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온음료 숙취에 좋다”…잘못된 음주문화 조장?
전문가들 “이온음료, 술 함께 마시면 위험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최근 술에 이온음료를 섞어마시던 10대가 목숨을 잃은 사고가 발생했다.

술과 이온음료를 함께 마시면 술에 빨리 취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오히려 숙취예방에 좋다는 실험 결과가 한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술과 이온음료를 섞어마시던 10대가 목숨을 잃은 사고가 발생해 이온음료와 술을 섞어 마시는 게 과연 안전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온음료 포카리스웨트를 제조판매하는 동아오츠카는 이온음료가 숙취에 좋다며 술에 섞어 마실 것을 홍보해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다. 음주에 대한 위험성보다는 자사 제품 판매에 급급한 모습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잘못된 음주문화 조장?

지난해 12월 5일 한 TV프로그램은 이온음료와 물을 섞어 마시면 숙취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방송했다.

이후 동아오츠카는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 이온음료인 포카리스웨트가 그 동안 술과 함께 마시면 물보다 빠르게 알코올까지 흡수시켜 준다는 오해를 받아왔으나 오히려 이온음료는 술과 혼합되면서 술의 알코올 함량을 희석시켜주며 간단한 숙취해소에도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이어 “어느 TV프로그램에서 진행한 실험을 벌인 결과, 30분 동안 소주 1병만 섭취했을 때보다 같은 시간 동안 소주 1병과 포카리스웨트를 같이 마셨을 때 혈중 아세트알데히드 농도가 더 낮게 나왔다”며 “이온음료는 술을 마실 때 알코올을 희석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알코올 대사산물이 소변으로 빠져나갈 때 다량의 전해질을 함께 내보냄으로써 술을 더 빨리 깨도록 도와준다”고 덧붙였다.

이후 동아오츠카는 이벤트를 진행하며 “포카리스웨트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는 실험이 먹거리 X파일에 방영됐다”며 “포카리스웨트와 함께 술을 마시면 오히려 덜 취한다는 대박 반전 실험 결과다. 이제는 술자리에 헛개x보다 포카리스웨트!”라고 홍보했다.

이처럼 동아오츠카는 이온음료가 알코올의 흡수를 희석시켜주며 숙취해소까지 도움을 준다는 내용의 홍보를 꾸준히 해왔다.

동아오츠카는 올 1월말부터 ‘뿅가리 VS 안가리 인증샷 이벤트’를 열어 술자리에서 포카리스웨트를 같이 마시는 사진을 찍어 게시하면 상품을 지급하는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월 부산에서 이온음료와 소주를 섞은 일명 ‘이온폭탄주’를 마시던 고등학생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동아오츠카의 홍보가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경찰에 따르면, 부산에서 술을 마시던 정군은 소주 3잔을 마신 상태에서 이온폭탄주 3잔을 더 마셨다. 이후 정군은 술을 마시던 중 갑자기 경련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 쓰려졌고 119구급대가 그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사망했다. 정군은 평소 별다른 질병도 없었고 특별히 복용하는 약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정군의 시신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상태다.

아직 정확한 사망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나 이온폭탄주를 마시던 중 발생한 사고이기에 일각에서는 이온음료와 술을 섞어 마시는 행위가 매우 위험한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함께 동아오츠카 자체에서 이온음료와 술을 가지고 실험을 벌인 결과를 토대로 홍보한 것이 아니라 외부의 실험 결과를 그대로 가져와 홍보에 이용했다는 점 또한 비판을 받고 있다.

이온음료와 술을 함께 마시는 것은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동아오츠카가 섣부르게 방송 내용을 홍보에 사용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 ‘이온음료+술’ 조합 우려 표해

이러한 상황에 전문가들 또한 이온음료와 술을 섞어 마실 경우의 위험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인제대학교 알코올정책연구소장 김광기 교수는 “이온음료와 술을 섞어 마실 경우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온음료와 술을 섞어 마실 경우 술의 쓴 맛이 희석되기에 사람들이 자신의 주량을 초과해 마시게 된다”며 “또한 맛이 좋기에 빨리 마시기도 해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온음료와 술을 섞어 마시는 사례는 보통 혼자 마실 때가 아닌 단체 자리에서 많이 발생하기에 부추김에 못 이겨 많이 마시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므로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앞서 일부 매체에서 알코올 성분들이 일반 술을 마실 때보다 훨씬 빠르게 몸에 흡수되는 성질이 있기에 알코올과 이온음료를 섞어 마실 경우 더 빠르게 취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내용이 보도된 바 있다.

동아오츠카 “어떤 판단도 내리기 어려운 상황”

동아오츠카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현 상황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이온음료와 관련한 홍보 논란에 대해 “부산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은 알고 있으나 아직 명확한 사인이 나오지 않은 시점에 자사의 홍보가 옳다, 그르다를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