현재 새로운 노조와 교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자신들 입맛대로 교섭을 진행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노조 와해 문건도 발견

노조는 지난해 회사가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문건을 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건은 A4 용지 2장 분량으로 노조의 발대식이 있었던 지난해 1월 16일 하루 뒤인 1월 17일에 작성된 것으로 노조에 대해 협조하는 내부인사에 의해 공개됐다. 문건에는 모 노무사 간담회의 날짜와 장소 시간이 표시가 돼 있다. 또한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어용 노조를 활용하고 촉탁계약이 도래하는 사람을 모두 해고시켜야 하며 노조가 돈을 요구하면 수표를 전달한 뒤 수표 번호를 추적해 공갈죄로 압박할 수 있다는 등의 설명이 들어있다.

노조 측은 실제로 문건의 내용 중 어용 노조를 통한 노조의 조합원 빼가기, 촉탁직 재계약 해지 등은 회사가 노조에게 실행했던 방법이라며 실제 존재한 문건이라고 확신했다.

문건을 작성한 노무사는 회사와의 간담회 당시 부산지방노동위원회의 공익 위원 신분이었으며 지난해 2월 두 달 동안 부산합동양조 노무 고문 위촉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건이 공개되자 회사의 노무 상담을 더 이상 맡지 않는 것으로 전해져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해당 문건에 대해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를 모아 작성한 문건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식약청 처벌에도 당당한(?) 부산합동양조

부산합동양조는 지난해 8월 ‘생탁’ 막걸리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불법적이고 비위생적인 환경과 천연암반수를 사용한다는 허위과장광고로 부산식약청으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았다.

장림제조장은 영업정지 16일에 갈음하는 과징금 3100만원과 연산제조장은 영업정지 10일에 갈음하는 과징금 1900만원을 처분 받았다.

식약청에 따르면 장림제조장의 경우 제조일자 허위 표시, 보존 및 유통기준 위반, 작업장 내부 위생적 취급 기준 위반 등을 이유로 연산제조장의 경우 허위과대광고, 보존 및 유통기준 위반, 작업장 내부 위생적 취급 기준 위반, 기계 기구류 세척 불량 등을 이유로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노조는 이와 같은 부산식약청의 행정처분이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반발했다. 부산합동양조의 하루 매출은 7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인데 행정처분은 그에 비해 너무 터무니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실제로 부산합동양조는 파업과 함께 행정처분 후 부산시민단체와 노조의 불매운동으로 인해 10~15%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회사는 노조와 시민단체가 생탁 막걸리에 대한 허위정보를 퍼트렸다고 주장하며 생탁 애용 호소와 함께 홍보에 나서고 있다.

부산합동양조는 전단지를 통해 최신 설비로 안전하고 위생적인 생탁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으며 지하암반수를 정제한 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노조의 허위과장광고와 과도한 요구로 인해 회사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에 돌아온 건…12억 손배소 폭탄 선물

이처럼 열악한 근무조건과 생탁 막걸리의 위생상태에 대해 폭로한 노조에게 사측은 12억 원상당의 손배소 폭탄을 던졌다. 지난해 10월 23일 장림제조장의 생탁 사장 25명은 불매운동과 명예훼손에 대한 매출 손실을 이유로 생탁노조 조합원에게 12억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회사는 파업을 하면서 노조원들이 부산합동양조의 일부시설에 무단으로 침입하고 허위사실을 통해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켜 판매량과 생산량을 감소시켰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부산합동양조 건물에 ‘피를 빨아먹는 25명의 사장 각성하라’는 현수막을 통해 시민들이 회사가 악덕사업주라고 판단하게끔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조는 회사의 주장에 반발했다. 노조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생탁 막걸리를 제조한 점과 천연 암반수를 사용한다고 했지만 수돗물을 사용한 허위광고 사실이 식약청에 행정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허위광고라고 볼 수 없다는 것. 또한 회사는 노조원들에게 연차수당, 시간외수당 등을 단 한 번 지급하지 않고 새벽부터 근무하도록 했으니 현수막 내용은 옳다고 반박했다. 사장들의 실명 또한 거론하지 않았으니 명예훼손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국석 민주노총 부산일반노조 위원장은 “회사는 식약청의 행정처분을 무시한 내용을 담은 선전물을 시민에게 나눠주고 허위정보를 퍼트린 생탁노조 조합원을 대신해 회사가 사과한다는 선전물을 시민에게 나눠주고 있다”며 “이에 맞서 생탁 막걸리에 대한 불매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회서도 사태 해결 나서

‘생탁’ 파업에 대해 국회 차원에서도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서고 있다.

부산합동양조의 장림제조장이 있는 부산 사하구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 의원은 “노사 양측이 첨예하게 법적 다툼까지 벌이며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개입이 사태 해결에 역효과를 줄까 염려스럽지만 장기적으로 사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한 “당내 을지로위원회와 생탁과 관련해 조사가 진행 중인 노동청, 식약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기관이 함께 전방위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의 조직인 을지킴이위원장 배재정 국회의원도 “부산 내 야당소속 시의원과 구의원들과 계속 연계해 생탁파업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현장에 나가 생탁 노조원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회사와 생탁노조가 대화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본지는 생탁 파업과 관련해 부산합동양조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회사 관계자는 “담당자가 부재중”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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