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사진은 해당 사건과 아무 관련없음 ⓒ뉴시스

가수와 팬으로 만난 두 사람… 돈 빌려준 뒤 사이 나빠져
무리하게 빌려준 것 vs 여유있다고 해서 받은 것
팬 박씨 “고소취하는 안 할 것… 사과 먼저 해야”
가수 고씨 “현재 생활 어려운 상황… 조금씩이라도 갚을 것”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현직가수가 활동이 뜸한 자신의 노래를 홍보하던 여성팬에게 돈을 갚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세간이 떠들썩하다. 

27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월 박모씨는 자신이 빌려준 400만원을 갚지 않은 현직가수 고모(41)씨를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경찰은 고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가수에게 음반제작비 명목으로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 화가 난 여성팬이 해당 가수를 고소한 것이다. 

아끼던 가수에게 사기를 당한 지 3여년이 지났지만 희귀병에 걸린 여성팬의 절규는 계속되고 있다.

한편 고씨는 박씨가 돈을 빌려줄 당시 ‘여유가 있다’, ‘천천히 갚아라’는 등의 말을 했으면서 자신이 생활고로 돈을 갚지 못하자 태도가 돌변했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투데이신문>은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피해자 박씨, 가수 고씨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들어봤다.

박씨 “400만원 빌려줬지만 한푼도 받지 못해”

박씨에 따르면 두 사람의 인연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씨는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평소 팬이었던 고씨의 노래를 알렸다. 

그러던 중 2011년 8월 18일, 고씨의 친형이 박씨에게 연락해 ‘결혼식 축가 홍보 문구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했고 박씨는 이를 수락했다. 그리고 같은해 10월 1일, 이에 고마움을 느낀 고씨는 박씨에게 인터넷 쪽지를 보내 “내 노래를 많이 홍보해줘서 고맙다”며 연락을 취해왔다.

이후 두 사람은 쪽지, 메일 등을 주고 받으면서 친분을 쌓았다. 그리고 얼마 뒤 고씨가 자신에게 만남을 제안해 처음 만나게 됐다고 박씨는 주장했다.

처음 만났을 때 고씨는 “아이가 아픈 상황”이라고 말했고 이에 박씨는 아이 병원비를 쓰라는 명목으로 113만원 가량을 보험대출을 받아 고씨에게 건넸다. 이에 대해 박씨는 “아이가 안쓰럽기도 했고 고씨와 다시 만날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돈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의 발단은 며칠 뒤에 일어났다. 같은 달 19일경, 고씨는 음반프로듀서이자 매니저인 자신의 형과 함께 음반 제작을 해야 한다며 박씨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했다는 것.

박씨는 “내가 고씨에게 ‘돈 없으면 음반을 내지 말라’고 말렸지만 그는 ‘매달 30만원 이상씩 갚겠다’며 말하는 등 간절히 부탁했다”며 “나 역시 여유가 없었지만 가족 등에게 돈을 빌려 300만원을 줬다”고 주장했다.

300만원을 받은 고씨가 박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보면 ‘돈 생길 때마다 수시로 넣을게. 25일 기준으로 최하 30만원 이상은 넣을게요’라고 나와있다. 또한 고씨가 자신에게 노래도 불러주고 제목도 함께 고민하는 등 조만간 앨범이 나올 것처럼 이야기했다고 박씨는 전했다.

이후에도 고씨의 부탁은 계속됐다고 한다. 같은해 11월 22일, 이후 몇 번의 전화통화를 하다가 고씨는 ‘돈이 부족하다’면서 돈 100만원을 추가적으로 빌려줄 것을 요구했고 결국 박씨는 100만원을 입금하게 된다. 돈을 받은 고씨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어떤 말로도 이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겠구나’라며 ‘빌려준 돈은 내년 안에 반드시 갚을게’라며 박씨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후 시간은 계속 흘렀지만 음반발매는 이뤄지지 않았고 매월 30만원씩 갚겠다던 고씨는 돈을 한푼도 주지 않았다고 박씨는 말했다. 박씨는 “고씨가 매달 30만원 이상씩 갚겠다는 약속을 단 한 번도 지키지 않았다”며 “심지어 2012년 4월에 나오기로 한 앨범은 결국 발매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고씨에게 차용증을 써달라고 요구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2013년 2월 6일, 고씨는 빌린 돈을 앨범 발매 용도가 아니라 개인 빚을 갚았다는 고백을 했다고 박씨는 전했다.

