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경찬 문화칼럼니스트】대한민국의 오디션 열풍은 뜨겁다. 스타가 되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孤軍奮鬪)하고 그런 모습은 방송에 여과 없이 보여 진다. 대중은 그들을 응원하고 그들에게 열광한다. 그러나 화려한 무대 위에 서기 위해서는 대가(代價)가 필요하다고 뮤지컬 ‘드림걸즈’는 말하고 있다.

지난 2009년 2월 한국 초연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드림걸즈’가 6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드림걸즈’의 컴백 소식이 기분 좋은 까닭은 당연 훌륭한 음악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영화로 더욱 유명해진 ‘Listen’을 비롯해 ‘And I Am Telling You I'm Not Going’, ‘Steppin' To The Bad Side’, ‘I'm Changing’ 등은 전주만 흘러도 전율이 흐른다.

1960년대를 풍미했던 미국의 전설적인 흑인 R&B 여성 그룹 ‘슈프림스(Supremes)’가 모티브 되었다. '슈프림스'는 뮤지컬에서 ‘드림스’로 슈프림스 멤버 플로렌스 발라드와 다이애나 로스는 ‘에피 화이트’와 ‘디나 존스’로 바뀌었다.

‘드림걸즈’는 듣는 음악에서 TV보급으로 보는 음악으로 바뀌는 과도기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그들만의 소울음악이 백인들의 입맛에 맞춘 ‘상품(pop)’으로 변질 되어가고 우정도 사랑도 변해간다. 하지만 ‘드림걸즈’를 보면서 공감하는 이유는 쇼비즈니스의 잔혹함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이 바닥의 세계는 뜨겁지만, 반대로 그만큼이나 냉혹하다.

늘 ‘자기중심적’이었던 에피가 여러 가지 갈등을 겪으며 가족과 같은 사람들과 멀어지고 이후 그녀는 ‘딸’을 통해 서서히 변화를 겪게 되고 자신에게 등을 돌렸다고 생각했던 이들과 극적인 화해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단순한 플롯(plot)이지만 감정의 골을 음악으로 깊이 있게 표현 했다.

'드림걸즈'는 인종에 대한 감성이 녹아 있다. 흑인의 전유물이던 소울음악을 한국의 배우가 소화한다는 것은 불가능 할 수 있다. 허나 한국인 특유의 한(恨) 서린 목소리로 한국의 소울로 훌륭하게 재탄생 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한국 초연에서 보여주었던 LED(발광다이오드)의 화려한 무대는 2015년에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변경됐다. 비비드(vivid)한 색감은 무대를 더욱 경쾌하게 표현했다. 네모 모양의 '셀'은 66개로 무대를 가득 채우고 있는데 ‘셀’의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장면의 특성에 맞게 인물의 감정을 대변하기도 하고 공간을 채우기도 한다.

예를 들면 극중 등장하는 라디오 부스나 녹음실도 간소화 된 사각형 틀로 형상화 되어 있고, 디나의 모습이 보이는 대형 전광판도 셀들의 조합으로 이뤄져 있다. 넓은 무대에 전화박스만 달랑 등장 할 때도 ‘셸’은 공간을 채우면서 비워있는 느낌을 들지 않게 해준다. 이렇듯 곳곳에 등장하는 ‘셀’들의 이미지를 찾는 것도 작품의 또 다른 재미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상이다. 아날로그적인 무대와 이질적으로 튀는 구석이 있다. 작품의 실제 배경은 1960년인데, 영상은 마치 21세기 최첨단 기술을 보는 것 같다.

쇼비즈니스 세계에서 휘둘리면서도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슈프림스 멤버들의 영상은 그래서 더 가슴 아프다. 슈프림스의 끝은 유쾌하지 못했다. 뮤지컬에서도 드림스는 해체되지만, 각자의 꿈을 위한 새로운 도약이 된다. 뮤지컬에 걸맞은 희망적인 해피엔딩이다.

에피가 말하던 “음악은 보는 게 아니라 듣는 것”이라고 외친 것처럼. 뮤지컬 ‘드림걸즈’는 잠시 눈을 감고 들어야하는 작품일지 모른다. 5월25일까지 잠실 샤롯데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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