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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사람들이 심하게 붐벼 ‘출근길이 지옥같다’는 뜻의 ‘지옥철’이라는 별명이 붙여진 지하철 9호선.

지난 28일 지하철 9호선의 2단계 구간이 개통됐다. 연장구간은 전체 4.5km 길이로 신논현역에서 시작해 언주역, 신정릉역, 삼성중앙역, 봉은사역, 종합운동장역까지다. 

평일 운행에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개화역 종합관제센터 관계자와 현장 점검회의를 실시했다. 당시 박 시장은 시민들에게 “혼잡도가 극심한 시간대인 아침 7시 30분에서 8시 30분 사이에 출근하는 것을 피해주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정말 그 시간대만 피하면 ‘지옥철’이 아닌 ‘천국철’을 경험할 수 있는 걸까. 이에 <본지>는 연장구간 개통 이후 첫 출근길을 맞이한 30일, 지하철 혼잡 시간을 피한 사람들의 출근 모습을 살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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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터미널역, 몸 구겨넣듯이 열차에 올라  

아침 8시 30분, 기자는 김포공항행 9호선 급행열차를 타고자 고속버스터미널역에 도착했다. 혼잡시간대를 넘어선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붐볐다. 역사 주변에는 간간히 안전요원이 배치됐다. 안전문(스크린도어) 앞에는 서울시가 승객분산대책으로 내놓은 무료 셔틀버스에 관한 안내문이 붙어져있었다.

잠시 후 전동차 도착 알림판에 급행열차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기자는 한번 심호흡을 크게 한 뒤 카메라와 취재수첩을 꽉 부여잡았다. 혹시 모를 몸싸움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급행열차가 도착하고 문이 열리자 사람들은 열차로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마치 백화점 할인코너에 몰려드는 모습이랄까. 기자 역시 마치 할인품목을 사수(?)하겠다는 마음으로 몸을 구겨넣었다. 

열차 내부의 상황은 그야말로 빽빽한 ‘콩나물시루’같았다. 앉을 자리는커녕 기둥이나 손잡이를 잡을 수 있으면 다행이었다. 서로 몸이 밀착되는 것은 그렇다고 해도 답답함은 참기 힘들었다. 다음 역이 어디인지 보기 위해 계속 두리번거리며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렸다. 

시민 정모(33)씨는 “사람들이 빽빽하게 차 있기 때문에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 그래서 답답하고 더울 때가 많다”며 “9호선을 탈 때 ‘빨리 도착했으면’하고 바라는 마음으로 타곤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혼잡함을 막으려면 지하철 칸 수를 늘려 자리를 확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고속터미널역을 지나 동작역, 노량진역을 지나 여의도역에 이르자 썰물이 빠져 나가듯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 나갔다. 이내 열차 안에는 비둘기가 날아다닐 것만 같은 평온이 깃들었다. 앉을 자리도 간간히 보였다. 다소 한산했던 당산역, 염창역, 가양역을 지나 이내 김포공항역에 도착했다. 

한편으로는 9호선 혼잡도에 만족한다는 일부 시민도 있었다. 지하철 안에서 만난 박경우(64)씨는 “출근시간대를 피해서 그런지 심하게 혼잡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2호선 보다는 9호선이 나은 것 같다. 만족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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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지하철 혼잡으로 안전사고 발생할까 우려  

시민들은 무엇보다 혼잡으로 인해 안전사고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포공항역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52)씨는 “지하철이 혼잡하면 노인과 여성이 상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김씨는 “지하철 안에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탈 경우, 본의 아니게 서로 밀착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여러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지하철 9호선의 칸 수를 늘이고 배차간격을 줄였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날 서울시는 2단계 구간 개통 이후 혼잡을 대비해 김포공항, 가양, 염창 등 곳곳에 200여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했다. 9호선 혼잡을 줄이고자 대안으로 내세운 무료 급행버스(가양역~여의도역)를 내놓았다. 하지만 버스가 급행열차 보다 도착시간이 길고 늦게 출발하는 등의 불편함 때문에 시민들은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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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 따르면 9호선은 오전 7시에서 오전 9시 사이 승객이 8만 9천명으로 하루 탑승객의 20% 가량에 달한다. 여기에 구간이 추가 개통됐으니 혼잡도는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평일 기준 9호선 하루 이용승객이 44만명에서 6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하철 혼잡에 대한 시민들의 비난이 높아지고 있지만 서울시는 내년 9월에 20량, 2017년에 50량 등 70량을 증차한다고 밝혔다. 결국 1년 반 정도 지옥철을 경험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하철 9호선 연장구간 평일 개통 첫날이던 오늘, ‘착하게 살았는데/우리가 왜 이곳에’… 하상욱 시인의 단편시 <지옥철>이 떠오르는 씁쓸한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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