희귀병에 걸린 박씨는 극심한 충격과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건강이 악화돼 올해 1월 고소장을 제출했다.

   
▲ ⓒ뉴시스

박씨 “돈 갚으라고 했더니 폭언… 돈보다 사과가 먼저”

박씨는 빌린 돈을 달라고 하는 과정에서 가수 고씨에게 폭언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돈을 갚으라는 얘기를 들은 고씨는 “(중략) 넌 이제 끝이다. 돈 받을 생각 말아라. 죽을 때까지(2013년 2월)”, ​“돈 나올 구멍이 없다, 너도 그냥 포기하고 지내는 게 속 편할 거야 (2013년 3월)”고 언급하며 이후 2013년 4월에 연락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문자에서는 “돈이 없으니까 못 주는 거지. 안 주는 게 아니니까. 감정적으로 대해 봐야 나아질 게 없어. 맘 비우고 포기하는 게 훨씬 나을 거야(2013년 2월)”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씨가 박씨에게 ‘돈을 받고 싶으면 직접 결혼식 축가를 잡아오라’며 고성을 지르고 막말을 하는 등 폭언을 했다고 전했다.

현재 심경을 묻자 박씨는 “내게 억만금을 갖다 줘도 고소취하는 안 할 것”이라며 “일단 사과가 먼저라고 본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1%도 모른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소 직후 박씨는 고씨에게 차용증을 써달라고 했지만 차용증 작성을 거부하고 있으며 돈이 없어서 빚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연인관계가 아니었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그는 “절대 아니다”라며 “그 사람과는 남이다”라고 해명했다.

고씨 “박씨, 돈 빌려준 뒤 태도 돌변… 일거수일투족 보고하기도”

반면 고씨는 박씨의 주장에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다며 반박했다.

고씨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돈을 빌린 것은 맞지만 박씨가 처음 돈을 빌려줄 때 ‘아무 조건없이 주는 것이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으니 천천히 줘도 된다’, ‘나중에 오빠가 잘되면 내게 잘하라’고 말했다”며 “앨범제작비 400만원을 빌려주기 전에도 박씨는 내게 몇차례 돈을 주는 등 조건없이 도움을 줬으며 사이가 좋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하지만 내게 400만원을 빌려준 뒤 박씨의 태도가 돌변하더라. 그는 돈을 빌려준 후 하루에도 몇번씩 내게 전화해 ‘누구랑 있냐’, ‘돈을 어디에 썼냐’고 물었고 나는 박씨에게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앨범제작비 명목으로 받은 400만원은 어디로 가게 된 것일까. 400만원의 사용처를 묻자 고씨는 “박씨에게 받은 돈 중에서 편곡비로 200만원이 들어갔고 생활이 어려워 생활비로 100만원을 쓰는 등 여러 곳에 사용했다. 또 앨범에 발매되지 못한 것은 당시 돈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그 사실은 박씨도 이해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고씨는 폭언과 관련해 “현재 돈이 없는 상황이라 조금 천천히 나눠서 갚으면 안 되겠냐고 했더니 그가 돈을 한꺼번에 달라며 재촉해 싸우게 된 것”이라며 “서로 말다툼을 하다가 말이 격하게 나온 것이지 일방적으로 폭언을 한 건 아니다”라고 맞섰다.

이어 그는 “나는 반드시 이 돈을 갚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생활이 어려워 돈을 갚지 못했고 이에 대해 미안하다고 수백번 사과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끝으로 그는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정말 생활이 어렵다. 한꺼번에 갚기는 힘들어도 조금씩이라도 꼭 갚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고씨는 지난 2003년 드라마 OST 음반으로 데뷔했으며 종종 공중파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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